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언택트 호황' 속 위험한 질주.. 보험 없이 달리는 배달원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집에서 음식을 시켜먹는 사람들이 크게 늘면서 배달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이와 함께 배달 사고도 늘었지만, 여전히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배달 종사자들이 많아 안전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19일 배달종사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아직도 배달원들의 오토바이(이륜차) 유상운송 종합보험 가입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보험이 없으면 본인 치료비 부담 뿐 아니라 제3자가 다칠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보험 가입이 안된 배달원들이 사고를 낼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사고로 다친 피해자에 대한 보상이 어렵다는 점이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인 배달원은 개인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치료비 등 배상액을 배달원 대신 배달대행업체 사업주에게 민법상 사용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배달원이 배상금을 부담할 경제력이 안 되는 경우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방법이 사실상 없는 셈이다.

송해도 노무사는 "배달원 본인이 다친 경우에는 산재보험이 있다면 이를 이용하면 되지만, 유상종합보험에 미가입된 배달원 실수로 다친 피해자는 치료비 등을 보상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유상운송배달용 종합보험에 가입한 오토바이 수는 총 2만4720대다. 전체 오토바이 등록대수(224만대) 중 1% 정도만 유상종합보험에 가입된 것이다.

배달종사자들의 유상종합보험 가입률이 떨어지는 것은 보험료 부담 때문이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보통 유상종합보험에 들려면 연간 300만~400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야한다. 사고 누적 횟수가 많은 경우에는 연간 1000만원까지 보험료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유상운송배달용 오토바이의 유상종합보험료가 높게 책정된 이유는 배달업무 중 사고율이 높아서다.

이 보험료는 배달대행업체나 배달플랫폼 업체가 부담할 의무가 없다. 100% 배달원 개인의 몫이다.

7년차 경력의 배달종사자 김모(43)씨는 "배달 노동자들이 매년 몇백만원의 보험료를 내기에는 부담이 커 가입을 못한다"며 "1년에 20만~30만원 정도만 내면 되는 가정용 오토바이 보험에라도 가입해 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오토바이 가정용 보험 가입대수는 약 82만대에 달한다. 연간 보험료 평균액은 14만2000원이다. 가정용 보험은 출퇴근 또는 사적인 목적으로 오토바이를 이용하다 사고 발생시 손해를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문제는 오토바이 가정용 보험은 배달업무와는 무관한 보험이라는 점이다. 사고를 낸 일부 배달원들은 가정용 오토바이 보험 보상이라도 받기 위해 배달업무 중 일어난 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하다 '보험사기'로 형사입건 되는 경우도 많다.

경찰 관계자들은 오토바이 가정용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 "지인을 만나러 이동하거나 출퇴근하면서 다쳤다"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는 경우에는 보험 사기가 된다고 경고한다.

보험 없이 배달업무를 하다 사고를 내고 형사책임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배달원들도 많다. 오토바이 유상종합보험 가입자의 경우 교통사고 발생 시 피해자가 다쳐도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만, 무보험 배달원은 형사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대구의 한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하는 박모(38)씨는 "지인 중에 보험없이 배달 중 사고를 냈다가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지 않아 입건된 사례가 있었다"며 "요즘같은 눈길에 속도를 내다보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배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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