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쌍둥이들과의 재택.. 기적같은 사랑이 생겨났다 [Guideposts]

조용철 입력 2021. 1. 1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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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의미 되새긴 니키 쿠퍼
아기때도, 걸음마 시작했을때도
같이 놀지 않던 브레컨·브레넌
열다섯 살 '코로나 셧다운' 맞자
서로의 방문 노크하며 어울려
"무슨 일이 벌어진거니" 묻자
"그 얘기는 안 할래요" 했지만
나는 알았다, 사랑이 피어났음을
아들 쌍둥이를 둔 니키 쿠퍼(가운데)는 늘 티격태격하는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재택 명령이 내려진 이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팬데믹은 형제의 우애를 돈독하게 했을 뿐 아니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니키 쿠퍼는 이를 '기적'이라 불렀다.
"오, 안돼."

우리 카운티에 재택 명령이 내려졌다. 이 조치가 코로나 확산을 막는 데는 필수지만, 나는 두려웠다. 아이들과 갇혀 지내는 걸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나는 어떻게 7학년 영어 선생님이라는 일을 하면서 평화도 유지한단 말인가. 열다섯 살 쌍둥이 아들 브레컨과 브레넌은 10분 이상 같은 공간에 있으면 싸움이 벌어졌다.

하나가 아닌 둘을 임신했다고 의사가 일러줬을 때 나는 35세였다. 나는 두 아이를 원했고, 나이가 들수록 임신이 더 어렵다는 것도 알았다. 한 번에 두 아이를 갖다니, 얼마나 행운인지!

언니에게는 걸음마를 막 시작한 쌍둥이 남매가 있었다. 언니를 지켜보았기에 쌍둥이 양육이 힘들다는 건 알았다. 하지만 모든 이가 하는 그 말을 믿었다.

"네 아들들은 평생 가장 가까운 붙박이 친구를 두는 거야!"

브레넌과 브레컨이 태어났다. 아기였을 때도,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도 둘은 같은 방에서 놀지언정 절대 같이 놀지는 않았다.

'무슨 일이지?' 알고 싶었다. 쌍둥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브레컨은 곧 자기주장이 강하고 행동 지향적인 성격이 드러났다. 반면 브레넌은 조용하고 사색하는 쪽이었다.

쌍둥이는 다섯 살 무렵부터 싸우기 시작했다. 싸움질은 내게 생소했다. 언니와 나는 어렸을 때도 대화로 갈등을 해결했다. 어쩌다 내가 적대적인 아이를 낳았지?

"남자애들은 싸워." 남편이 말했다. 남편은 형제들 틈바구니에서 자랐다.

남편은 고함치는 쪽이었다. 남편과 결혼생활을 끝냈을 때(아들들은 여섯 살 반이었다) 우리는 드디어 평화를 알게 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브레컨은 스포츠에 에너지를 쏟았고, 만사가 경쟁적이었다. 브레넌은 음악과 미술에 빠졌다. 아이들이 여덟 살이 되었을 무렵에는 사소한 말다툼이 몸싸움으로 번졌다. 가슴 아팠다. 어떻게 형제가 된다는 것의 기쁨을 알게 해줄 수 있을까? 하나님께 둘이 사이좋게 지내게 해주십사 기도하기도 했다.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서로 사랑하지 않을까? 그게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바가 아닐까 했다.

우리 집은 쌍둥이가 분리된 공간에서 지내면서 최적으로 기능했다. 브레컨은 자기 침실에, 브레넌은 드럼세트를 챙겨서 위층 게임룸에 있었다.

기대를 낮췄다. 쌍둥이의 관계가 이상적이지는 않지만, 둘은 가족이 무엇인지 이해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나 자신에게 얘기하려 했다. 하지만 장성한 두 아들과 함께 보내는 휴일을 상상했다. 브레넌과 브레컨이 가족과 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거나, 격한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었다.

그렇기에 재택 명령은 내게 근심을 가득 안겼다. 나는 집에서 학기 마무리 준비를 하며 식당에 교실을 차렸다. 그리고 쌍둥이 간에 벌어질 전투에 대비해서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하루 8시간 동안 나는 과제를 계획하고 온라인으로 게시했으며, 학생들에게 e메일을 보냈다. 브레넌과 브레컨은 3시간 안에 학교 공부를 마치고 나머지 시간은 전자기기, 농구, 낮잠으로 채웠다. 브레넌은 줌으로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기도 했다. 브레컨도 자기 기타를 꺼냈다.

아흐레가 되던 날, 브레넌의 방에서 웃음소리를 들었다. '쌍둥이 둘 다인 것 같은데.' 텔레비전이겠지. 저녁식사를 잠시 미루고 무슨 일인지 알아보려고 침실 문을 두드렸다.

"브레넌. 나야." "들어오세요, 엄마."

문을 열었다. 손에는 비디오 게임 조종기를 들고 얼굴에는 함박웃음을 지은 쌍둥이들이 브레넌의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니?" "그냥 재미있게 노는 거예요." 브레컨이 대답했다.

"같이?" "네." "아주 좋구나!"

놀라움을 감추며 말했다. 문을 닫았다.

"제발, 하나님. 이번이 새로운 형제 관계의 시작이 되게 해주세요. 아들들이 서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해주세요!"

나는 기도했다. 다음 날 오후에는 학교 공부를 끝낸 쌍둥이를 앞마당에서 찾았다. 야구 글러브를 끼고 공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중이었다.

내가 꿈을 꾸는 걸까? 일주일이 지나고 창밖을 내다보니 아들들이 트램펄린 위에서 묘기 부리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둘은 재미있는 유튜브 동영상을 공유하려고 서로 방문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야, 너 이거 봐야 해!"

놀랍고도 기뻤다. 세상 사람 대부분이 고통스러운 이 시기에 이토록 기쁘다니, 죄책감도 들었다. 이유는 몰랐다. 엄청난 지루함 때문에 아들들이 같이 있는 걸까?

어느 날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 매일 밤 나누는 수다를 떨려고 브레컨의 방에 잠시 들러서 물었다.

"너랑 브레넌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거니? 왜 그렇게 사이좋게 지내?"

"모르겠어요, 엄마. 철이 드는가 보죠. 그 얘기는 안 할래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분석하고 말로 정리하는 건 감상적인 영어 선생님인 엄마에게 맡기기를. 하지만 방법이나 이유는 사실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두 아들들 사이에 사랑이 생겼다는 점이다. 그리고 거기에 딱 맞는 단어는 '기적'이다.

'가이드포스트(Guideposts)'는 1945년 노먼 빈센트 필 박사에 의해 미국에서 창간된 교양잡지로, 한국판은 1965년 국내 최초 영한대역 잡지로 발간되어 현재까지 오랜 시간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습니다. 가이드포스트는 실패와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 어려움 속에서 꿈을 키워가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사람들의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감동의 이야기를 많은 분들의 후원을 통해 군부대, 경찰, 교정시설, 복지시설, 대안학교 등 각계의 소외된 계층에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후원을 통해 더 많은 이웃에게 희망과 감동의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글·사진=가이드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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