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이번엔 시간제한..끝없는 방역 형평성 논란

김범준 2021. 1. 1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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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1인 이용 제한 없고 2~4인 1시간 제한
개별 시간 체크 여럽고 '나가달라' 얘기 곤란
"현실성 없고 점주-소비자 기분만 상해" 지적
기준 단순·명료해야..과하면 형평성 논란 계속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노래방·PC방도 아니고 어떻게 손님들 하나하나 정확히 1시간씩 시간을 잽니까…떠도는 우스갯소리처럼 정말 테이블마다 ‘모래시계’라도 놔야 할까봐요”

지난 18일부터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조치 일부 완화로 전국 19만여개 카페에서 매장 이용이 다시 가능해졌지만 현장은 어수선하다. 현실성이 떨어지고 형평성 논란이 따르는 인원 및 시간제한 때문이다.

이달 31일까지 전국 카페·식당에 적용하는 새로운 지침에 따르면, 2인 이상이 방문해 커피·음료류 또는 디저트류만 주문했을 경우 매장 내 머무르는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한다. 5인 이상 모임과 저녁 9시 이후 매장 내 취식도 계속 금지된다. 이밖에 매장 좌석 50%만 활용, 테이블 간 1m 거리두기, 칸막이 또는 가림막 설치 중 한 가지 이상을 준수해야 한다.

가장 큰 논란은 ‘2인 이상 1시간 제한’에서 비롯한다. 수시로 자유롭게 사람들이 오가는 카페 특성상 방문객마다 일일이 시간 체크를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애초에 시간제로 운영하는 노래방과 PC방이 아니고서야 정확한 시간제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카페 매장 내 취식이 제한적으로 다시 재개한 첫날 18일 서울 용산구 한 스타벅스커피에서 매장 안팎으로 ‘5인 이상 사적모임 불가’, ‘2인 이상 좌석 이용 시 1시간 이내 가능’ 등 정부 방역 지침 안내문을 내걸고 있다.(사진=김범준 기자)
카페 점주들은 그렇다고 손 놓고 있자니 보건당국의 방역지침을 어기는 것 같아서 찝찝하다. 일부 카페에서는 궁여지책으로 방문객이 음료·디저트류 주문 시 시간이 찍힌 종이 영수증을 건네며 이용 가능 시간을 안내하기도 한다. 매장 규모가 크지 않은 곳에서는 2인 이상이 머무르는 테이블마다 일일이 착석 시간과 경과 시간을 체크해 1시간이 될 때마다 직접 자리로 가서 안내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소비자들이 순순히 따르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카페 측 설명이다. 대부분 ‘기분 나쁘다’ 혹은 ‘다시는 오지 않겠다’는 식의 반응과 표정을 보이고, 일부 과격한 소비자들은 언성을 높이며 소란을 일으키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러면 대화하지 않고 좀더 머물다 가겠다”, “혼자 온 것처럼 따로 떨어져 앉으면 되느냐”는 등의 요구로 당황케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매장 안에서 마스크를 계속 벗은 채 대화를 하거나, 5명 이상 규모의 단체가 방문해 찢어져서 앉겠다는 무리한 행동들도 잇따른다.

카페 입장에서도 이용자들이 한창 대화나 업무 등에 집중해 있을 경우 딱 1시간이 됐다고 해서 곧바로 나가달라고 이야기를 꺼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용 시간 체크에 따른 인력과 소모품 발생 등 불필요한 비용도 감당해야 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취지는 알겠지만 현실성이 없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묘두현령)’ 꼴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방역조치가 시행된 18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시민들이 취식을 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혼자서 커피숍을 이용할 경우에는 별도의 제한을 받지 않는 점도 형평성 논란 시비가 붙는 부분이다. 보건당국은 1인 방문의 경우 매장 안에서 타인과 대화를 하는 일이 없다고 보고 1시간 이용 제한에 포함하지 않았다.

하지만 혼자서 카페를 이용하더라도 전화 통화 등으로 얼마든지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말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적인 호흡 등을 통해 비말이 분출·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이용 시간제한을 둘 거면 인원 규모에 상관 없이 하는 게 맞지 않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 시행으로 사회적 피로도가 상당히 누적된 상태다. 앞서 같은 식음료 취식 공간이지만 식당과 술집은 매장 이용이 되고, 카페는 테이크아웃 만 가능케 하는 등 명확하지 않은 영업 제한 기준에 따른 형평성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도 치렀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조치 역시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똑같이 사람들이 둘 셋 모여 담소를 나누는 환경이지만, 식당·술집에서 식사와 음주를 하는 경우에는 시간제한 없이 가능하고, 유독 커피와 음료를 마시는 카페에서만 둘 이상의 경우 1시간 제한을 둔다는 것에서 과연 해당 사업주와 소비자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 따른다.

불가피한 사유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경우 최소한의 범위로, 가급적 단순하고 명확한 기준으로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보편타당성과 공정성이 최대한 확보될 수 있다. 지나치게 디테일하고 예외가 발생하는 규정은 또 다른 형평성 및 실효성 논란과 함께 더 큰 사회적 비용과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김범준 (yol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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