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재난지원금 수혈 잇따라..'차등 지급' 논란도
문 대통령 '지자체 역할·보완론' 거론..내년 선거 앞두고 지급 사례 증가 촉각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긴급 재난지원금 지급을 놓고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인다.
전 주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재난지원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할 방침이거나, 아예 지급을 검토하지 않는 지자체도 있다.
따라서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을 둘러싸고 "선심성 행정이다",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등 논란도 가중된다.
이재명 발(發) 보편적 재난지원금…전 주민에게 10만∼25만 원 지급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도민에게 10만 원씩 지급하는 '2차 재난 기본소득 지급' 방침을 여당과 조율 끝에 확정했다.
다만 지급 시기는 방역상황을 고려해달라는 더불어민주당 측 요구에 따라 설 전이냐, 설 이후냐를 놓고 검토 중이지만 설 전 지급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지사는 19일 페이스북에 "일반적으로 말하는 '가난한' 지방정부는 '재난지원금을 지급 못 할 정도로 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와는 다르므로 지방 도시가 가난하다 해도 지방정부가 반드시 그에 비례하여 가난한 것은 아니다"며 "결국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느냐 마느냐는 예산 부족 문제라기보다 정책의 필요성과 예산 우선순위에 대한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고 밝혔다.
전남 순천시도 전 시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설 명절 이전에, 여수시는 지원금을 전 시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이른 시일 내'에 각각 지급하기로 했다.
해남군은 전 군민에게 1인당 1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난 7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일정으로 지급하고 있고, 영암군도 1인당 1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할 계획이다.
광양시와 고흥군도 지급을 검토하기로 했다.
강원도 인제군도 전 군민에게 1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경북 울진군은 군민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기 위해 예산 50억원을 확보해 군의회에 승인을 신청했다.
경남 고성군과 산청군도 군민 1인당 1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원한다.
가구·소상공인·취약계층 등에 핀셋 지급
가구당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취약계층 등에 '핀셋'으로 지급하는 지자체도 있다.
울산시와 5개 구·군은 설 명절 전에 전 가구에 10만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다만, 가구 구성원 수와 상관없이 가구별로 일괄 10만원씩 지급하는 것을 두고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형평성에 관한 지적을 알지만, 가구 구성원 수를 구분해서 지원금을 산정하는 과정이 엄청난 일이고 그 예산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라면서 "여러 장단점을 고려한 결과, 가구 단위로 보편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인천시와 대전시도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등에게 선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제주도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피해가 심한 도민을 중심으로 선별 지급할 방침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거리두기 방역을 강화할수록 피해 업종, 피해 계층이 느끼는 고통은 이미 한계점을 넘어선 지 오래다"면서도 "무차별적으로 지원하지 않겠다. 거리두기 방역으로 생존의 막다른 한계에 처한 자영업자분들께 더 많이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재정 여력 안 돼요" 보편·선별 지급 엄두가 안 난다
반면, 재정 여력이 없어 보편적이든 선별적이든 자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지자체도 상당수다.
전남 함평군 관계자는 19일 "군 재정 여건이 열악해 군 자체적으로 재난지원금을 전 군민에게 지급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 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 곡성군민 김모 씨는 "여수시의 경우 4인 가구에 100만 원을 준다는데, 곡성군민은 한 푼도 못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같은 국민들 사이에서 차별이 있다고 생각하니 화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들의 재난지원금 지급 요구 등이 잇따를 경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자체들이 이를 마냥 무시하기도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 언급 지급 방향에 영향 줄지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지자체 역할론 또는 보완론'을 언급해 지자체들의 재난지원금 지급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재난지원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 경우에 지역 차원에서 말하자면 보완적인 그런 부분은 지자체에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지자체 한 공무원은 "코로나로 가뜩이나 가계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자체 여건에 따라 재난지원금이 차등 지급되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청와대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지자체와 면밀히 조율해 일관성 있는 정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성호 김경태 전승현 이재현 강종구 허광무 고성식 김준호)
shch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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