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된 진보, 대입경쟁 본질 외면..저변의'공포'는 못 보고 교육열 탓만

김제림 입력 2021. 1. 19. 17:21 수정 2021. 1. 2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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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교육정책 자문한 메가스터디 창립멤버 이범씨
최근 발간한 저서에서
현정부 교육정책 질타
숫자없이 구호만 앞세우고
비중 큰 사립대는 관심밖
"대학 상향평준화가 목표돼야"
1990년대 말 수능 과학탐구 '일타강사'이자 메가스터디 창립 멤버였던 이범 씨(사진)는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을 거쳐 2014년부터는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하며 문재인정부 교육정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참여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말 '문재인 이후의 교육'이라는 책으로 진보 교육계에 비판적 메시지를 던지기 시작했다. 2017년 문재인 대선캠프에서부터 진보 교육계의 정책 대안은 이미 밑천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나 정치와 대중을 폄하하면서 자기들이 이미 주류이자 기득권이 됐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진보 교육계의 문제를 세 가지로 지적했다. 대입 경쟁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무지, 숫자와 데이터를 경계하는 태도, 사립대학을 배제하는 대학 개혁안이다.

먼저 이 평론가는 진보 교육에서 대입 경쟁을 신자유주의로 인한 교육의 시장화, 다수 학부모의 과다한 교육열로 폄하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는 그 기저에 깔린 불안 경쟁을 보지 못해서라고 지적한다. 그는 "공공부문과 대기업 정규직만 우대받는 철저히 이원화된 노동시장에서 한국의 교육열은 '계층 상승'이나 '출세 경쟁' 때문이 아니라 이탈하면 안 된다는 '공포 경쟁'에서 연유한 것"이라며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많이 시키는 이유에는 공교육의 불합리함과 무책임도 있다"고 말한다.

진보 교육에서는 입시만 생각하는 학부모들이 자신들이 설계한 교육 제도의 개선을 좌절시켰다는 피해의식이 있지만 이들의 불안을 생각하고 접점을 찾는 현실 감각이 필요한 이유다.

진보 교육이 비판을 받게 된 또 하나의 이유는 통계나 성과 측정에 대한 경계감 때문이다. 정량적 지표 측정에 거부감을 가진 이들은 역설적으로 자신들의 교육 성과를 뒷받침할 어떤 근거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구호에 매달렸지만 오히려 그 구호의 설득력은 떨어져갔다. 그는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숫자로 나오는 정량적 지표에 대해 경계하는 것은 사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진보 교육은 통계를 너무 등한시했기 때문에 혁신학교는 학력을 떨어뜨린다는 '혁신학교 괴담'에도 제대로 된 근거를 가지고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일제고사를 비롯해 2016년부터는 중·고등학교 일제고사까지 없앴기 때문에 교육정책의 효과를 측정하지 못했으며 최근에는 원격교육이 일반화된 상황에서도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만족도 조사 등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 대학 체계 개혁에 있어서도 진보 교육은 국공립대학 통합 네트워크처럼 국공립대학만을 우선시해 결국 현실성을 잃어버렸다고 비판한다. 그는 "한국 대학은 국공립 비중이 매우 낮고 사립대학 비중이 높다"면서 "결국 전국 국공립대학을 통합하더라도 서울대 집중 현상만 완화하지 대학 서열화는 해결하지 못할 게 뻔하니 문재인정부뿐만 아니라 차기 정부에서도 실현될 수 없는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의 질을 상향 평준화하는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이 강하게 서열화된 상황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대입 제도를 이리저리 바꾸는 것은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2년 전 수능을 단계적으로 논술형으로 변경하자고 제안한 그가 이제 대학 개혁을 통한 경쟁 경감을 먼저 들고나온 이유다.

또 학교 현장에서도 교사들의 '정성의 일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교 교사들의 열의 부족으로 공교육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보지 않는다. 오히려 'K에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교사에게 많은 권한을 주는 교권 회복과 행정 업무 경감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김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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