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출신 환경부 장관, '탄소중립' 이행 힘 실리나

박기용 2021. 1. 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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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청문회] 20일 한정애 후보자 인사청문회 정책 쟁점은?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4일 오전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있는 서울 반포동 한강홍수통제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한정애(56)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한 후보자는 노동운동가 출신의 3선 국회의원이다. 산업안전공단 노조위원장을 시작으로 한국노총에서 노조 활동을 하다 2012년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했다. 19대(2012~2016년)와 20대(2016년~2020년) 국회 내내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했지만 무게 중심 상당부분은 ‘노동’ 쪽에 뒀다. 21대 국회에선 보건복지위원장에 더해 170석이 넘는 거대여당의 정책위의장을 맡았다.

한 후보자가 주로 노동 관련 활동을 해온지라 환경부 장관 지명이 의외란 반응이 있지만 환경 관련 이력도 적지 않다. 학사와 석사 모두 환경공학을 전공했다. 파리기후변화협정 타결 1년 전인 2014년 페루 리마에서 열린 2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한국 대표로 참여한 이력도 있다. 2016년부터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21대 국회에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을 대표발의했다. 동물실험 대신 대체시험을 활성화하는 법안을 발의한 공으로 이 분야 노벨상이라 불리는 ‘러쉬 프라이즈’를 2018년 한국인 가운데 처음으로 수상하기도 했다.

19~20대 국회 8년 간 230건의 법안을 발의했는데, 이중 환경 관련 법안은 주로 화학물질관리에 대한 것이었다. 화학사고를 막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과 실내공기질관리법,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등이다.

논란이 되는 법안 발의 사례도 있다. 한 후보자는 지난해 11월 민주당 정책위의장으로 있을 때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신공항의 신속한 건설을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간소화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건너뛰는 게 뼈대다. 환경단체 등에선 2016년 정부 의뢰로 신공항 타당성을 검증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이 “(가덕도 공항은) 자연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환경 부문에서 낙제점을 준 것을 근거로 환경영향평가제도 주무 부처인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서 부적절한 법안 발의라고 비판한다. 한 의원이 장관이 되면 자신이 대표발의한 법안으로 추진될 신공항의 환경영향평가를 직접 진행하는 ‘이해충돌’ 상황도 생긴다.

한 후보자는 18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가덕도 신공항은 동남권의 물류비용절감과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판단된다. 환경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환경영향평가 협의에 철저를 기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12월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 실현 당정협의’에서 성윤모 산업부 장관(오른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김태년 원내대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대여당 정책위의장 출신 환경부 장관

문재인 정부 마지막해라는 한계는 있지만 여당 정책위의장 출신 유력 정치인이 기후변화 대응 주무부처인 환경부 장관에 지명된 것은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야 할 기업 및 관료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크다.

참여정부 첫 환경부 장관(2003~2004년)이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 이후로는 주로 관료나 시민단체, 교수 출신들이 장관을 맡아왔다. 전문성은 있지만 업무 추진력이 달렸다. 한 후보자 지명을 두고 ‘2030 탄소배출 계획’ 강화 등 기후위기 대응에 속도를 내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4일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한 첫 출근날 한 후보자가 기자들에게 남긴 말도 “탄소중립 이행 방안 마련과 그린뉴딜 추진에 역점을 두겠다”였다.

1년여 임기를 남겨둔 문재인 정부 마지막 환경부 장관이 될 가능성이 큰 한 후보자의 고민은 그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제출한 서면답변서에서 엿볼 수 있다.

한 후보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의에 “작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겨울, 최장기간 장마 등 가시화되고 있는 기후위기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환경을 물려주기 위한 탄소중립의 확실한 기틀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수많은 환경 관련 사안 중에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핵심 열쇳말로 꼽은 것이다. 한 후보자는 그러면서 “미세먼지 저감, 탈플라스틱 사회로의 전환 등도 기후위기 대응과 연계돼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환경문제”라고 언급했다.

개정 및 제정이 시급하게 논의돼야 할 환경정책 관련 법을 묻는 질의에도 “지속가능한 사회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4대 입법(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녹색전환기본법, 기후위기대응기본법, 국가재정법개정안, 에너지법개정안)”을 들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의 확실한 기틀 마련을 위한 법안들”이라고 했다.

그는 또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도 2030 배출량 감축 상향을 유예한 것은 사실상 기후위기 대응을 유예한 것 아니냐’는 질의에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현 정부 임기 안에 2030년 감축 목표를 상향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말 유엔에 제출한 2030년까지의 탄소배출 감축 계획을 현 정부 임기 안에 상향 조정하겠다는 기존 정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구체적인 배출량 감축 방안과 관련해선 “석탄발전 감축,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친환경차 대중화 등 감축 정책을 강화하는 한편, 온실가스 감축 사업과 R&D(연구개발) 투자 등 정부 지원 확대를 통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유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전기요금 상승과 같은 사회적 비용의 증가 우려가 있지만,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에 따른 경쟁여건 조성, 발전기자재 가격하락 등으로 신재생에너지 거래 단가가 지속 하락하고 있어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요금 인상 등이 필요한 경우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19일 오전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국회 앞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과 설악산 개발 계획, 4대강 등 환경 현안에 대한 한 후보자의 입장을 묻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전, 탄소중립에 근본대안 아냐”

한 후보자는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서는 원론적 의견을 밝혔다. “원전은 운영 시 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사용후핵연료 문제와 외부비용에 따른 경제성 악화, 국민 수용성 등 한계로 인해 탄소중립에 근본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다만, 2050년까지는 일정 부분 원전의 역할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관련해선 적극적 의지를 내비쳤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고 오염시키는 사례가 있다’는 질의에 대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당면한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자 범지구적 과제이며, 이를 위해 세계 각국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발전체계를 재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환경성과 주민 수용성이 확보된 입지를 발굴하기 위해 중앙부처, 지자체 등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는 이와 함께 내연기관차 판매 종식과 관련해선 “올해 안에 수송부문의 탄소중립에 필요한 시나리오와 세부적인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내연차 판매 금지를 2035년에, 석탄발전 중지를 2040년 이전에 할 것을 담은 중장기 기후환경 대책을 정부에 권고한 바 있는데, 이를 고려한 정부의 세부 일정을 올해 안에 마련한다는 것이다.

한편 기후위기비상행동과 4대강재자연화시민위원회,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한국환경회의 등 환경시민단체들은 19일 국회 앞에서 한 후보자의 환경정책 입장을 묻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감축 로드맵, 제주도·가덕도 신공항,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4대강 문제, 기후위기 시대의 환경부 역할 등을 거론하며 “환경정책 주무부처인 환경부의 새로운 장관 후보자가 이에 대한 어떤 해결책을 가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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