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것에도 생명이"..자가용 폐차식 하는 전역군인 부부

연종영 2021. 1. 19. 13:3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전역군인 박상규(70)씨와 부인 최정자(65)씨는 찬바람이 불던 19일 아침 충북 청주시 상당구 집주변 공터에서 폐차식(廢車式)을 했다.

부부와 그들의 가족·지인이 안전하게 이용한 차 '2005년식 투싼'이 15년 만에 작별하는 의식이다.

박씨 부부의 폐차식은 이번이 두 번째다.

'정인이 사건'같은 끔찍한 사건과 박씨 부부의 폐차식을 연결지어보려고 더 질문해봤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군출신 예비역 원사 박상규씨의 두 번째 폐차의식.."군함 퇴역식 하듯"
[청주=뉴시스] 연종영 기자 = 19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한 공터에서 예비역 원사 박상규(70)씨 부부가 15년간 타던 자신의 승용차에 이별하는 폐차식을 하고 있다. 2021.01.19. jyy@newsis.com


[청주=뉴시스]연종영 기자 = "오랜 세월 내 곁에 있어주면, 물건에서도 정을 느끼잖아요. 생명이 있어서 그래요"

전역군인 박상규(70)씨와 부인 최정자(65)씨는 찬바람이 불던 19일 아침 충북 청주시 상당구 집주변 공터에서 폐차식(廢車式)을 했다.

부부와 그들의 가족·지인이 안전하게 이용한 차 ‘2005년식 투싼’이 15년 만에 작별하는 의식이다.

박씨 부부는 보닛에 ‘자동차 퇴역식’이란 제목의 ‘지방축문’을 붙였다. 축문에는 ‘사고내역(15년 완전 무사고), 폐차사유(정부의 노후 경유차량 조기폐차계획에 의거, 폐차후계획(폐차의 성능에 보답하는 의미로 동종차량(올뉴 투싼) 신차구입 신청대기 중, 위와 같이 나의 애마는 맡은 바 소임을 완수하였기에 이에 이별을 고함’이라고 적었다.

차량 번호판 앞에 소반을 놓고, 돼지머리와 귤 5개를 올려놓은 뒤 재배(再拜)했다. 그러고는 "잘 가거라. 그동안 고마웠다"라고 외치며 네 바퀴에 막걸리를 한잔씩 뿌렸다.

의식이 끝나자 대기하던 자동차 딜러는 그의 애마를 폐차장으로 데려갔다. 그렇게 부부와 그들의 애마는 긴 인연을 마감했다.

박씨 부부의 폐차식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약 10년간 타던 그의 애마(1995년식 아반떼)를 폐차장으로 보내던 2005년에도 오늘처럼 의식을 치렀다.

[청주=뉴시스] 연종영 기자 = 19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한 공터에서 예비역 원사 박상규(70)씨가 15년간 타던 자신의 승용차 바퀴에 막걸리를 뿌리고 있다. 2021.01.19. jyy@newsis.com


'시승식은 많이 봤지만 폐차식은 생경하다. 왜 하시나요'라고 박씨에게 물었다. "별 것 아닌데, 뭘 이런 걸 취재하느냐"면서 뜸들이던 그의 대답은 이랬다.

"해군은 군함을 훼손하기 전에 퇴역식을 거행합니다. 군 복무시절에 그런 의식을 여러 번 봤어요. 생사고락을 함께 한 함정에 대한 마지막 의례죠. 15년간 나와 내 가족을 지켜준 기계인데, 아무런 예도 갖추지 않고 보낼 순 없잖아요."

폐차식을 지켜보던 박원사의 지인 백철호씨는 "총 주행거리가 15만㎞라서 10년은 더 탈 수 있다고 말하더라. 정부가 추진하는 일(노후 경유차량 조기폐차사업)에 따를 수밖에 없으니 안타깝고 미안해하더라"고 귀띔했다.

박씨는 강릉 통일공원에 있는 퇴역함정 '전북함'의 승조원이었다. 35년간 복무한 예비역 해군 원사다. 함정 퇴역식을 엄중하게 진행하던, 모든 존재를 소중하게 대하는 '좋은 습관'이 병영 밖 세상에 나와서도 이어지는 것이다.

'정인이 사건'같은 끔찍한 사건과 박씨 부부의 폐차식을 연결지어보려고 더 질문해봤다.

'생명존중 의식이 필요한 사회다. 역설적으로, 무엇이든 소중하게 여기는 분들이 조명받게 된다'고 제법 거창하게 물었다.

그의 대답은 "탈것(vehicle)에도 정이 끌리는데, 하물며 사람인데…"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jy8005@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