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매' 문소리 "폭력 감수성 달랐던 예전 아버지들..'그 정도 갖고?' 넘겼던 상처 다뤄" [인터뷰 종합]

2021. 1. 1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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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문소리가 영화 '세 자매'로 또 한 번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선사한다.

문소리는 19일 오전, 화상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27일 영화 '세 자매' 개봉을 앞두며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풀어냈다.

'세 자매'는 겉으로는 전혀 문제없어 보이는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문소리), 소심덩어리 첫째 희숙(김선영), 골칫덩어리 셋째 미옥(장윤주) 세 자매가 말할 수 없었던 기억의 매듭을 풀며 폭발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 등을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승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문소리는 극 중 완벽한 척하는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독실한 믿음을 가진 성가대 지휘자로 성심껏 임하며 나무랄 데 없는 가정주부의 면모를 뽐내지만 언제나 가식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인물을 소화했다. 뿐만 아니라 문소리는 공동 프로듀서로서 영화 전반 프로듀싱에도 참여, 다재다능한 역량을 발휘해 '세 자매'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날 문소리는 "'세 자매'를 전주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때 봤는데 저랑 김선영, 장윤주 셋 다 엄청 울었다. 저는 제 영화 보고 잘 안 우는데 창피하게도 많이 울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김선영, 장윤주는 기술 시사 때부터 많이 울었었다. 그때는 '무슨 자기 영화를 보고 펑펑 우니' 하고 두 사람을 놀리고 핀잔을 줬는데, 그런 제가 울어서 부끄러웠다. 이렇게 우리 다 굉장히 '세 자매'를 좋아한다. 많은 관객분들의 반응이 더욱 궁금하고 기다려진다"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연 캐릭터에 깊이 빠져들며 눈길을 끌었다. 문소리는 "어려운 걸 드러내지 않고 감추려고 하는 면이 저와 닮았다.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내보이려 하지 않는 그런 성격들 말이다. 자세히 설명하긴 어려운데 미연의 마음속에 어떤 부분이 저한테도 원래 있던 면이다. 평소에 썩 좋아하지 않는 부분이라서 캐릭터가 너무 잘 이해가 가면서도 와락 껴안기 힘든 심정이었다. 촬영 열흘 전까지도 끙끙 앓았던 기억이 있다"라고 얘기했다.

특히 문소리는 불교 신자임에도 불구, "미연의 독실한 신앙심을 표현하기 위해 교회에 자주 갔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교회도 큰 교회, 작은 교회 다 가봤다. 그냥 제가 그 무리에 스며들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주 간 거다"라면서 "김선영, 장윤주가 실제로 독실한 크리스천이라 두 배우한테도 도움을 요청했다. 김선영 친언니는 훨씬 오래 전, 초등학교 때부터 교회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더라. 직접 만나서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등 인터뷰를 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었다"라고 노력을 전했다.

그러면서 문소리는 "미연에게 교회라는 울타리가 필요했던 게 아닐까 싶다. 교회와 하나님의 사랑이 가족보다 훨씬 따뜻하고 든든한 울타리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문소리는 '세 자매'에 대해 "제가 실제로는 자매가 없고 남동생만 있다. 자매가 아니어도 이 사회에 많은 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봤다. 또 여성뿐만이 아니라 누구나 다 한 번은 생각해보고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원 감독님의 따뜻한 시선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도 전해지며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자신 있게 내세웠다.

故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세 자매'가 가정폭력에 대해 다룬 것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문소리는 "저희 영화는 특별한 사건을 다루려고 했던 건 아니다. 지금은 많은 아버지가 육아도 참여하고 집안일도 (아내와) 공동으로 분배하고 집 명의도 공동 명의로 하듯이 달라졌지만, 예전 아버지들은 사랑을 표현하거나 이런 방법을 잘 몰랐다. 아시다시피 폭력에 대한 감수성 이런 것도 달랐고, 좋은 아빠에 대한 기준도 달랐다. 그래서 받았던 상처들이나, 그 속에서 크면서 느낀 게 아이들한테는 많이 있을 거다"라고 짚었다.

이어 "다른 영화에서 만들어진 스토리는 사람도 죽고 하지만, 저희 영화는 '뭐 그 정도 가지고 그래'라고 말하는 것들을 들여다본다는 거다. 어른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우리의 성장 과정에서, 우리의 마음속에선 여전히 커다랗게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이승원 감독님께서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더 고민이 많으셨다. 극적이고 아주 특별한 아빠를 그리려 했던 건 아니기에, '관객분들이 그렇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싶어 여러 번 대본을 고치시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문소리는 함께 호흡을 맞춘 김선영의 열연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과거 제가 한 영화제에서 김선영이 조연으로 출연한 작품의 심사를 본 적이 있다. 그때 김선영의 뛰어난 연기력 때문에 '조연은 왜 영화제에서 상을 받을 수 없는가'라는 화두가 던져져 프로그래머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라고 떠올렸다.

이어 "김선영은 정말 파워풀하다. 그 연기를 보고 있으면 정말 속이 시원하다. 정말 깊은 곳에서 분출해 흘러 넘친다. 저런 깊이를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김선영은 그냥 김선영이다. 이미 완성되어 있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장윤주에 대해서도 "놀라운 지점이 있었다"라며 "매 컷 감독님의 디렉션을 흡수하고 저와 김선영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변화해가는 모습을 봤다. 연기 경험이 적음에도 굉장히 유연하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좋다. 배우에게는 정말 중요하고 큰 능력이기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문소리는 "저를 써주기만 한다면 70대에도 연기를 하고 싶다"라며 "그 나이까지도 감독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할머니가 됐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사진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픽처스]-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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