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언론윤리헌장 선포
진실, 언론책무 등 핵심원칙 담아
현장 변화 끌어낼 실천 방안 필요
점검·평가 체계 없으면 선언에 불과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인터넷신문협회가 19일 모든 언론인이 실천해야 할 핵심 원칙을 담은 '언론윤리헌장'(이하 윤리헌장)을 선포했다.
두 단체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을 받아 지난해 9월부터 윤리헌장 제정 작업을 해왔다. 배정근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위원장)를 비롯해 현직 언론인, 언론학자, 언론단체인 등 13명이 제정위원회에 참여했다.
제정위는 지난 4개월간 수십차례 회의와 논의를 거쳐 완성한 윤리헌장을 이날 선포식에서 공개했다. 윤리헌장 본문은 진실 추구, 공정 보도 같은 저널리즘 기본 원칙을 강조하면서 시대 변화를 반영한 언론의 책임, 인권 존중, 디지털 기술 수용 등도 주요하게 다뤘다.
구성은 서문과 보칙, 9가지 원칙으로 이뤄졌다. △진실을 추구한다 △투명하게 보도하고 책임 있게 설명한다 △인권을 존중하고 피해를 최소화한다 △공정하게 보도한다 △독립적으로 보도한다 △갈등을 풀고 신뢰를 북돋우는 토론장을 제공한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차별에 반대한다 △품위 있게 행동하며 이해상충을 경계한다 △디지털 기술로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등 원칙마다 세부 실천사항을 제시했다.
제정위는 서문을 통해 "언론은 시민을 위해 존재하며 시민의 신뢰는 언론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며 "날로 다원화하는 언론 환경에서 저널리즘의 원칙과 책무에 충실한 윤리적 언론은 시대의 요청"이라고 했다. 윤리헌장 실천 주체를 '윤리적 언론'으로 명명한 제정위는 매체, 분야, 형태에 관계없이 보도와 논평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에게 원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기자협회와 인터넷신문협회는 윤리헌장의 시행과 확산을 위해 세미나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향후 언론윤리헌장협의회(가칭)를 설치해 헌장 내용을 보완하기로 했다. 인터넷신문협회는 윤리헌장을 토대로 올해부터 언론윤리대상을 시상할 계획이다.
윤리헌장을 접한 기자들은 제정 취지와 내용에 공감하면서도 실제 현장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자협회 또는 언론계 차원에서 헌장 위반 시 페널티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실효성 있는 원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방송사 사회부에서 근무하는 A 기자는 "언론인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원칙이지만 타사 보도를 신경 쓰다 보면 그러지 못할 때가 있다"면서 "조회수 선점을 위한 무분별한 속보, 타사 기사를 '언론사에 따르면'으로 사실상 그대로 옮기는 보도 등에 대해 기자협회 차원에서 자율 규제하고, 반복적으로 지키지 않으면 페널티를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역신문사의 B 기자는 현 윤리헌장에서 디지털 뉴스 원칙을 강화하고, 약자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한다는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B 기자는 "디지털에서 표절의 기준이 무너진 지 오래여서 너도나도 어뷰징 기사를 양산하고 있지 않나. '타 언론사의 기사를 참고할 경우 반드시 출처를 밝혀 인용한다' 처럼 구체적인 실천 내용이 들어가면 어떨까"라며 "지역언론 입장에선 중앙언론의 수도권 중심 논리도 강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걸로 느껴진다. 중앙언론이든 지역언론이든 지역(약자)의 가치에도 주목해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언론학자들은 윤리헌장이 선언을 넘어 실천적 윤리규범이 되려면 무엇보다 언론인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정임 세명대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은 "언론개혁을 위해 언론 내부의 주체적 노력이 절실한 시점에서 언론단체들이 나서 윤리헌장을 제정한 것은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실천을 위한 점검과 평가 체계가 없다면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다. 언론인들이 헌장을 실제로 존중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어떤 장치를 만들 것인가부터 함께 밝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남재일 경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윤리헌장 제정은 언론인들이 자성하고 독자와 시청자에게 앞으로 달라지겠다는 약속을 선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언론인 개개인이 신뢰의 위기, 급변한 환경을 자기 문제로 수용하고 헌장을 실천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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