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무능한 남편 만나 고생한 아내..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기자 2021. 1. 1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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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으로서 아내에게 뭔가 해 줄 수 있을 때 사는 보람을 느낀다.

60대 후반의 나이에 아내를 뜨겁게 사랑할 수는 없지만 따스하게 사랑할 수는 있다.

아내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벤트가 없을까 아무리 고민해 봐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영문도 모른 채 현관에 들어선 아내는 어리둥절 주변을 둘러보다가 벽에 걸린 현수막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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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으로서 아내에게 뭔가 해 줄 수 있을 때 사는 보람을 느낀다. 가정이 행복하려면 먼저 아내가 행복해야 한다. 60대 후반의 나이에 아내를 뜨겁게 사랑할 수는 없지만 따스하게 사랑할 수는 있다. 며칠 전 아내의 생일이었다. 아내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벤트가 없을까 아무리 고민해 봐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지갑도 넉넉지 않고 고를 만한 물건도 마땅치 않았다. 그러니 선물로 아내에게 감동을 주기보다는 내 정성을 담은 진심 어린 마음을 전하기로 마음먹었다.

A5용지 4장을 길게 연결해 매직으로 ‘축 생신 62주년 기념’이라고 썼다. 그 아래에는 우리 부부 이름을 적어 넣었다. 완성된 ‘현수막’은 벽에 걸었다. 안산에 올라 싸리나무 가지를 잘라내 그 가지를 동그랗게 구부려 아치를 만들었다. 아치 중간중간에는 색색의 종이와 풍선을 매달았다. 그 앞에 케이크와 포도주 한 병, 유리컵 두 개를 놓고 양초에 불을 밝히니 아주 훌륭했다.

영문도 모른 채 현관에 들어선 아내는 어리둥절 주변을 둘러보다가 벽에 걸린 현수막을 봤다. 감격의 눈시울을 적시며 내 곁으로 다가와 내 볼에 얼굴을 맞대고 가볍게 포옹을 했다. 비록 화려한 조명도 없고 밴드의 팡파르도 울려 퍼지지 않았지만 내 정성과 성의를 아내는 짐작했으리라. 우리는 촛불을 사이에 두고 포도주를 서로에게 권하면서 그동안의 시름을 잊고 행복을 비는 건배를 했다. 조촐하지만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부부의 애정과 신뢰, 그리고 서로의 믿음과 관심을 확인했다.

여자들은 아주 작은 일에도 감동한다. 그러나 우리 남자들은 시간이 없다거나 돈이 없다는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는다. 남편들의 이런 무관심은 아내들에게 상처가 된다. 부부란 끝없는 관심과 믿음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 누구나 젊은 처녀·총각으로 만났을 때는 세상 모든 것이 황홀한 장밋빛이다. 그러나 살다 보면 깊은 이해와 넓은 포용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황홀함은 사라지고 상대의 단점만 보인다. 나이 들어 세상 살기가 힘들어도 서로 의지하고 배려하며 남다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세상에 서로 믿고 의지할 존재가 부부 말고 누가 또 있는가.

무능한 남편을 만나 힘들게 산 탓에 꽃처럼 아름답고 건강하던 모습은 사라져 삼단 같은 검은 머리에는 어느덧 흰 서리가 내리고 보름달 같은 얼굴에는 주름이 잡히고 말았다. 그러나 지나간 세월을 탓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더욱 성숙한 사랑을 듬뿍 주는 매력을 발휘해야겠다. 나는 지금도 그날 아내가 감동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행복감에 가슴이 설렌다.

‘젖은 손이 애처로워 살며시 잡아본 순간/거칠어진 손마디가 너무나도 안타까웠소. (중략)/나는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

가수 하수영의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조용히 읊조려본다.

김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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