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휘자 성시연 "서울시향은 '친정' 가족과 재회하는 느낌"

남정현 입력 2021. 1. 1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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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9일 시향과 롯데콘서트홀서 공연
하이든과 쇼스타코비치 ①&②' 선정
2009년 시향 부지휘자로 2013년까지 활동
"새해 소망은 연애, 아직도 못 이뤘네요"
[서울=뉴시스]지휘자 성시연(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Yongbin Park-Gaeksuk 제공)2021.01.1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시대가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여성 지휘자라는 수식어 대신에 한 사람의 음악인으로 불리고 싶어요. 이 이슈(여성 지휘자)는 10년만 있으면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을 거예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만난 지휘자 성시연은 "이제는 '여성 연주자'라는 수식어보다는 단순히 '한 명의 음악인'으로 분류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성시연은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오케스트라의 포디엄(지휘자 단상)에 진출한 국내 최초의 여성 지휘자다.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LA필하모닉,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밤베르크 심포니, 뉘른베르크 심포니와 활동했다.

2007년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로 임명은 화제였다. 보스턴 심포니가 1881년 10월22일에 첫 연주를 시작한 이래 127년 만에 최초로 이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여성 연주자로 올랐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지휘자 성시연이 서울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는 모습(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Yongbin Park-Gaeksuk 제공)2021.01.18 photo@newsis.com


국내에서도 여성 대표 지휘자로 유명하다. 2014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국·공립 오케스트라 사상 첫 여성 예술단장 겸 상임지휘자로 임명됐고, 4년 임기동안 악단의 역량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는 28~ 29일 서울시향과 오랜만에 무대에 오른다. 보스턴 심포니에서 3년간 활동활 당시, 서울시향과 긴밀한 협력을 시작하며 2007년 시즌 오프닝 콘서트 무대에 올랐고, 2009년 부지휘자로 2013년까지 활동했다.

그는 서울시향을 '친정'이라고 표현했다. "2019년에 함께 연주를 하고 1년 반 정도만에 다시 서울시향과의 조우다. 서울시향에 올 때마다 친정에 왔다고도 표현하곤 한다. 너무 좋고 친숙하고 마음이 편한한 느낌이 좋다. 가족과 재회하는 느낌도 든다"고 웃으며 말했다.

성시연은 '2021 서울시향 성시연의 하이든과 쇼스타코비치 ①&②'라는 이름으로 양일간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른다.

모처럼 서울시향과 무대에 올라 들려주는 곡은 하이든 교향곡 44번 '슬픔', 루토스와프스키의 '장송 음악'과 쇼스타코비치의 실내 교향곡이다.

단조로 시작하는 하이든 교향곡 44번에 '슬픔'이라는 부제가 붙게 된 연원은 확실치 않다. 다만 이 곡의 느린 악장이 하이든 사후 1809년 베를린에서 거행된 그의 추모식에서 연주되면서 후세 사람들이 붙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하이든이 이 곡의 느린 악장인 3악장을 자신의 장례식에서 연주해 달라고 했고 이로 인해 '슬픔'이라는 부제가 생겨났다는 설도 있다.

이 곡에 대해 성시연은 "단조의 곡을 작곡하지 않았던 하이든이 애도의 심정을 느린 곡조의 장조로 승화시켰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루토스와프스키의 '장송 음악'과 쇼스타코비치의 실내 교향곡은 현대의 곡으로 비슷한 시기인 각각 1958년과 1960년에 작곡됐다. '장송 음악'은 소규모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해 작곡된 작품이다. 마지막 곡은 쇼스타코비치의 현악4중주 제8번을 러시아 지휘자이자 비올리스트였던 루돌프 바르샤이가 현악 앙상블로 편곡한 버전이다. 5악장이 중단 없이 연주된다.

이 곡들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두 곡 모두 전체주의 시대에 지어졌다. 루토스와프스키는 반복적인 음정을 통해서 죽음을 강렬하게 표현한다. 시대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감정을 표출하는 음악이다. 쇼스타코비치의 곡은 자전적인 드라마가 형성돼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두 곡 모두 작곡가들의 마음이 많이 반영된 곡이다. 밝게 보고 싶은 희망은 갖고 있지만 내면의 어둠은 피할 수 없다는 인상을 준다. 이 시대(코로나19 시대)에 거울로 삼을 수 있는 곡들"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서울=뉴시스]지휘자 성시연이 경기필하모닉과의 공연에서 지휘하는 모습(사진=서울시립교향악단, Yongbin Park-Gaeksuk 제공)2021.01.18 photo@newsis.com

궁극적으로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베를린필의 상임지휘자를 목표로 하고 있는 그의 새해 소망은 재밌게도 "연애"였다.

"작년인가 재작년 인터뷰에서 올해 계획을 묻길래 연애라고 답했더라구요. 아직도 그걸 못 이루고 있네요.(웃음)"

지난해 그는 지휘자로서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BBC 스코티쉬 심포니,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리옹 국립 오케스트라 등 75% 이상의 공연이 취소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했나. 그는 자신감을 불태우며 자신에게 다가올 미래를 고대했다.

"지휘를 10년 넘게 하다 보니(지휘를 조금 쉬었지만)감각은 살아있어요. 자가격리를 하는 동안 관련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죠. 아무래도 지휘라는 게 단순히 테크니컬한 것뿐만 아니라 본인의 아우라를 생각하면서 지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가질 수 있는 범위를 생각해야 한달까. 그런 걸 위해서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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