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CEO 앉힌 신동빈 '인적쇄신' 통할까
[편집자주] 재계서열 5위 롯데그룹이 사상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유통시장에 이제 ‘강자 롯데’는 없다. 쿠팡과 네이버가 온라인 중심의 시장 헤게모니를 장악한 가운데 롯데는 조연으로 전락했다.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하던 화학마저 업황부진으로 허덕인다. 신동빈 회장이 ‘위기극복’과 ‘변화’를 외치지만,돌파구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롯데 위기의 원인을 짚어보고 뉴롯데의 길을 모색해본다.
"기업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지난 2년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조직 문화 쇄신을 강조했다. 지난해 신 회장의 오른팔로 불렸던 황각규 전 부회장을 퇴진시키고 외부 인사를 핵심 보직에 앉히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지난 5년간 외부 악재에 시달리면서도 지배구조 개편과 사업부문별 구조조정, 체질 개선에 집중해 왔다. 그룹의 주축인 유통부문에서는 오프라인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점포 구조조정과 함께 온라인 전환을 위한 투자를 단행했고 미래 성장동력인 화학 부문은 고부가 스페셜티 부문에 집중하며 글로벌 케미컬 기업으로의 도약을 추진한다.
◇생존 위해 쇄신 불가피…신동빈 회장의 핵심 키맨은=지난해 8월 황 전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롯데그룹 안팎에 큰 충격을 줬다. 그는 경영권 분쟁과 재판, 구속에 따른 신 회장의 경영공백 상황에서 그룹을 이끌어왔던 핵심 측근이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의 조직 쇄신에 대한 의지가 크다는 뜻으로 읽었다.
신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송용덕 부회장도 조직 쇄신과 인적 혁신에 대해 강조해왔다. 그는 올 VCM에서 '위닝 스피릿' 등 조직 문화 변화 필요성을 제시하고 미래형 인재 발굴 및 육성을 강조했다. 신 회장의 '쇄신'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가운데서는 롯데쇼핑의 구조조정을 이끌고 있는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 겸 유통BU(비즈니스부문)장이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해 110여 곳의 매장을 정리하고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강한 실행력을 보여주고 있다.
롯데그룹의 오래된 순혈주의를 깨고 롯데마트 수장에 오른 강성현 대표는 파격 인사인만큼 신 회장의 기대감이 크다. 2019년 롯데네슬레코리아를 맡으며 대대적인 쇄신으로 1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시킨 경험이 구조정 중심에 있는 롯데마트에서 발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동빈 회장이 그리는 '뉴롯데'=경영권 분쟁 이후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해 온 롯데그룹은 유통 부문의 부활과 글로벌 케미칼 기업으로의 도약을 통한 미래 먹거리 확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유통, 식품부문의 경우 과거의 독보적인 경쟁력을 되찾아야 한다. 특히 온라인으로 채널 시프트가 급격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 경쟁력을 온라인에서 어떻게 발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지난해 통합온라인몰 롯데온을 출범하고 3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e커머스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화학 부문에서도 투자를 통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외형성장이 시급하다. 앞서 롯데그룹은 2023년까지 50조원을 투자하고 이가운데 40%를 화학사업 부문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9년 터키 '벨렌코'를 인수하고 지난해 히타치케미컬 인수 회사인 쇼와덴코 지분을 일부 매입했으며 두산솔루션 인수 합자회사에도 29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신규 투자 수요를 꾸준히 찾고 있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롯데그룹이 치중해온 지주회사 체재 확립이 갖춰진 만큼 체질 개선에 돌입해야 하지만 미래성장동력인 화학 부문은 대외 여건상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또 다른 주축인 쇼핑과 호텔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컸다"며 "유통을 중심으로 수익성 위주의 구조조정에 돌입한 만큼 성과를 지켜볼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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