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휴관 태권도관장, 마스크 제공 카페사장..K방역 영웅들
[편집자주] 중국 후베이성에서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진 후 국내 첫 감염자가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이 기간 세 차례 대유행을 겪으면서 12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해외 주요국과 비교하면 피해 규모는 크지는 않았지만 방역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논란은 계속됐다. 코로나19(COVID-19) 1년을 맞아 감염병 등 보건의료 전문가에게 1년의 평가와 향후 과제를 들어봤다.
코로나19 유행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지만 'K-방역'은 전세계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1,2차에 이어 3차 대유행도 급격한 확산세가 꺾이는 조짐이다.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국가들이 백신 접종 이전까지 극심한 혼란을 겪었던 것과 대비된다.
코로나 방역이 어려운 것은 정부 주도만으로는 이뤄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런 면에서 K-방역의 1등 공신은 단연 우리 국민들이다. 손실을 보더라도 방역 수칙을 끝까지 지킨 자영업자들, 잠도 못자고 환자를 돌본 의료진, 더 나아가 마스크 착용과 집합금지 등을 거리두기의 불편을 감내한 일반 시민들이 없었다면 K-방역도 없었다.
서울 강북구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장완석(47)씨는 지난해 꼬박 100일을 쉬었다. 정부가 감염을 우려해 태권도장 등 실내체육시설에 집합금지 조치를 내린 기간은 46일 정도지만 나머지 54일은 자발적으로 문을 닫았다.
처음 시작은 2월 대구에서 감염이 확산했을 때다.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대부분 어린 학생들인 관원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휴관을 택했다.
장씨는 "내가 걸리면 남이 위험하고, 체육관에서 번지면 사회적으로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체육업자들 중 자발적으로 휴관한 사람이 많은데 벌금보다는 안전에 대한 생각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가 가라앉지 않으며 장씨의 시름도 깊어졌다. 매번 내려오는 집합금지명령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250명이던 관원 수가 현재 70명으로 줄었다. 매출이 급락하면서 생계도 버겁다.
장씨는 "여태까지는 한국이 코로나 방역을 잘 해왔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이를 따라준 사람들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성북구 소재의 카페 사장 이모씨(30)는 방역 동참을 위해 사비를 쓴다. 마스크를 깜박하고 오는 이들을 위해 지금도 가게에 마스크를 구비 중이다.
방문 고객들의 QR코드나 수기 작성도 매번 꼼꼼하게 점검한다. 'A씨 외 3명' 등이 아니라 한명씩 모두 기재를 요구한다.
이씨는 "혹시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당국 일을 덜어주자는 차원"이라면서 "손님들도 마스크 착용을 잘하는 등 방역에 동참을 잘해줬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일산 동구의 한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하는 임상병리사 정모씨(47)는 매일 300명~500명 상당의 피검사자들을 받는다.
보호복을 입고 코로나 검체를 채취하는 작업이지만 사람 대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 '장갑·마스크를 벗겠다,' '결과 빨리 알려달라,' '자가격리 안하겠다' 등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정신지체가 있는 피검사자가 몸부림치는 경우도 있는데 달래서 검사하는 일도 쉽지 않다.
정씨는 그럼에도 일을 그만 둘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검체 채취는 의사, 간호사, 임상병리사만 가능하기에 검사 인력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소소한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정신지체가 있는 피검사자의 부모님이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감사하다"고 말해줬을 때, 최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쓴 힘내라는 내용의 편지를 받았을 때다.
이미 많은 이들의 삶을 돕고 있지만 정씨는 '코로나 영웅'이라는 말을 한사코 거절했다. 그는 "영웅이라는 말은 내게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밖에서 피검사자 직접 안내하고 상대하는 공무원들, 확진자 돌보는 현장 의료진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러면서 "검사 받으러 오는 우리 국민들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더 많이 왔으면 좋겠고, 적극적으로 검사해 코로나가 빨리 종식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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