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피밭'은 숨은 청소부, '해초 공'으로 플라스틱 수거한다

조홍섭 2021. 1. 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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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서 사람이 버린 플라스틱 수백만t이 해마다 바다로 들어간다.

연안 잘피밭이 많은 양의 플라스틱 조각을 '해초 공'으로 뭉쳐 해변으로 옮겨놓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사말 등 해초가 자라는 잘피밭이 우리에게 공짜로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 목록에 생물 다양성 증진과 온실가스 흡수 등에 더해 플라스틱 쓰레기 제거 기능이 추가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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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해초 섬유질 엉긴 틈에 kg당 플라스틱 1400개, 지중해 연간 8억개 수거 추정
지중해의 잘피밭을 이루는 포시도니아 오세아니카 군락. 다양한 생태계 기능과 함께 플라스틱 제거 기능도 하는 사실이 밝혀졌다. 조르디 레가스 제공.

육지에서 사람이 버린 플라스틱 수백만t이 해마다 바다로 들어간다. 그러나 모든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 밑바닥에 쌓이는 것은 아니다.

연안 잘피밭이 많은 양의 플라스틱 조각을 ‘해초 공’으로 뭉쳐 해변으로 옮겨놓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사말 등 해초가 자라는 잘피밭이 우리에게 공짜로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 목록에 생물 다양성 증진과 온실가스 흡수 등에 더해 플라스틱 쓰레기 제거 기능이 추가되게 됐다.

해초의 섬유질 속에 플라스틱 조각이 함께 엉긴 해초 공의 모습. 마르타 베니 제공.

아나 산체스-비달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연구자 등은 지중해의 대표적 잘피밭인 포시도니아 군락지가 이런 방식으로 제거하는 플라스틱 조각이 해마다 8억6700만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19일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자들이 마요르카 섬에서 조사한 결과 온대성 해초인 포시도니아의 섬유질이 공 모양으로 서로 엉겨 해변으로 밀려오는데 여기에 ㎏당 평균 1470개의 플라스틱 조각이 들어있었다. 플라스틱 조각은 평균 1㎝ 크기로 주로 물에 잘 뜨지 않는 폴리머 섬유와 실 등으로 그렇지 않았으면 바다 밑에 가라앉았을 것이었다.

섬유질과 플라스틱 조각이 엉겨 해초 공을 형성하는 과정. 산체스-비달 외 (2021)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거머리말처럼 생긴 지중해 고유식물인 포시도니아는 가을에 잎을 떨구는데 잎몸이 떨어져 나간 잎집에 섬유질이 풍부하다. 바닷물에 쓸려 떨어져 나간 섬유질이 서로 엉겨 공을 형성하며 폭풍 때 해변에 밀려 나온다.

연구자들은 “해변에 떠밀려온 해초 공의 17%에서 다양한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을 검출했다”며 “잘피밭은 부유물을 가라앉히고 붙잡는 기능을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중국 하이난 섬 잘피밭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해초밭이 없는 곳보다 2.9배까지 높은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육지에서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는 결국 바다에 모이는데 물에 뜨는 플라스틱은 흔히 심각하게 여겨지지만 전체 플라스틱 폐기물량의 1% 이하이고 대부분은 가라앉는다. 이번 연구는 이렇게 가라앉은 플라스틱 일부가 잘피밭의 자연적인 기능으로 해변으로 되돌려 보내지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잘피밭은 물고기 등 바다 생물이 번식하고 자라는 장소이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해안을 보호하는 등 다양한 생태계 기능을 한다. 포시도니아 숲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잘피밭은 수질 정화, 이산화탄소 흡수, 기후변화 영향 완화, 해안 보호, 물고기 등 다양한 해양생물의 생육 등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하지만 여기에 플라스틱 폐기물 회수 기능이 추가되게 됐다”고 밝혔다. 지중해의 포시도니아 잘피밭은 면적이 지중해 연안의 3%인 3만8000㎢에 이르는 오래되고 거대한 규모의 바다 숲이지만 1960년대 이후 13∼50%가 사라졌다(▶폭 15킬로 나이 12만 살 해초가 지중해에 산다).

연구자들은 “포시도니아 종은 잎집이 얇고 리그닌 섬유질 함량이 높아 뻣뻣하기 때문에 해초 공 형성이 쉽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남해 일대에는 거머리말 등 다른 해초 종으로 이뤄진 잘피밭이 분포하지만 해초 공을 형성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포시도니아 잘피밭에서 생성된 해초 공이 폭풍으로 해변에 밀려 나와 있다. 해초 공에 포함된 플라스틱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해초 공이 플라스틱 제거 기능해 주지만 “해초 공 자체를 어떻게 할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단단하고 잘 분해되지 않아 그대로 둘 수도 있지만 플라스틱이 결국 어디로 갈지는 모른다. 또 공의 해초 성분이 해안 생태계에 영양분과 서식지를 제공하고 해안을 보호하는 기능도 있어 무작정 제거하기도 어렵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연안 잘피밭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연구자들은 “이미 밝혀진 잘피밭의 생태계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기 위해서도 보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0-79370-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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