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공유제는 정치적 메시지, 특별재난연대세가 구체적 답"

노지원 2021. 1. 1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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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에 듣는 코로나 양극화 해법
③장혜영 정의당 원내대변인
재난의 무게는 모두에게 같지 않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더 심각해진 불평등을 해소할 방안을 놓고 정치권의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민주당은 코로나로 ‘특수’를 누린 기업이 손해 본 이들과 자발적으로 이익을 나누는 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 이를 ‘기업 손목 비틀기’라며 반대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재정 지출 구조조정을 강조한다. 반면 정의당은 특별재난연대세 도입 등 증세를 통한 국가 역할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한겨레>는 이처럼 각기 다른 코로나19 양극화 해소 방안에 대해 각 당의 정책 담당자들에게 직접 의견과 대안을 물어봤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텨뷰를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의당이 코로나 19가 불러온 양극화를 해소하자며 구체적인 해법을 제안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코로나 2차 대확산이 기승을 부릴 무렵, 즉 2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시작될 즈음이었다. 이때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특별재난연대세’ 도입을 제안했다. “위기가 장기적으로 지속할 가능성이 아주 높은 상황에서 매번 국채를 발행해 재난지원금을 마련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 그 어느 정당이라도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취지였다. 석달 뒤엔 특별재난연대세와 소상공인 영업손실 보상을 위한 법안 발의도 마쳤다. <한겨레>는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장 의원을 만나 왜 증세를 해야 하는지 물었다.

-특별재난연대세는 무엇인가?

“코로나 확산으로 어떤 사람은 이익을 보거나 고소득을 유지하는 반면, 누군가는 직업을 잃고 가게 문을 닫는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해지는 재정의 필요를 충당하기 위해 고소득자, 소득 증가자들의 소득에 5% 세금을 재난 시기에 한해 부과하자는 것이다. 절반은 재난지원기금, 나머지 반은 고용보험기금으로 배정해 사회 연대를 실천할 수 있는 ‘한시적인 세금’을 만들어 보자는 기획이다. 예컨대 임차인이 없으면 임대인이 어떻게 소득을 유지하겠나. 기업도 노동자 없이는 초과이익을 달성할 수 없지 않나. 코로나 양극화 극복을 위해 국가 재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재정 손실을 무엇으로 충당할지 현실적인 대안을 내겠다고 생각했다.”

-해외에 비슷한 사례가 있나

“미국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이 ‘억만장자들이 부담케 하라’(Make Billionaires Pay Act)는 제목의 법안을 발의했다. 코로나 이후 주가상승 등으로 재산이 늘어난 부호의 재산 증가분에 60%의 세금을 한시적으로 매겨서 보건의료 재정으로 쓰자는 것이다. 순자산을 보유한 사람에 한정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늘어난 자산 증가분에 한해 일회성으로 부과하는 세금이다.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그 정신은 특별재난연대세와 비슷하고 할 수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소상공인 영업보실 보상법’도 제안했는데.

“정확히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과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 구체적으로 숫자를 넣어 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매출이 감소하면 임대료 30%를 감면하고, 50% 이상 감소하면 임대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지면 (추가 피해를 덜기 위해) 아예 영업을 접고 싶은 분들도 있다. 이분들이 신속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감염병예방법에 민간 자영업자가 정부의 영업정지 명령 등으로 임대료 등 고정적 지출에 대한 손실을 봤을 때 이를 보상받도록 근거를 만들었다. 2월 국회에서 특별재난연대세와 소상공인 영업손실 보상법을 속히 논의해야 한다.”

-손실을 어떻게 산정하고 보상하나? 비용은 얼마나 될까?

“집합금지 업종에 해당하는 소상공인이 15만명, 영업제한이 32만명 정도로 지급 대상은 대략 50만명 정도다. 지역별로 격차가 있긴 하지만 2019년 기준 전국 소상공인 평균 월세는 127만원이다. 이 두 숫자를 곱하면 대략 한 달에 6350억원 재원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 달에 6000억원이라고 하면 열 달이면 6조원 정도다. 한국 수준의 재정 건전성을 가진 정부라면 얼마든지 부담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소상공인이 견딜 수 있는 효과를 본다면 다른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을 아낀다고 볼 수 있다.”

-기획재정부 등 재정 당국이 ‘재정 건전성’을 내세우며 반대할 텐데?

“‘돈 없으니 쓰지 말자’고 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앞으로 예상되는 재정 수요를 무엇으로 채울지 현실적 대안을 내면 된다. 그래서 특별재난연대세를 제시한 것이다. 이런 종류의 세금을 신설해 연대하는 경험이 사회복지세·부유세 신설 등 로드맵으로 나아가기 위한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제안한 이익공유제는 어떻게 평가하나?

“현재 민주당은 백신 도입이 눈앞에 온 시점인데도 다듬어지지 않고,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이익공유제를 이야기한다. 심지어 이 역시 기업의 선의에 맡긴다고 한다. 무책임하다. 실효성도, 안정성도 없어 보인다.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 여당이 도입한 ‘착한 임대인 운동’(임대료를 깎아준 임대인에 정부가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며 임대료 인하를 독려하는 캠페인)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자발적으로 참여할지, 자원 규모가 얼마나 확보될지, 어디에 쓸지도 정해지지 않은 애매한 상태다. 정치적인 메시지 수준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의 현실은 메시지로만 무마되는 게 아니다.”

-지난 1년간의 상황을 보면 과연 코로나 양극화 해법이 있을지 회의적이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정부의 재정 여력이 풍부한데도 집권 여당이 낡은 재정 건전성 논의에 빠져서 양극화 문제를 정치적으로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판단의 대가를 시민들, 특히 취약 계층이 치르고 있다. 정부는 방역과 경제라는 큰 틀에서만 생각하는 듯한데 사람들의 삶은 아주 구체적인 맥락 안에 들어있다. 코로나 같은 재난 상황에 특히 취약한 사람을 지원하기 위한 법과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바로가기 : ①정태호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집합금지·제한으로 입은 손해는 정부재정에서 지원해야”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79452.html

▶바로가기 : ②지상욱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 “이익공유제는 정치적 수사, 증세는 원칙 필요…예산 구조조정으로 풀자”   
http://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794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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