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70넘은 할머니가 되어도 젊은 신인감독과 작업하고 싶다" [인터뷰M]

김경희 2021. 1. 19.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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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자매'에서 주연 배우이자 제작자로 참여해 한국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소신있는 모습을 보인 문소리를 만났다. 인터뷰는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 인터뷰로 진행되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문소리는 영화 '세자매'에서 둘째 '미연'을 연기했다. 신도시 자가 아파트, 잘나가는 교수 남편에 말 잘 듣는 아이들까지 겉으로 보기엔 남부러운 것 없어 보이지만 묘하게 기도에 매달리는 모습과 속 마음을 철저하게 숨기려는 간절한 마음이 전달되는 연기로 마음을 울렸다. 데뷔 21년차의 탄탄한 연기 내공을 아낌없이 표출한 문소리는 "제가 원래 어려운 걸 많이 드러내지 않고,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내보이려고 하지 않고 감추려 하는 그런 성격이 있다. 평소에 제가 썩 좋아하지 않는 성격인데 극중 캐릭터가 그런 저의 안 좋은 성격을 담고 있더라. 너무 잘 이해가 되면서도 와락 껴안기 힘들어서 촬영 열흘 전까지도 끙끙 앓았다"라며 극중 인물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게 된 남다른 배경을 이야기 했다.
자신과 닮은 캐릭터라 연기하기 힘들었다고 엄살을 떨긴 했지만 실제 문소리 배우가 선보인 연기는 대단했다. 남동생만 있는 장녀이고 불교이면서도 세 자매중 둘째 언니이면서 독실한 크리스찬의 연기를 했고, 정말 수년 동안 성가대 지휘를 하며 살았던 사람처럼 기품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교회에 자주갔다. 큰 교회, 작은 교회 가리지 않고 매주가서 오래 머물면서 분위기가 저에게 스며들기를 바랬다. 집에서 피아노를 칠 때도 매일 찬송가를 부르며 쳤고, CCM도 많이 듣고 유튜브로도 다른 교회의 예배를 많이 봤다. 김선영-장윤주가 독실한 크리스찬이어서 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라며 캐릭터를 준비한 과정을 이야기 했다.

극중에서 '미연'은 남편의 불륜을 알게된 후, 뒤에서 상대 여성에게 압박을 가하고 앞에서는 다정스러운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실제 문소리라면 어떻게 했겠냐는 질문에 그녀는 "그런 상상은 하고 싶지 않다. 아마 기자들이 기사를 쓰기 전에 조용히 해결할 것 같기는 한데, 이런 생각은 하고 싶지가 않다"라며 부정적인 상상조차 차단시켰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여배우는 오들도'를 비롯해 이번이 두번째 제작 작품인 문소리는 "영화 한 편이 나오기까지의 캐스팅, 투자, 제작, 프로덕션, 촬영, 후반작업, 개봉... 어느것 하나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승원 감독, PD, 저 이렇게 셋이 호흡이 잘 맞았다. 서로의 각자의 장점이 다른데도 감사하게도 호흡이 좋아서 다행이었다"라며 좋은 사람들 덕분에 좋은 작품이 완성될 수 있었다고 이야기 했다. 배우이면서 제작자, 감독까지 경험했던 문소리이기에 앞으로도 영화 제작에 더 많은 관심이 있나 했더니 "배우로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이런 이야기는 꼭 써서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할 수도 있겠지만 이미 기획된 영화를 연출할 위치는 전혀 아니다"라며 겸손하게 선을 그었다.

"배우로서는, 70이 넘은 할머니가 되어서도 20~30대 패기 넘치는 감독님과 소통하며 일 하고 싶은 게 꿈이다. 서로 대화하고 취향을 공유하며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한 신인감독과의 작업은 너무 재미있다. 어르신 감독님과의 작업도 너무 기다리고 있지만 젊은 감독과의 작업은 계속 도전하고 싶다"라며 다양한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를 이야기 하기도 했다.

문소리의 연기 욕심은 영화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2년 전 출연했던 연극으로 2021년 가을에 프랑스 투어를 갔을 거다. 연출가가 여러 페스티벌에서 초대를 받아 네덜란드, 홍콩 등에 공연하러 갔어야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미뤄진 상태다. 언제 공연이 가능하게 될 지 안타깝다"라며 연극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이번 영화 '세자매'에는 현재 사회 문제로 뜨거운 감자인 아동학대 이슈가 가정폭력의 모습으로 담겨져 있다. 문소리는 "아동학대와 연결지어 질문을 받으니 확 부담이 온다"라며 "애초에 이 영화는 어떤 특별한 사건을 다루려 했던 건 아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의 아버지들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달랐다. 좋은 아빠에 대한 기준이 달랐던 시대가 있었다. 당시의 자식으로 받았던 상처나 느낌이 있을테고, 그로 인해 마음 속에 자리잡은 상처들이 나중에 얼마나 큰 이야기가 될 수 있는지를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 같다."라며 사회 문제를 의식해서 만든 영화거나 사회 문제와 연결해서 강조하려 했던 영화는 아니라고 이야기 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나면 어쩔수 없이 아동학대, 가정폭력과 연결지을 수 밖에 없는데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 소외 받거나 심지어 손가락질 받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이승원 감독에게는 있다. 그런 시선이 관객들에게 전해지면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작품의 어떤 포인트가 위로가 되거나 감동이 되냐고 물으신다면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들다. 영화를 보다보면 처음에는 '왜 저러지?' 하다가도 마지막 부분에서는 '내 이야기구나'라는 느낌이 드실 것. 그런게 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라며 가족으로 인해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결국 가족으로 인해 위로를 받는 이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코로나로 인해 영화계 전체가 어려운 시기, 영화를 보러 극장에 와 달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문소리는 "홍보 때문에 요즘 예능에 많이 출연하고 있다. 집을 공개하거나 가족을 드러내거나 개인을 밝히고 싶지 않았다. 남편이나 딸이 거론되거나 비춰지는 것도 부담스럽고 예능에 나가서 뭔가 하는게 부끄럽다. 겁도 많이 먹었는데 다행히 프로그램 MC들이 특별히 신경써서 배려를 해주시는게 느껴져서 감사했다. 그래도 예능은 힘들더라. 한 번에 영화 세 작품을 하는 게 낫지 예능은 도저히 못 하겠다"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문소리는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강한 가정에서 자라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며 영화의 공감 포인트를 이야기 하며 "마음으로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들불을 지피고 싶은 심경인데 작은 촛불 켜는 심경으로 관객을 기다린다. 빨리 신규 확진자 수가 떨어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되기를 기도하고 있다. 마스크 잘 하시고, 극장의 방역도 잘 부탁드린다"라며 안전한 관람을 당부했다.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소심덩어리, 골칫덩어리인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세자매'는 1월 27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씨제스, 리틀빅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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