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플루언서] 협찬 제품이라도 날카로운 지적 "신뢰가 인기 비결"

박성기 2021. 1. 1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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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유튜버 '잇섭'
전자기기 다양하게 리뷰해 인기
영상 누적 조회수 4억 4300만회
전자기기 제조사 관련 뉴스 읽고
매일 세부기술에 대한 지식 익혀
내로라하는 전문가와 어깨 나란히
'잇섭노트북' 관련 검색도 늘어

IT 유튜버 잇섭(본명 황용섭)은 전자기기 '덕후'(특정 분야에 매우 몰두해 있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들 사이에서 소위 '성공한 덕후'로 통한다.

10대 때부터 전자기기 덕후를 자처하던 그는 IT 기기의 언박싱(상품의 상자를 개봉하는 과정) 및 리뷰 콘텐츠로 163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리며 광고 수입으로만 월 최소 3600만 원을 버는 대형 유튜버가 됐다. 그는 30세도 채 되기 전에 모든 덕후들의 꿈인 '성공한 덕후'가 됐다.

잇섭은 유튜브 채널 'ITSub잇섭'을 통해 키보드, 노트북, 스마트폰 등 IT 전자기기부터 자동차, 선풍기, 청소기까지 전자제품을 폭 넓게 리뷰 한다.

2016년 8월 개설된 그의 채널은 같은 해 12월에 올린 '샤오미 기계식키보드 TTC 적축 언박싱과 잇섭이 화난 이유는!?' 영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보이스오브유가 국내 인플루언서들을 다각도로 평가해 랭킹화한 IMR(Influencer Multi-Platform Ranking)의 김아미 연구원에 따르면 "3년 만인 2019년 10월 구독자 수 100만 명의 고지를 넘고,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해 10월 150만 명을 달성했다. 1월 14일 기준, 161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누적 조회 수는 무려 4억 4300만 회"라며 "명실상부 국내 최고 인기 IT 유튜버"라고 평가했다.

큰 어려움 없이 인기와 명성을 얻은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시청자가 원하는 바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잇섭이 있다. 그는 5만 원 이하의 보급형 기기부터 천만 원을 호가하는 주문제작 기기까지 다양한 종류를 전문적이면서도 쉽게 리뷰해 폭 넓은 시청자 층을 확보하고 있다. 시청자 반응을 세심히 살피며 리뷰의 대상과 난이도를 조절해온 결과다.

콘텐츠 내용 뿐 아니라 형식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하는 그는 최근에 영상의 비율을 16:9에서 18:9로 변경했다. 영상이 시청 가능한 거의 모든 기기에서 최적의 비율을 맞춘, 시청자를 깊이 배려하는 시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잇섭 영상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개그감 넘치는 인트로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시청자들은 영상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그가 깨알 같은 웃음 포인트를 넣어 제작한 짧은 인트로를 보며 배꼽을 잡는다. "세계 최강 인트로인듯", "인트로가 개그보다 재미있는 수준" 등의 찬사를 받는 그의 인트로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최근 '150만 구독자 기념 Q&A'에서 "리뷰가 메인콘텐츠이기 때문에 본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과정까지 모두 마치고 업로드하기 직전에, 갑자기 생각해내어 찍어야 재밌다"며 "인트로를 먼저 찍어놓으면, 메인콘텐츠 생각할 시간을 뺏기고 품질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노하우를 밝히기도 했다.

언박싱에 사용하는 칼을 기발한 장소에 숨겼다가 찾아내는 초기 인트로 형식부터 최신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을 응용해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최근의 프리뷰 형식까지, 짧지만 강렬한 인트로를 제작하기 위해 그는 많은 인터넷 자료들을 살펴보고 먹방, 뷰티 등 IT 분야 이외의 영상들까지 챙겨본다.

잇섭은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객관적인 리뷰로 신뢰도가 높은 유튜버 중 한 명이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미국 USC 박사·현 서울대학교 공공성과관리센터 초빙연구원)는 "지난해 많은 인기 유튜버들이 '뒷광고' 논란에 휩싸여 사과하고 자숙할 때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제품을 협찬해준 제조사의 눈치를 보며 솔직하게 리뷰하지 못하는 '불편함'대신 한 달 평균 1000만원을 지출해야 하더라도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을 선택했다"며 "협찬을 아예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협찬 받은 제품일지라도 단점을 한, 두 가지라도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는 그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신뢰를 쌓는다"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150만 구독자 기념 Q&A'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현대카드 그린을 사용하고 있는데, 유튜브를 처음 시작할 때는 한도가 100만 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2000만원 수준"이라며 "한 달에 1000만 원 이상씩 선결제 하는데 한도를 안 늘려준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그는 스스로 전자기기를 남들보다 더 좋아하는 덕후일 뿐, 전문가는 아니라고 소개한다. 대학에 재학 중이던 시절부터 유튜브 세계에 뛰어든 그는 남들이 우러러볼 만한 고학력이나 화려한 커리어를 갖추고 있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가 부단히 공부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연마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익히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전자기기 제조사 홈페이지와 관련 뉴스를 샅샅이 훑어보고 세부 기술과 관련된 지식을 익힌다. 이렇게 성실한 자세로 공부해온지 5년 차가 된 그는 이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키워드 검색량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의 권기웅·나영균 대표는 "잇섭이 리뷰한 제품들을 믿고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잇섭 노트북', '잇섭 보조배터리' 등의 키워드가 매달 높은 검색량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큰돈을 벌기 위해 너도나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유튜브 세상 속에서 그는 선한 영향력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몇 안 되는 유튜버 중 하나다. 그는 유튜브 광고 수입의 일부와 보유하고 있던 전자기기를 중고로 판매한 돈을 모아 소년촌, 소방서 등지에 기부해오고 있다. 유튜버로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기부 경험이었다고 답하는 그는, 앞으로 더 많은 기부와 중소기업의 질 좋은 전자기기를 소개하는 콘텐츠 등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더욱 멀리 퍼뜨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성공한 덕후'에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는 덕후'로 거듭나고 있는 잇섭. '덕후'의 특기를 발휘한 그만의 선한 영향력이 어디까지 전해질지 앞으로 행보에도 기대를 더해본다.

박성기 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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