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은성수 "공매도 재개 결정 안 돼..내달께 발표"
與 지도부 및 정세균 총리 발언·靑 국민청원 등 영향
"외국인 투자자는 과잉 처벌 지적까지" 실효성 강조
[이데일리 양희동 김소연 기자] “공매도 관련 사항은 9명으로 구성된 금융위원회 회의에서 결정해왔고 앞으로도 결정할 문제입니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금리 관련 사항에 대해서 한국은행 임직원이 단정적으로 발언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도 그렇고 금융위원회 직원들도 이 문제에 대해서 속 시원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8일 열린 금융위원회 ‘2021 정부 업무보고’ 온라인 브리핑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공매도 재개 여부에 대해 “2월 중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한발 물러섰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오는 3월 공매도 재개를 목표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는 원칙론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지도부인 양향자 최고위원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 등이 연이어 공매도 재개에 대한 신중론을 강조했고, 행정부를 총괄하는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공매도 영구 금지’ 청와대 국민청원도 19일 현재 15만명 이상 동의, 금융위의 입장 변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은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공매도 제도 개선안의 실효성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그는 “현재 1억원 이하의 과태료에 불과한 불법(무차입)공매도에 대한 처벌은 최근 법 개정을 통해 최대 주문금액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며 “1년 이상의 징역 등 형사처벌 부과도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은 위원장은 최근 발족한 금융발전심의회(금발심)첫 회의를 거론하며 불법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위가 실효성을 담보할 정도로 높다는 점도 설명했다. 금발심은 각계 민간 전문가 45명이 참여하는 금융부문 정책자문기구다.
은 위원장은 “금발심의에서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입장도 전해져 왔는데, 불법공매도이지만 감옥까지 가는 부분에 대해 과잉이란 지적도 있었다”며 “금융위는 그만큼 세게 처벌을 강화했고 다시는 불법공매도를 생각도 못 하게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불법공매도에 대해 주문금액 범위 내에서 과징금을 신설했다. 또 공매도 이후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5억원 이하 또는 부당이득액의 1.5배 이하 과징금도 도입했다. 여기에 차입공매도 목적의 대차거래정보도 계약 내용을 5년간 보관하고, 금융당국이 요청 시 해당 내용을 즉시 제출토록 했다. 대차거래정보는 사후적으로 조작이 불가능한 방법으로 △대차거래 종목·수량 △계약 체결일시 △거래 상대방 △대차기간 및 수수료율 등의 정보를 보관해야 한다. 메신저·이메일 등을 통해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화면 캡처 및 이메일 송수신 내역 등을 위·변조가 불가능하도록 전산설비 또는 전자적 방식으로 보관해야한다. 이를 위반하면 1억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공매도 금지 기간에도 불법공매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시장조성자 제도 역시 대폭 손질한다.
은 위원장은 “제도남용 우려가 있는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는 미니코스피200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금지해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축소할 것”이라며 “주식시장 시장조성자가 직전 가격 이하의 가격으로 공매도를 주문할 수 없도록 업틱룰도 전면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법공매도 적발 강화를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증권사 및 거래소 차원에서 이중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정 협의 사실 아니다”…국회 의견 들어 2월께 재개 여부 결정
민주당과의 당정 협의를 통한 공매도 재개 결정 여부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은 위원장은 “여당과 논의를 진행 중이거나 그런 것은 없고 공매도 금지 기간이 3월 15일이니까 (공매도 재개 여부는)예상하는 것은 2월 중 결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2월 정기국회가 열리면 협의가 아닌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 위원장은 브리핑을 마무리하면서도 공매도 재개 여부가 확정된 사안이 아니란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공매도 재개를 확정했다거나, 아니면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기로 했다는 단정적인 보도가 나가는 것은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최종 결정이 나올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양희동 (easts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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