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년] 1·2차 유행은 '신속조치', 3차는 '뒷북조치'.. 흔들린 K-방역
20일로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만 1년이 된다. 코로나가 유행한 지난 1년 동안 정부의 방역 대응에 대한 평가는 ‘3차 유행’ 전과 후로 나뉜다. 1·2차 유행 때는 신속하고 획기적인 방역 조치로 확산을 조기에 차단했지만, 3차 유행에 있어서는 ‘뒷북 조치’로 비판을 받은 것이다.
◇ 신천지 대구교회發 1차 유행은 진단검사·고강도 거리두기로 잡아
코로나 ‘1차 유행’은 지난해 2월 18일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국내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여러 확진자 중 한명으로 생각됐던 31번째 확진자는 당국의 역학 조사 결과 증상이 발현된 후 두 차례에 걸쳐 신천지 예배에 참석했다. 당시 1000여명이 함께 예배를 봤고, 방역 수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1차 유행 당시 정부는 신속하게 집중적인 진단검사를 실시해 추가 전파를 막았다. 신천지 관련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4일 만인 지난해 2월 22일 정부는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9300여명에 대한 전수검사에 들어갔고, 전원 14일 자가격리를 실시하도록 했다. 또 4일 후인 2월 26일에는 신천지 교인 21만2000명의 명단을 확보해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도 빛을 봤다. 신천지 대구교회를 기점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하자 정부는 3월 22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집단감염 위험이 있는 종교시설,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 등 일부 업종의 운영을 제한하고, 아프면 쉬기·2m 이상 거리두기 등의 방역 수칙도 적용했다.
◇또 거리두기 효과 본 2차 유행… 소비 쿠폰 풀며 ‘경제활성화’ 주력
‘2차 유행’은 1차 유행 후 약 6개월 만에 시작됐다. 8월 중순부터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등이 중심이 된 광복절 집회 이후 코로나가 재차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인구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에서 시작된 2차 유행은 약 한달 간 지속됐지만, 정부의 발빠른 거리두기 격상 조치는 또 성과를 거뒀다.
정부는 광복절 집회 후 하루가 지난 지난해 8월 16일 서울에서 적용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19일에는 인천을 포함한 나머지 수도권 지역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높였다.
두 차례 위기를 ‘K-방역’으로 극복한 정부는 방역의 고삐를 풀기 시작했다. 확진자 증가세가 꺾이자 지난해 10월 초 전국의 거리두기 단계를 1단계로 조정하고, 10월 말에는 여행과 외식을 권장하며 내수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어 지속가능한 코로나 대응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기존 3단계였던 거리두기 체계를 5단계로 개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 망설이다 3차 유행 장기화
문제는 3차 유행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20일 코로나 3차 유행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경기 침체를 우려해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을 하는데 주저하다, 무증상 감염자가 지역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후였다.
날씨가 추워지며 가족·지인 모임, 실내 체육시설 등 생활 속 집단 감염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여러 전문가들이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부는 12월 1일이 돼서야 수도권의 거리두기를 2단계로 올렸다.
거리두기를 2.5단계로 올려야 할 상황에서는 ‘2단계 플러스 알파(+α)’라는 변칙을 택했다. 지난달 초 확진자 수가 연일 400~500명대를 오가며 전국 2.5단계 격상 기준을 넘어섰지만, 중·소상인의 경제적 피해를 이유로 거리두기 격상을 망설이다가 지난달 8일이 되서야 수도권의 거리두기를 격상했다.
결국 3차 유행이 시작한 지 한달 만에 하루 확진자는 연일 1000명을 넘었다. 12월 25일에는 역대 최고치인 1240명에 이르렀고, 올들어 지난 5일에는 국내 코로나 누적 사망자도 1000명에 이르렀다. 지난 18일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브라질발(發)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또다른 위험요인도 등장했다.
19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386명이다. 연이틀 신규 확진 환자가 300명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정부는 3차 유행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8일 "하루 10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던 12월 말과 비교하면 유행 규모가 한풀 꺾인 것은 맞지만, 3차 유행은 아직 진행 중"이라며 방역수칙 준수해 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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