"살고 싶어 바꿨다" 독한 남자로 돌아온 김도균 [전훈 현장]

제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2021. 1. 19.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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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수원FC 김도균 감독이 지난 18일 제주도 서귀포시의 한 호텔에서 1부리그에 도전하는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제주 | 황민국 기자


넉넉한 품에 환한 미소가 일품인 ‘형님’ 김도균 수원FC 감독(44)은 새해 독한 남자로 돌아왔다.

불과 두 달 전 수원성(수원종합운동장의 애칭)에서 선수들과 함께 1부리그 승격의 기쁨을 나누었던 터. 그랬던 그가 선수단의 절반 이상을 갈아치우는 냉혹한 결단을 내릴 줄은 몰랐다. 양동현(35)과 윤영선(33), 김호남(32) 등 이적시장의 문이 열리자마자 쉴 새 없이 울리는 김도균의 ‘픽’은 이제 익숙한 일상이 됐을 정도다.

지난 18일 수원FC가 개막을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제주도 서귀포의 한 호텔에서 만난 김 감독은 손가락으로 선수 숫자를 세면서 “선수단을 32명으로 짤 계획인데, 오늘까지 19명이 새롭게 왔다. 남은 선수보다 새롭게 온 선수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독한 남자로 변신한 형님…“살려고 바꿨다”

사람이 갑자기 변하는 일은 드물다. “내가 봐도 독하게 변했다”고 인정하는 형님의 변신은 그래서 놀랍다. 김 감독은 “2016년의 교훈이자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당시 조덕제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수원FC는 1부로 처음 승격의 기쁨을 누렸으나 전력의 한계로 다시 강등되는 아픔을 겪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우리 팀에서 뛰었던 선수들하고 올해도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느냐”고 되물은 뒤 “(이)한샘이나 (이)지훈이, (박)민규까지 눈에 밟히는 선수가 한 둘이 아니지만 1부에 살아남으려면 경쟁력이 있는 팀을 만들어야 했다. (김호곤) 단장님과는 2016년처럼 선수단 변화가 없다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선택은 나란히 1부에 올라온 제주 유나이티드가 선수단에 변화가 사실상 없어 더욱 비교된다. 그는 “(선수단이 훌륭한) 제주는 그럴 수밖에 없고, 우리도 (선수단 보강이 필요해) 그럴 수밖에 없었다”면서 “냉정하게 지난해 전력에서 우리는 제주보다 떨어졌다. 최소한 제주는 넘어설 수 있는 팀들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변화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연봉 총액은 두 배…수원 더비를 기대하라

기존의 선수들에게 가혹했던 수원FC의 변화는 역설적으로 올해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과거 K리그 득점왕에 도전했던 골잡이 양동현부터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윤영선이나 정동호, 김호남, 김승준 등 굵직한 선수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공식 발표만 나오지 않았을 뿐 훈련장을 누비는 선수들의 면면은 수원FC가 시민구단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게 만들었다.

김 감독은 “올해 데려온 선수들의 이름값이 만만치 않다보니 우리 구단의 예산을 묻는 분들이 많다”면서 “사실 이 선수들을 제 돈 주고 데려왔다면 재정이 무너졌다. 새로운 팀에서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선수들이 많은 부분을 양보했기에 지난해 연봉 총액(약 38억원)보다 두 배 정도의 수준에서 팀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수원FC가 전력을 끌어 올리다보니 같은 지역의 이웃이자 라이벌인 수원 삼성과의 ‘수원 더비’도 K리그의 새로운 흥행 요소로 떠올랐다. 2016년 1부리그 맞대결에선 1승3패로 열세였지만 이번엔 다른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수원FC 김도균 감독이 지난 18일 제주도 서귀포시의 한 호텔에서 1부리그에 도전하는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제주 | 황민국 기자


김 감독은 “그래도 수원 삼성은 언제나 우승 후보로 불렸던 1부의 강호이고, 우리는 올라가는 팀”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솔직히 해볼만 하다는 생각은 든다.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다면 결과를 낼 만한 전력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우리 축구가 뛰는 축구로 승격이라는 좋은 성과를 냈지만 잔 실수가 많아 볼 소유 비율이 낮은 것은 아쉬웠다. 이번엔 새 선수들과 함께 팬들이 인정할 만한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덧붙였다.

■평균 연령 28세, 교체 5명이 묘수

자신만만한 김 감독에게 고민이 하나 있다면 검증된 선수들만 데려오다보니 선수단의 연령대가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수원FC의 평균 연령은 28세. 지난해 K리거 평균 연령은 25.7세나 최고령팀의 평균 연령 27.3세(전북)보다 높다. 농익은 플레이는 가능하지만 체력적인 면에선 불리할 수밖에 없다. 올해 1부는 이변이 없는 한 38경기의 장기 레이스가 펼쳐진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김 감독은 “이 부분은 나도 걱정이라 직접 계산까지 해봤다. 이상적인 나이대는 26~27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걱정은 전지훈련에서 처음 진행한 체력 테스트에서도 사실로 드러났다. 흔히 ‘빽빽이’로 알려진 셔틀런(20m 간격으로 내달리며 횟수를 재는 훈련)과 500m 간격 왕복 달리기로 병행한 이 테스트에선 대부분의 베테랑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 충격을 받은 일부 선수는 예정에 없던 야간 훈련을 따로 자청하기도 했다.

일단 김 감독은 개막까지 남은 시간을 할애해 선수들의 체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경기당 교체 숫자를 3명에서 5명으로 늘린 것도 하나의 묘수가 될 수 있다. 베테랑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이 후반 중반 즈음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있다. 김 감독은 “경험 있는 선수들은 뛰어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잘 구분한다. 90분 내내 젊은 선수들처럼 뛰지는 못하겠지만 교체를 잘 활용하면 방법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력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면 수원FC의 변신 이유였던 생존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정들었던 선수들에게 독한 모습을 보였던 김 감독은 올 겨울 새롭게 받아들인 선수들에게도 독한 남자가 되어야 할 지도 모른다. 김 감독은 “일단 난 선수를 믿는다. 그리고 선수들도 내가 믿을 수 있도록 올 겨울 제대로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제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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