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의 교훈] 부품 수급망 다변화..원격근로 시대 인사 시스템 확 바꿔야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2021. 1. 1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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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1개 공급 안되자 공장 가동중단 사태까지 겪어
車·가전 등은 부품수급 이어 매출처 다변화도 절실
집·거점 오피스 등 장소 구애 안받고 자유롭게 업무
바이러스 대응 '디지털 시프트'가 기업 경쟁력 열쇠
[서울경제]

지난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자동차 업계는 부품 수급 다변화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코로나19 ‘셧다운’으로 중국에서 ‘와이어링 하네스’라는 일종의 ‘배선 뭉치’ 부품 수급이 끊기면서 공장이 올스톱됐기 때문이다. 필수 부품 수급을 중국 협력 업체에 전적으로 의지하다 보니 코로나19 초기 중국만 셧다운됐을 뿐인데도 자칫 우리 주요 수출 품목이자 수십 만의 일자리가 걸려 있는 자동차 업계가 한순간에 붕괴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로부터 2개월 뒤인 4월에는 인도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인도산 부품 공급이 끊겨 쌍용자동차 공장이 수일간 가동 중단되기도 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앞으로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간주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사스·메르스에 이어 코로나19까지 바이러스가 지구촌을 휩쓰는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는 팬데믹에 대응한 시스템을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가 기업의 생존 또는 성장과 직결된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 부품 1개의 공급이 중단되자 공장 전체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를 보면서 공급망 다변화 등 부품 업체 포트폴리오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됐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초 부품 대란 이후 자동차 업체들은 부품 수급 다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전에는 협력사의 중국 공장에서 물량을 100% 조달했지만 해당 협력사의 동남아시아 생산 공장으로부터 받는 비중을 차츰 늘리고 있는 것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와이어링 하네스의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협력사들과 함께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필리핀에서 와이어링 하네스를 주로 조달하던 한국GM도 국내로 공급망을 넓혔다. 인건비 상승 부담이 있지만 공급 불안정성에 대한 대처가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와이어링 하네스는 사람 손이 많이 가 인건비가 중요한 부품이지만 한국GM이 이를 감수하고 안정성을 위해 국내 공급선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 세계 공장들이 순차적으로 셧다운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은 가전 업계는 공급망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 글로벌 생산 기지 4분의 1이 운영을 중단한 삼성전자 가전사업부는 중국과 베트남 공장의 제품을 최대한 활용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에 나섰다. 베트남 생산 기지가 유럽·미국 등 전 세계에 제품을 보낼 수 있는 공급망을 갖추고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LG 전자 등은 일부 공장이 문을 닫더라도 다른 공장의 물량을 활용할 수 있는 공급망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품 공급망이나 해외 공장 셧다운뿐 아니라 매출처 다변화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KAI)가 대표적이다. KAI의 경우 코로나19 장기화로 보잉과 에어버스에 납품하는 물량이 대폭 줄며 2019년 기준 매출의 34%를 차지한 기체 부품 사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매출처와 수익 사업을 다변화하는 포트폴리오 구성이 기업의 생존과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

원격 근무라는 새로운 환경하에서 업무 효율성 향상도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실제 원격 근무가 가능한 정보기술(IT) 업체들은 재택근무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은 통합형 솔루션인 마이크로소프트팀즈를 전 세계 지사에 도입했고 SK텔레콤은 전 직원이 집, 회사, 거점 오피스 등 근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워크 프롬 애니웨어’ 제도를 추진하는 한편 서울 을지로·종로·서대문, 경기 분당·판교 등 5개 지역에 거점 오피스를 구축했다. 문성욱 SKT 밸류문화팀 팀장은 "조직 리더 설문결과 원격근무가 평소 사무실 근무 대비 90% 이상의 업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디지털 워크의 효율성이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에 대한 성과 평가 시스템 변화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스템통합(SI) 업체 관계자는 “원격 근무에서는 성과를 내는 인력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인력이 명확히 구분된다”며 “직원들의 성과 평가 체계나 인사관리·소통을 위한 조직 문화 등에도 전반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우진 디지털엑스원 대표는 “이전에는 중단기적으로 계획을 가지고 조금씩 디지털 전환을 이뤄냈다면 이제는 실행과 동시에 적용을 해야 하는 ‘디지털 시프트’ 상황이 됐다”며 “이에 빨리 적응하는 기업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능현·변수연·오지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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