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주둔 중국군, '전장 필수영어' 열공 중..이유는?
[경향신문]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 배치된 중국군이 작전도중 상대군 군과의 오해와 오판을 피하기 위해 전장에서 쓰는 필수 영어를 배우고 있다.
지난 17일 최근 중국 관영방송 CCTV는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남부전구(戰區) 소속 군인들의 영어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보위조국(保衛祖國)’이라는 글귀가 적힌 광장에 앉아있는 10여명의 해군들이 교관을 따라 “명령에 복종하라”는 영어 문장을 큰 소리로 외친다. 또 다른 해군들이 바닷가에서 가상의 적을 체포하면서 영어로 “당신은 포위됐다. 항복하라”고 경고한다.
CCTV는 남중국해 배치된 중국군들이 평소에도 영어공부에 매진한다며 자료를 공개했는데, 이 자료에는 “헤엄쳐 오면 당신의 생명안전을 보장해주겠다”, “헛된 죽음을 선택하지 말라”, “엎드려” 등 주로 적군에게 경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중국군의 영어공부는 다른 국가와 마찰이 자주 빚어지는 남중국해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잘못된 판단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시사군도(파라셀군도)에 주둔하는 모 부대 중대장 류촨밍(劉傳明)은 “최전선에 있는 남부전구 소속 해군들은 의도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영어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그은 U자 형태의 9개 선인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을 설정한 뒤 남중국해 9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를 군사기지화하고 석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개발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다고 비판해왔다. ‘항행의 자유’를 내세워 이 지역에 항공모함 등을 통과시키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력충돌 가능성도 높아졌다. 최근에는 베트남과 중국이 주로 다퉜던 영유권 분쟁에 말레이시아, 필리핀까지 가세하면서 더 복잡해진 양상이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와 관련, “지난 몇 년간 인민해방군이 남중국해에서 미국·일본 등 외국 선박 여러 척을 내몰았으며, 최근에는 중국 함정이 영어로 이들에게 경고를 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측이 남중국해 주둔군의 영어훈련 과정을 공개해 향후 발생할 충돌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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