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보단 '유희시설'인데.."복합쇼핑몰 닫아도 전통시장 안 가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전통시장·골목상권을 살린다는 명목 아래 2월 임시국회에서 '복합쇼핑몰 월 2회 의무 휴업'을 강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유통업계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복합쇼핑몰은 단순 쇼핑 시설이 아니라 유희 시설에 가까워 규제의 정당성이 떨어지고, 소상공인 살리기 효과도 적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14건에 달하지만, 그중에서도 스타필드, 롯데몰 등 복합쇼핑몰의 월 2회 의무휴업을 담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이 가장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거론된다.
'복합쇼핑몰 규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10대 공약 중 9순위였다. 전통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2012년부터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 적용한 월 2회 강제 휴무와 심야영업 금지를 대기업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에도 확대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영업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이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내년으로 끝나는 만큼 대통령 선거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여당이 이번에 해당 법안 통과를 강력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복합쇼핑몰 규제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자유로운 영업 보장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여당은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유통 공룡' 복합쇼핑몰을 규제해야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는 실질적으로 복합쇼핑몰 문을 닫는다고 소비자가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한 복합쇼핑몰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식료품을 주로 팔고 있기 때문에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를 통해 그 수요가 아주 일부라도 전통시장으로 이동했을 수 있다"며 "하지만 복합쇼핑몰은 '식료품 유통'보다는 '유희'가 더 주된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희 시설을 이용하러 복합쇼핑몰을 찾는 이들이 복합쇼핑몰 문이 닫는다고 전통시장을 찾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복합쇼핑몰은 그동안 '몰링'(Malling·복합쇼핑몰을 통해 쇼핑과 다양한 문화 체험을 동시에 즐기는 소비 형태) 등 고객의 체험이 가능한 곳을 만들겠다는 목표에 따라 아쿠아리움, 스포츠 체험시설, 키즈카페, 스크린골프장, 볼링장 등 매장 내 입점매장 다양화와 시설 강화에 힘써왔다. 서울의 한 복합쇼핑몰의 경우 쇼핑 공간 비중은 30%에 불과하지만, 체험·여가·오락·F&B(식음료) 매장 비중은 70%에 달한다.
복합쇼핑몰이 오히려 주변 맛집 등 상권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복합쇼핑몰에 있는 식음시설이 마음에 들지 않는 소비자들의 경우 주차 시설 구비가 잘 돼있는 복합쇼핑몰에 주차를 해두고, 주변 맛집 탐방을 한다는 것이다. 한 복합쇼핑몰 관계자는 "주차 시설 구비가 잘 돼있으니 주차만 하고 주변 상권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유통학회의 '복합쇼핑몰이 주변 점포 및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카드 데이터를 토대로 스타필드시티 위례 주변 상권 매출을 분석한 결과 출점 1년 만에 반경 5㎞ 내 상권 매출이 6.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복합쇼핑몰이 집객 효과를 일으키고 상권을 성장시켜 전체 매출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처럼 복합쇼핑몰이 주변 상권을 살리고 소비자 편익을 증대하는 측면이 적지 않아 최근에는 오히려 소비자들이 먼저 복합쇼핑몰 입점을 원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 창원지역발전연합회는 지난해 '스타필드 창원의 조속한 입점을 바란다'는 내용으로 창원시청 인근에서 시위를 벌였고, 시민 2200명의 서명을 담은 '스타필드 창원 연내착공 희망서명서'를 창원시에 제출하기도 했다.
복합쇼핑몰 규제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소비자단체 컨슈머워치는 "소비자는 자신에게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며 "유통 규제는 중소상인들이 변화할 동력을 없애고, 소비자의 후생을 감소시키며, 유통산업의 침체 등 오히려 경제를 악화시킬 뿐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복합쇼핑몰 규제로 중소상인이 얻는 혜택은 제한적이며,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을 가로막고 유통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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