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돌봄터' 운영을 비영리단체가?.."돌봄의 질 천차만별 우려"

장지훈 기자 2021. 1. 1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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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학교 협력 돌봄교실 내년까지 1500곳 신설 추진
"돌봄 지자체 이관 수순..운영 주체 따라 고용불안 야기"
경기 안양 한 초등학교 돌봄교실. 2020.4.14/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정부가 초등학교는 시설을 제공하고 돌봄 업무는 지자체가 도맡는 '학교돌봄터' 사업을 신규 추진하면서 비영리단체도 돌봄교실 운영에 참여하도록 허용한 것을 두고 돌봄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학교가 돌봄의 주체가 되는 현행 초등돌봄교실과 지자체가 직영하거나 비영리단체가 위탁 운영하는 학교돌봄터 등이 혼재되면서 돌봄의 질이 천차만별로 차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향후 돌봄 업무의 지자체 이관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는 19일 '지자체-학교 협력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내년까지 초등학생 총 3만명이 이용할 수 있는 학교돌봄터를 전국에 1500곳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750곳은 오는 9월부터 운영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초등돌봄교실을 학교배움터로 전환할 수도 있고 별도로 신설할 수도 있다.

학교돌봄터는 지자체가 돌봄 제공부터 아동의 안전 보장, 인력 채용, 행정 업무, 시설 관리 등을 책임지고 학교는 교실이나 운동장 등 시설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교육공무직인 돌봄전담사(돌봄)와 교사(행정 업무)가 협업해 운영하는 초등돌봄교실의 운영 주체가 학교라면 학교돌봄터는 지자체가 운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전국 교육공무직 노조 연대체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학교돌봄터 운영 주체에 지자체뿐 아니라 비영리단체가 포함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가 학교돌봄터를 직영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비영리단체가 위탁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안내했는데, 민간을 끌어들인 것은 '공적 돌봄' 강화라는 사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모윤숙 전국여성노조 사무처장은 "비영리단체에게도 돌봄교실을 운영할 권한을 준 것은 돌봄의 민영화"라며 "국가가 책임을 지고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모 처장은 "초등 돌봄의 양적 확대에만 치중한 무리한 정책"이라며 "운영 주체가 난립하면서 모든 학생이 균질한 서비스를 받아야할 돌봄의 질이 들쑥날쑥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돌봄 서비스 확충을 위해 비영리단체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2017년 학교돌봄과 마을돌봄을 합쳐 33만명이 이용한 초등 돌봄을 오는 2022년까지 53만명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초등돌봄교실과 학교돌봄터, 마을돌봄 모두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직영할 것을 권장하고 여의치 않은 경우 전국 11곳이 운영 중인 사회서비스원으로 위탁할 수 있도록 했다"며 "다만 사회서비스원이 없는 지역도 있어 일반 비영리단체도 포함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돌봄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세부계획을 발표할 때는 초등돌봄터 위탁 운영이 가능한 비영리단체를 구체화하고 모집 요건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돌봄터 사업이 돌봄의 지자체 이관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초등돌봄교실과 학교배움터는 별개여서 학교돌봄을 지자체로 이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지만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초등 돌봄의 지자체 이관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박성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정책국장은 "학교돌봄터는 1500곳 규모로 한시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지자체 주도의 돌봄이 시행됨으로써 운영 주체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비화할 수 있다"며 "지금처럼 학교가 돌봄 업무를 총괄하고 지자체는 재정 지원으로 뒷받침하는 모델은 왜 고려되지 않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이어 "돌봄의 운영 주체가 다양해지면서 전담사들의 처우가 서로 달라지거나 고용불안이 야기될 수 있는 측면도 걱정된다"며 "특히 비영리단체가 위탁 운영하는 경우 돌봄 서비스를 지속할 안정성을 갖췄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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