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강제 기금' 번번이 실패했는데..巨與, 또 무리한 입법 추진

이지용,채종원,최예빈 2021. 1. 1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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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추진 이익공유제 파장
이낙연 "다양한 인센티브 준비
구체안 나오면 결국 수용할 것"
과거 유사사례 농어촌 상생기금
조성금액 목표의 30%도 못미쳐
기업에 기부금액 강요땐 외면
해외기업 제외 형평성 논란도

◆ 이익공유제 논란 ◆

새해 초부터 여권이 '이익공유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뿐 아니라 국회 입법화를 통해 사실상 강제성이 큰 기금 조성 등이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상생 기금 형태의 사례를 모범 사례로 꼽은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연대기금 조성을 포함한 입법화 여부를 2월 임시국회에서 검토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집권 여당의 정책위의장인 홍익표 의원이 플랫폼 기업에 이어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시대 이익을 많이 낸 금융권이 이익 공유에 동참해야 한다"는 언급을 내놓음에 따라 파장이 일고 있다.

19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도 이익공유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기업에 강제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매력적이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익 공유 프로그램과 그 인센티브를 이르면 이달 안에 여러분께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에서 또는 경제계 내부에서 상부상조로 서로를 돕는 그런 이익공유제가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저희가 발표하면 여러분께서 수긍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정부와 국회에 미국식 급여보호프로그램(PPP·Paycheck Protection Program), 근로시간 유연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지원 등을 건의했고, 이 대표는 "상의해 보겠다"고 답했다.

현재 여당은 이익공유제의 실현 방안을 놓고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고민하고 있다.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마치 과거 '기업 팔 비틀기'로 비칠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2월 임시국회 개회 전까지는 이익공유제 관련 법안들을 정리해 주요 입법 과제로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며 "입법이 과도하다고 생각되는 분야까지 무리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익표 정책위의장이 이날 금융권을 추가로 이익공유 대상으로 언급한 것과 관련해 당내에선 소상공인 지원에 집중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소상공인지원기금의 볼륨을 키우려 한다"면서 "최초 설계된 게 4000억원 수준이데 이를 좀 더 늘리려 한다"고 말했다.

19·20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폐기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의 통과 여부도 주목된다. 현재 21대 국회에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이 총 5건 발의돼 있는데 이 가운데 사회적 기금 조성을 포함한 법안도 나와 있다.

다만 과거 유사 성격의 기금 조성의 경우 대부분 실패한 사례가 많았다는 점에서 정책 효과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가장 대표적으로 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농어촌 상생기금'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농민 피해 보상과 지원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FTA로 득을 보고 매출이 늘어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출연해 그 돈으로 농업인 자녀 대상 교육·장학금, 농어촌 주민 복지 증진에 사용하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매년 1000억원씩 조성을 목표로 했던 농어촌 상생기금은 지난 4년간 기금 조성 총액이 1151억원이다. 목표액의 30%에도 못 미친다. 그나마 출연금도 약 73%인 853억원을 공기업이 냈다. 대기업은 197억원, 중견기업은 20억원, 중소기업은 1000만원 등에 그쳤다. 한 정부 관계자는 "출연금을 낸 기업에 대해 지정 기부금으로 인정해 손금산입되고 출연금 10%를 법인세액에서 공제하는 혜택을 줬지만 결과적으로 공공기관 평가 시 가점이 부여된다는 점 때문에 공기업들만 몰렸다"고 말했다.

반면 동일한 형식과 동일한 지원을 정부가 제공하지만 그나마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는 것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이다. 2013년 2260억원 출연으로 시작됐지만 2021년 현재 1조3499억원으로 8년 새 5배 가까이 기금 규모가 커졌고 삼성, 현대차, 포스코 등 국내 내로라하는 기업들도 대부분 참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내에서도 어떤 인센티브를 주더라도 기업들이 필요한 일에 원하는 형태의 기금이 아니라면 결국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기부냐, 투자냐'의 문제인데 대·중소기업 상생협력기금의 경우 투자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무작위 대상에 어디에 쓰이는지 사전에 알 수 없는 기부 성격의 기금은 결국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지용 기자 / 채종원 기자 /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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