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다 안되면 취직할까.." 이 생각드는 순간 망한다
◆ 2021 신년기획 Rebuild 청년창업 ② ◆
여행중개 플랫폼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35)의 첫 사업은 크라우드펀딩이었다.
2010년 콘크리트(CoNCreate)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는 미국 '킥스타터'가 국내에 막 소개되던 상황이었다. 와디즈, 텀블벅보다 앞서 '블루오션'에 깃발을 꽂았지만 작은 어려움에 직면하자 그는 1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이 대표는 "진지하게 매달려도 스타트업은 성공하기 힘든데 너무 흥미 위주로 임했다"며 "돌아갈 학교가 있고, 창업을 접고 취업이나 다른 선택지가 많다고 쉽게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2012년 시작한 마이리얼트립은 2019년 상품거래액이 3600억원으로 무섭게 성장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 지난해 거래액은 13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대표는 "지금의 책임감은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며 "첫 창업 실패 경험으로 다시 어려움을 직면했을 때 돌파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됐다"고 자평했다.
'대한민국 글로벌 창업백서 2020'에 따르면 국내 정보기술(IT) 관련 창업은 한 해 3만3440건(2018년 기준), 같은 해 폐업 스타트업은 창업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1만8831건에 달한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실패와 폐업'은 성공을 위한 밑거름으로 누구나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통한다. 특히 대학 시절 창업해 한번 실패를 맛본 선배 창업가들은 "시장조사와 수익구조 등 기본에 충실하고, 사업에 진정성을 갖고 임하라"고 예비 창업자들에 조언한다.
푸드 정기배송 서비스 '푸딩'을 운영하는 '열두달'의 황윤식 대표(32)는 "좁은 시야가 창업 성공을 방해한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고 복기했다. 그는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재학 시절 참여한 창업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2016년 푸드트럭 케이터링 중개 서비스 '고푸다'를 창업했다. 초기 사업 모델은 케이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푸드트럭을 확보해 구내식당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 등에 아침·점심식사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하지만 푸드트럭 특성상 기온이나 눈·비 등 날씨 변화에 따라 매출량이 급변해 안정적인 서비스가 힘들었다.
결국 사업 모델을 도시락 케이터링 서비스로 바꾼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2018년 황 대표는 '1년 열두 달 내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사명을 '열두달'로 바꾸고 도시락 케이터링 서비스 '푸딩'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주로 이벤트성으로 단발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지만 단골손님이 늘면서 기반을 다졌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난해부터 도시락 수요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황 대표는 "학생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이템보다 먼저 함께할 팀을 구성하는 것"이라며 "소비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완성도 있게 제공하려면 취향은 다르지만 말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치열한 고민을 나누며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창업을 취업 대안책으로 생각한다면 설익은 비즈니스에서 멈추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패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모예'의 송하윤 대표(23)는 "'좋은 취지'에만 의존했던 점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고백했다. 송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대학 2학년 때까지 패션 쇼핑몰 창업 3회, 패션 브랜드 창업에 1회 이상 도전해 실패의 쓴맛을 봤다. 2018년 말에는 의류학과 동기들과 '패션 브랜드 플랫폼 사업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재기 기틀을 다졌다. 사업 모델은 지역 노인복지센터 등 복지기관에서 내부 활동으로 그림을 그리면 이를 활용해 옷을 제작하고 판매수익은 해당 기관에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선의에만 의존한 사업은 금세 벽에 부딪혔다.
송 대표는 결국 '모예'의 비즈니스 모델을 생산자와 구매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 방식으로 전면 개편했다. 송 대표는 "제품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해결하려고 했던 점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고 말했다.
[기획취재팀 = 김명환 팀장 / 이윤식 기자 / 이진한 기자 / 문광민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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