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 vs 연륜' 찬반 팽팽..軍 "장교-부사관 관계·존칭 현황 조사"

이승윤 입력 2021. 1. 19. 17: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진행 : 김영수 앵커

■ 출연 : 이승윤 기자

[앵커]

육군 참모총장의 발언이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부사관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사실이 YTN의 단독 보도로 알려진 뒤 후폭풍이 거셉니다.

군 안팎에선 "계급이 우선이다, 연륜이 먼저다" 찬반이 팽팽한데, 국방부는 각 군 내 장교와 부사관의 관계와 존칭 등을 조사하며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한 통일외교안보부 이승윤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사건의 발단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지난달 육군참모총장과 주임원사들의 만남이 발단이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해 12월 21일, 남영신 육군참모총장과 육군 대대급 이상 부대의 최선임 부사관인 주임원사들 간의 화상회의가 열렸습니다.

연말을 맞아 부대 격려 차원에서 계획된 회의였는데, 논란은 그 다음에 불거졌습니다.

회의 사흘 뒤인 12월 24일, 주임원사 여러 명이 국가인권위원회에 남 총장의 발언에 대해 진정을 낸 겁니다.

주임원사들은 진정서에서 남영신 총장이 "장교는 부사관에게 반말을 해도 된다"고 말해 인격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가인권위 역시 진정을 해온 건 맞고,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이런 종류의 진정이 접수된 건 처음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번 진정은 부사관 가운데 복무 기간이 가장 길고, 나이도 많은 주임원사들로서는 계급상으로는 장교가 더 높아도 서로 존대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입장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남영신 육군총장은 이에 대해 장교와 부사관 간 상호 존중을 강조하면서 젊은 장교들이 부사관에게 존댓말을 써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발언의 앞뒤를 다 잘랐다며 진의가 왜곡됐다고 해명했습니다.

남 총장 발언의 핵심은 "나이로 생활하는 군대는 없다"는 겁니다.

또 평소 부사관을 존중해서 4년제 대학에 위탁 교육도 보내는 등 권익 신장을 위해 노력했다면서 앞으로도 부사관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문제는 장교와 부사관 사이의 갈등이 하루 이틀 된 사안이 아니라는 거죠?

[기자]

네, 최근 들어 우려할만한 사건들이 발생했습니다.

지난해 11월엔 국방부 경내에서 계급상 위인 한 대위가 부사관에게 '님'자 없이 상사라고 불렀다가 항의를 받는 하극상 논란이 불거져 국방부가 초급장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또 부사관들이 '소대장급과는 통화하지 않는다'며 전화를 받지 않거나, 상급자인 여군 대위에게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지난해 3월, 육군에선 남성 부사관 4명이 남성 중위를 집단 폭행하고 성추행해 지난 7일 군사법원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3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앵커]

군 안팎에선 찬반 논란이 뜨겁다고요?

[기자]

국방부 국민 참여 게시판과 뉴스 댓글난을 찬반 의견이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계급 사회인 군대에서, 부사관에 대한 장교의 언어적 배려가 의무는 아니라는 입장과 연륜을 무시하면 안 되는 만큼 존중이 필수적이란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겁니다.

심지어 온라인 자체 찬반 투표까지 벌어지면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린 상태인데요.

어제 제가 만난 시민들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이현규 / 회사원 : 아무리 계급사회여도 반말을 하는 건 계급 때문에 어쩔 수 없긴 하겠지만 좀 기분 안 나쁘게 표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강건모 / 회사원 : 계급 사회니까 당연히 존대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서로 존중했을 때는 계급 간의 차이는 있지만 존대말을 써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서성환 / 회사원 : 저는 존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서로 간에 아무리 직책이 높더라도 반말로 하는 건 요즘 세태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앵커]

군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국방부는 "계급이냐 인격권이냐"를 놓고 논란이 많다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예컨대, 장교가 "원사"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고, "원사님"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고, 절충안으로 "원사요" 이렇게 호칭하는 경우도 있어 제각각입니다.

서욱 국방장관은 지난 주말 군 내부 회의에서 관련 현황 보고를 받았습니다.

서욱 장관은 각군과 논의해서 장교와 부사관의 관계를 정립하고, 존칭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문제점이 무엇인지 식별하라고 지시해서 현재 국방부는 조사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육군은 일단 남 총장을 인권위에 진정한 부사관들에 대한 감찰과 징계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절대 다수의 장교와 부사관은 상호 존중과 배려의 문화 속에 임무를 수행 중이라며 인권위 결정이나 판단 이후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검토 후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인권위에서 부사관의 인격권과 관련해 군의 특수성이 덜 고려된 결정이나 판단이 내리질 수도 있는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앵커]

해외 사례도 궁금한데요. 미군의 경우는 부사관과 장교 간 호칭이 어떻습니까?

[기자]

존댓말이 적은 영어를 쓰는 특성상 호칭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긴 합니다.

제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을 만나러 갈 때 미군 병사에게 어떤 존칭을 쓰는지 물어봤는데, 'sir'라고 부르는 것 외에 따로 존칭이 없었습니다.

물론 격식은 존재합니다.

미군 장교는 예의상 부사관에게 직함을 불러주고, 부사관은 직함과 sir를 붙여주고 서로 조심하는 분위기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군에서 내려오는 농담 중에 신참 장교를 놀릴 때 부대의 주임원사한테 가서 "자네가 주임원사인가"라고 물어보라고 시킨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만큼 군이 계급사회지만, 동방예의지국답게 장유유서에 따른 언어 예절에 민감한 우리나라의 특성이 군 사회에 반영돼 있다는 의미겠습니다.

그동안 계급과 연륜에 따른 존중이 애매할 수밖에 없었던 부분에 대한 정리가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이뤄져 앞으로는 호칭에 따른 불필요한 소모적인 논쟁이 우리 군에서 사라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YTN 이승윤[risungyoon@ytn.co.kr]입니다.

[저작권자(c) YTN & YTN plu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시각 코로나19 확진자 현황을 확인하세요.

▶ 대한민국 대표 뉴스 채널 YTN 생방송보기

▶ 네이버에서 YTN 뉴스 채널 구독하기

Copyright © YT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