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골·늑골·뒷머리' 안 부러진 곳이 없었다.. 공소장에 남은 정인이의 마지막 7개월

이종현 기자 2021. 1. 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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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공소장에 양부모 학대·폭행 범죄사실 27건 적시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모(養母) 장모씨(35)의 범죄혐의가 구체적으로 기재된 공소장이 19일 공개됐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검찰에게 제출받은 공소장에는 장씨와 양부(養父) 안모씨(37)가 2020년 3월부터 정인이가 숨진 2020년 10월 13일까지 7개월에 걸쳐 저지른 범죄사실 총 27건이 명시됐다. 공소장의 범죄일람표를 바탕으로 정인이의 마지막 7개월을 돌아봤다.

장씨와 안씨는 2020년 1월 17일부터 정인이를 집으로 데려와 키웠다. 법원의 입양허가가 정식으로 나온 건 2020년 2월 3일이다. 그리고 불과 한달여 뒤에 학대와 폭행 정황이 드러났다. 공소장에 첨부된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2020년 3월 5일 오후 4시 30분쯤부터 오후 8시 24분까지 3시간 54분에 걸쳐 정인이는 집에 '방치'됐다. 정인이의 나이 불과 8개월이었다.

입양 뒤 양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첫 공판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 앞에서 시민들이 분노를 쏟고 있다. /박상훈 기자

검찰은 "피해자는 영아로서 스스로 자신의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므로 항시 보호자가 피해자에 밀착해 생활하면서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해야 함에도 외출을 하면서 약 3시간 54분 동안 피해자를 집에 혼자 있게 했다"고 지적했다.

범죄일람표에는 적시되지 않았지만 이미 작년 3월부터 정인이에 대한 학대와 폭행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장에는 어린이집 원장이 작년 3월말 정인이의 이마와 볼, 목, 허벅지, 배 등에 빈번하게 멍 등의 상처를 발견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양부모는 검찰이 범죄사실을 확인한 것만 15차례 정인이를 혼자 방치했다. 대부분은 집에 혼자두고 외출하는 식이었고 자동차 안에 정인이를 혼자 둔 적도 두 차례나 있었다. 4월 15일과 6월 24일에는 각각 30분씩 정인이를 자동차 안에 혼자 두고 방치했고, 9월과 10월에는 수시로 정인이를 집 안에 혼자 방치했다. 10월 5일부터 8일까지 나흘 동안은 매일 1시간 넘게 정인이를 집에 혼자 뒀다.

정인이에 대한 양모의 폭행이 처음 확인된 건 작년 6월초다. 범죄일람표에 따르면 양모는 집 안에서 정인이의 좌측 쇄골 부위를 가격해 골절되게 만들었다. 이때 정인이는 불과 생후 11개월 때였다.

6월 17일 오후 7시쯤에는 쇄골 골절로 깁스를 하고 있던 정인이의 어깨를 강하게 밀쳐 정인이가 뒤로 넘어지면서 '쿵' 소리가 날 정도로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게 했다. 6월부터 7월 중순사이에는 정인이의 우측 허벅지를 가격해 우측 대퇴골 원위부가 골절되게 하고, 정인이 우측 옆구리를 가격해 우측 9번째 늑골을 골절시켰다.

8월에는 엘리베이터에서 양모가 정인이를 학대하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8월 24일 오후 4시 37분쯤 양모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면서 화가 나고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정인이가 타고 있던 유모차를 양손으로 힘껏 밀어 벽에 부딪히게 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서는 유모차의 손잡이를 강하게 밀쳐 유모차 앞 부분이 들렸다가 바닥에 부딪히게 해 정인이에게 고통과 공포감을 줬다.

2020년 9월 14일과 25일에는 엘리베이터에서 정인이를 함부로 대하는 장면이 찍혔다. 9월 14일 오전에는 왼팔로 정인이의 목덜미만을 감아 들고 엘리베이터에 타는 장면이 찍혔고, 같은 날 다른 시간대에는 마치 짐을 나르듯이 양손으로 정인이의 목을 잡아 정인이의 몸이 공중에 뜨게 한 채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9월 25일에는 정인이가 타고 있던 유모차를 밀쳐 엘리베이터 벽에 부딪히게 하는 장면이 다시 확인됐다. 모두 정인이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다.

양모는 9월부터 10월 사이 수시로 정인이를 폭행했다. 9월 초순쯤부터 10월 초순 사이에는 정인이의 뒷머리를 가격해 후두부가 약 7cm 골절되게 했고, 비슷한 기간에 정인이의 좌측 등 부위를 가격해 좌측 8번째 늑골외측과 9번째 늑골이 골절되게 만들었다. 정인이 우측 팔부위를 가격해 우측 자골 근위부도 골절됐다.

정인이를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가 지난 1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치고 법원 청사를 빠져나가고 있다. /박상훈 기자

10월 초순에는 정인이의 좌측 등 부위를 가격해 좌측 8번째 늑골과 10번째 늑골이 골절되게 했고, 우측 등 부위도 가격해 우측 10번째 늑골 역시 골절됐다. 10월 초순쯤부터 10월 12일 사이에는 정인이의 좌측 겨드랑이 부위를 가격해 좌측 견갑골이 골절되게 했고, 머리 부위에 타박상도 입혔다. 정인이의 배 부위를 가격해 소장과 대장의 장간막이 찢어지게 한 것도 이때다.

검찰은 "수차례에 걸쳐 정인이를 폭행해 좌측 쇄골골절, 우측 대퇴골 골절, 우측 늑골 골절, 후두부 골절, 좌측 늑골 골절, 우측 척골 골절, 좌측 견갑골 골절, 머리부위 타박상, 장간막 파열 등의 상해를 가했다"고 밝혔다.

10월 12일은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 날이다. 사망하기 전 날까지도 폭행이 이어졌고 정인이의 온몸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마지막 폭행은 정인이가 사망한 10월 13일에 있었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인이 양모는 2020년 10월 13일 오전 9시 1분부터 10시 15분까지 정인이의 복부를 손으로 수차례 때려 바닥에 넘어뜨린 다음 계속해서 발로 복부를 강하게 밟았다. 결국 정인이는 같은 날 오후 6시 40분쯤 췌장이 절단되고 약 600ml 상당의 복강 내 출혈 및 광범위한 후복막강 출혈이 발생하는 등 복부손상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당초 정인이 양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했지만, 지난 13일 첫 공판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로 적시했다. 7개월에 걸친 지속적인 학대와 폭행의 결과가 사망으로 이어진 것을 감안한 것이다. 검찰에 자문한 법의학 전문가와 단체들도 강한 외력에 의한 복부손상이 사망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 인정된다고 봤다.

공소장은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기만 한 양부의 책임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검찰은 "양모가 정인이에 대한 양육 스트레스 등으로 분노를 참지 못해 정인이를 빈번하게 폭행하는 등 학대를 해 정인이의 몸이 극도로 쇠약해졌다는 사실을 (양부가) 알고 있었고, 학대를 당한 정인이가 이유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몸무게가 현저히 감소된 상태였음에도 병원에 데려가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거나, 양모의 폭행을 제지하거나, 정인이를 양모로부터 분리하는 등의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정인이에 대해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양육·치료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황보 의원은 "입양 제도를 탓하기 보다 아동 학대 대책을 마련해 이런 사건을 제도적·행정적으로 방지할 노력을 해야한다"고 했다.



범죄일람표 순번은 적용 혐의 순. /그래픽=송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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