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UP!] 외자기업, 혜택은 받고 철수는 마음대로?

박상현 2021. 1. 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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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앵커]

40년 넘게 지역 기업이었던 한국산연이 노동조합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폐업통보를 하면서 큰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에 김경수 경남지사는 물론, 창원시의회까지 나서서 회사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서한을 일본 정부와 본사에 보냈는데요,

한국산연 폐업을 단순히 기업의 수익이 나빠져 문을 닫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유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계절이 변하듯 기업이 성장하고 번성했다 시장에서 밀려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창원 한국산연의 폐업은 외국인 투자기업이 혜택은 받고 사회적 책임은 회피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일방적인 철수가 갖는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자유무역지역으로 1973년 운영을 시작한 마산자유무역지역.

지금도 120여 개 기업이 터를 잡고 한때 한 해 4조 원, 지금도 1조 원 가까운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박종만/마산자유무역지역관리원 투자홍보과장 :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70년도에 최초로 마산에 자유무역지역을 유치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현재로서는 종업원이 약 5,500명 수준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국민소득을 높이려고 일자리를 만들 외국자본을 유치하려다 보니 토지 무상임대나 세금감면 등 정부 차원의 다양한 혜택이 제공됐습니다.

한국산연도 법인세와 소득세, 취등록세를 감면받았고, 관세와 장애인 의무고용 등 각종 고용부담금도 면제받았습니다.

임대료도 낮아 바로 옆인 봉암공단의 임대료가 3.3㎡에 6, 8천 원인 반면, 한국산연은 9백 원만 부담했습니다.

[김윤조/마산자유무역지역 관리원 수출산업과장 : "가장 큰 이점은 무엇보다도 저렴한 임대료. 그다음에 도심지에 있다 보니까 어떤 인력 수급이라든지 이런 게 유리한 면이 있고요. 그다음에 관세가 유보되고요. 이런 이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기업은 혜택이 사라지거나 규제가 강화되면 사업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특히 최근 철수하는 외국인 투자기업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산연 노동조합도 일본 산켄전기 본사가 노동조합 설립에 부담을 느껴 철수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기업 철수는 실업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큰 혼란을 일으킨다고 지적합니다.

[김석호/경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 : "한 기업이 그만둔다든지, 안 그러면 다시 본국으로 간다든지 그런 문제뿐만 아니고 거기에 관련된 다른 기업들과 근로하셨던 분들의 재취업 노력 등 그런 곳에 들어가는 사회적 자본 세금 등이 많이 투여된다고 생각하시면…."]

하지만 이런 외국인 투자기업의 일방적 철수를 가로막을 방안은 마땅치 않습니다.

경남에서도 2010년, 일본계 외국인 투자기업인 한국 씨티즌 정밀이 20년 동안 받아온 혜택을 뒤로하고 일방적으로 회사를 청산했습니다.

그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같은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는 겁니다.

[이선이/당시 '한국 씨티즌 정밀' 노동조합 지회장 : "투쟁할 그때만 창원시가, 경남도가 어떻게 도와줄 게 없나 했지만, 현실적으로 뭔가 도움이 된 것이 없었고, 그렇다라면 자본 철수하는 기업에 대해서라도 어떤 제재가 취해졌어야 하는데, 현재도 그런 것들이 전혀 없는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방정부도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기업문제에 간섭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나마 국내기업은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중재해 노사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하지만, 외국인 투자 기업의 경우 그마저도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창원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할 수 있는 역할도 조금 제한적이고 근데 이제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고 그래서 이제 간담회라든지 시행 서한문 이런 시에서 하는 방안은 다 하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좀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 정도인 거죠."]

노동계는 지방정부가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 것을 우려해 규제 마련에 소홀하다고 비판합니다.

[조형래/민주노총 경남본부장 : "정부나 지자체는 무력하게 그걸 지켜 보고 있어야 하고 노동자들이 실직자가 되는 것을 대책 없이 보고 있어야 하는 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혜택을 내걸고 외국인 투자기업을 유치하는 건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외국인 투자기업이 혜택만 받고 규제는 거부한다든지 나아가 일방적으로 철수하는 건 신의성실에도 어긋나는 행동입니다.

정부도 외국인 자본 유치에 막무가내로 앞다퉈 나설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생산 활동이 담보되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박상현 기자 (sanghyu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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