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가 애완동물인가".. 청와대 해명에도 시민·사회단체 거센 반발

김민정 기자 2021. 1. 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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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입양아동 학대 사건 방지대책으로 ‘입양 취소’와 ‘아동 교체’ 등을 언급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청와대는 표현의 문제였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발언을 사과하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오는 등 국민들의 분노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양부모님께 사과하셔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현재 100명 이상의 사전 동의를 받아 관리자가 게시를 검토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원인은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대통령은 사회복지를 모르니 저렇게 무서운 말(입양 취소·변경)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최소한 말을 하기 전에 보건복지부와 같은 관련 부처와 이야기해보신 것일까. 그렇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사회복지의 미래가 정말 암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원인은 "아이를 바꿔주면 이 아이(정인이)는 살고 바뀐 아이도 살았을까?"라고 반문하며 "입양은 아이를 골라 쇼핑하는 것이 아니다. 입양은 아이를 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품하고 환불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과 양부모님께 사과해야 한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아동학대의) 악순환을 막을 수 있는 해법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전에 입양하는 부모들이 충분히 입양을 감당할 수 있는지 하는 상황을 보다 잘 조사하고 또 초기에는 여러 차례 입양가정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가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안에는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또는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하고 맞지 않는다고 할 경우에 입양아동을 바꾼다든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입양 자체는 위축시키지 않고 활성화해 나가면서 입양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그런 대책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 이후 해당 발언에 대해 비판이 거세지자 청와대는 "대통령의 말씀 취지는 입양 활성화를 위해 입양제도를 보완하자는 것"이라며 "현재 입양 확정 전 양부모 동의 하에 관례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전위탁보호’ 제도 등을 보완하자는 취지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아동인권단체와 미혼모·한부모단체, 입양인단체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8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입양 전 친생부모 상담과 아동보호를 입양기관에 맡기는 것을 반대하고 원가정 보호 원칙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사전위탁보호제도는 법원이 입양 허가를 내리기 전에 예비 양부모가 입양아와 함께 사는 것"이라며 "예비 양부모와 입양아동과의 애착 관계 형성 및 상호적응을 위한 제도지, 예비 양부모가 취향에 맞는 아동을 고르라고 있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사전위탁보호제도는 최종 입양 전에 예비 부모가 양육할 능력이 있는지를 함께 살아보면서 관찰하고 판단하는 제도다. 선진국에선 위탁 기간 동안 양부모가 자격이 있는지를 다각도로 평가한 뒤 법원이 입양 허가를 내주고 있다.

입양 관련 단체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아동인권센터·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등 한부모·아동·입양단체들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 발언을 비판했다.

미혼모단체 ‘인트리’의 최형숙 대표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이는 물건이 아니다. 반려견도 이렇게 입양하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전영순 한국한부모연합 대표는 "마음에 안 들면 아이를 바꾸거나 입양을 철회한다는 것은 입양 과정에서 아이들을 거래 대상으로 보는 입양기관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반려동물에게조차 그렇게 하면 천벌을 받는다"며 "현행 법률에서도 파양은 법원 결정에 의해서만 가능하게 돼 있다. 문 대통령, 인권변호사였던 것이 맞나"라고 비판했다. 입양한 딸을 키우고 있는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도 "문제는 아동 학대지 입양이 아니다. 부디 따뜻한 가슴으로 진심으로 사건을 보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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