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등 가습기 살균제 무죄 판결 잘못.. 재판부의 과학적 무지 탓"

김경은 기자 2021. 1. 1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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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넷 기자회견, 학계 전문가들 1심 판결 문제점 지적
가습기 살균제 1심 판결과 관련해 학계 전문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왼쪽부터)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 백도명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김성균 서울대 교수, 양원호 대구가톨릭대 교수, 이종현 EH R&C 환경보건안전연구소 소장,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김경은 기자

가습기 살균제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의 기업 관계자들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학계 전문가들은 “과학적 방법론에 무지한 결과”라며 반발했다.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하기 어려운 과학의 한계와 이에 대한 재판부의 인식이 부족해 무죄 판결이 나왔다는 지적이다. 

가슬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 임직원들 1심 무죄 선고 관련 가습기살균제 전문가 기자회견’을 열고 1심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지난 12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 등은 2002~2011년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 등을 원료로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가습기 성분제 성분인 CMIT·MIT이 폐 질환을 일으킨다는 과학적 입증이 부족하기 때문에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과 이 사건에서 사용된 CMIT·MIT는 구조와 성분이 다르다고 봤다. 

하지만 학계 전문가들은 과학적 입증에 대한 재판부의 이해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관련 실험을 진행하고 재판에서 증언에 나선 학계 전문가들과 환경보건학계 전문가단체인 한국환경보건학회,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 관계자 등이 참석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환경보건학회 부회장인 김성균 서울대 교수는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는 CMIT·MIT를 가습기 살균제로 사용하면 인체피해가 우려됨을 사전에 인지했고 안전성 확인 의무를 회피했다”며 “그런데도 무죄 판결이 나온 건 CMIT·MIT의 질환발생 입증에 대한 과학의 한계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사건은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하지만 그 대상은 과학이 규명해야 할 건강 피해가 아니라 피고인의 범행 의도와 행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물실험 보다 인명 피해에 주목해야”



학계 전문가들은 재판부가 동물 실험 결과를 근거로 CMIT·MIT와 폐질환의 인과관계를 부정한 점에 대해 반박했다. 동물실험에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둔 반면 인체 피해 사례와 이에 기반한 연구는 낮게 평가했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자가 존재하며 이들이 다른 원인으로 치명적인 건강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하지만 법원은 동물실험 결과를 근거로 삼아 CMIT·MIT와 폐질환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실험은 인체에 실험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안적으로 활용될 뿐 물질의 유해성 여부는 인체 영향이 가장 중요한 근거가 돼야 한다”며 “국제암연구소에서도 인체에서 충분한 증거가 나올 때 1급 발암물질 인정 여부를 판단한다. 동물실험 증거 등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동물실험에서 인과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서 사람에게도 인과관계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볼 순 없다”며 “사람에게는 폐포 손상이 있었고 공기 교환하는 능력이 저하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도 “피해자의 폐포에서 산소를 밀어주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임상적으로 확인됐다. 이미 피해자가 있는데 재판부는 동물실험을 근거로 증거를 대라고 한다”며 “독성이 있는데도 동물실험에서 발견되지 않은 사례는 이전에도 많았다”고 강조했다. 

SK케미칼·애경 전 대표와 임직원들이 1심 무죄를 선고 받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조순미 씨가 선고 결과를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과학적 방법론을 이해해야”



재판부가 이해하지 못한 과학적 방법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과학자들의 연구 방식과 연구 결과를 다루는 태도 등에 대한 고려가 없었고 오히려 재판부가 과학적 영역을 형사적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규홍 안정성평가연구소 박사는 “연구를 거듭하면서 CMIT·MIT와 인체 피해 질환의 인과관계 증거들을 찾을 수 있었다”며 “재판에서 동물독성시험 연구결과에 대해 수차례 증언했으나 판결문에는 제 취지와는 다르게 증언이 인용됐다”고 밝혔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단정적으로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는 이 박사의 발언을 토대로 CMIT·MIT와 인체 피해 질환의 인과관계를 부정했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학자들은 통상 단정적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며 “그 결론은 현 단계에서 정설일지라도 언제든 가설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사인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재판부는 전문가의 증언이 단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이는 과학자의 태도에 대한 무지함에서 비롯된다. 과학자들은 연구 과정에서 100% 확실성을 믿지 않기 때문에 단정적인 표현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 재판부는 증언 취지를 전체 평가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판부는 일반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 원칙을 과학적인 사건에 요구했다”며 “방법론상으로 한계가 없는 무결점의 연구만을 인정한다면 사실로 인정할 수 있는 연구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재판부는 종합적인 판단을 근거로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학술적인 논의 방식은 이와 다르다”며 “입증이 아닌 반증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내는 게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독성물질이 충분한 양 (인체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봤지만 양이 아니라 농도가 중요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동욱 교수도 “재판부 판결에는 한계점만 드러내서 무죄의 근거로 삼았다”며 “하지만 모든 연구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유명한 연구라도 불확실성을 줄여가는 게 과학자의 활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학자는 확실하다고 보는데 재판부는 모든 게 불확실하다며 더 연구하라고 한다”며 “과학의 영역이 사법화된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해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를 유통·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왼쪽)와 안용찬 애경산업 전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뉴스1


제조·유통기업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향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환경보건학회 회장인 양원호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1심 결과는 독성실험 등에 대한 재판부의 이해 부족에 따른 판결로 해석된다”며 “(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 기업에 면죄부를 준 꼴이 됐고 추후 유사 사건도 무죄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SK케미칼은 전체 가습기살균제 제품의 90%에 해당하는 원료를 공급한 참사의 주범이며 애경산업과 이마트는 이 원료를 사용했다”며 “폐손상 1~2단계를 받은 사용자에게 비공개적으로 배상을 해놓고 이후 법정에서 책임을 회피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재판부를 향해 해당 업체들이 ▲CMIT·MIT가 자극성이 강한 물질임을 알면서도 직접 흡입 가능한 제품에 적용했는지 ▲독성·유해 불확실성을 인지하고도 나중에 문제가 되자 은폐·축소하려 했는지 ▲상호 공모와 책임 회피를 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태현 교수는 “환경노출조사위의 조사에 대해 재판부가 다시 평가해야 하고 연구자의 조사 결과를 신뢰해야 한다”며 “2심 재판부는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 패널을 구성할 것을 요청한다. 연구결과에 대한 해석을 패널이 하고 재판부는 패널의 해석을 기반으로 판단하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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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silv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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