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사이클 오는데 리더가 사라졌다" 삼성 걱정하는 외신들

황민규 기자 2021. 1. 1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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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세계적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車·전자·IT업계 비상
차량용 반도체뿐만 아니라 CPU, GPU, AP 등 모든 칩 수요 급증
일각서는 올해 다시 '반도체 슈퍼사이클' 도래 예상
TSMC, 키옥시아 등 대규모 투자 나섰지만 삼성은 리더 부재 발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올해 세계 IT·전자 산업이 본격적인 변혁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으면서 삼성은 예상치 못한 리더십 공백 사태를 맞게 됐다. 외신 역시 이 부회장의 부재가 중요한 시기의 삼성전자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굳건한 세계 1위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면서 파운드리, 통신칩, 인공지능(AI) 등 각 분야에서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올해 예상되는 '슈퍼 사이클(대호황)'의 집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자동차용 반도체를 기점으로 칩 수요가 폭증하면서 각국 시장조사업체들은 올해 삼성을 비롯한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수직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 사옥 모습. /연합뉴스

18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매체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사건을 긴급 타전하며 특히 이번 사건이 코로나19로 인해 반도체를 포함한 모바일, 5G(5세대 이동통신), 전기차, 데이터센터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을 부각했다.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변혁기에 접어든 첨단산업 주도권 경쟁에서 이같은 리더십 부재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는 미래 사업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게 될 수십억달러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었다"며 "특히 세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1위인 TSMC와 격차를 좁히기 위해 삼성은 파운드리 사업에 1160억 달러를 쏟아 부으면서 치솟는 반도체 수요에 대응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전자는 5세대 무선 장비 분야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해당 분야 세계 1위 사업자인 중국 화웨이가 미국을 포함해 유럽 등지에서 사용 금지 처분을 받으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각국 사업자들에게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을 블룸버그는 강조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5G 분야에서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됐다는 얘기다.

이어 "이재용 회장의 부재는 더 큰 투자나 전략적인 장기적인 움직임을 지연시키거나 복잡하게 할 수 있다"며 "이 회장은 감옥에서 석방된 후 정부 관련 행사와 공공 행사에 자주 참여하면서 회사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징역형 선고가 뼈아픈 이유는 현재 세계 각국 반도체 기업들이 심각한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들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그래픽처리장치(GPU) 등도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지난해 대비 대비 D램은 19%, 낸드플래시는 34% 수요가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연스럽게 기본적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상승하는 가운데 서버용 반도체도 다시 올라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계 1위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TSMC 생산시설 내부. /TSMC 제공

실제로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 13일 올해 서버용 D램 가격이 작년보다 최대 40% 올라갈 것이라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치솟았던 서버용 D램 가격이 한 차례 안정기를 맞이했으나 올해 다시 급등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삼성전자의 경쟁자들은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슈퍼사이클'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넘어야할 거대한 산인 대만 TSMC는 올해 280억달러(한화 30조원) 투자를 예고하며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부족 최대의 수혜자가 될 준비에 나섰다. 삼성 역시 화성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라인을 설립하는 등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처럼 수십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의 결단이 필요하다.

한국이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는 메모리 분야에서도 일본 기업들의 추격이 시작됐다. 일본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는 일본 미에현 욧카이치시에 1조엔(약 11조원)을 들여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새로 세우기로 했다. 최근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 부문을 10조원에 인수, 글로벌 점유율 역전 위기에 처한 키옥시아가 공격적인 투자로 활로를 찾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 부회장은 2020년 10월 이건희 회장이 사망한 뒤 회장직에 취임해 명실상부한 경영 수장이 될 예정이었다"며 "수감되면 한국 최대 기업의 경영 톱이 없는 사태가 이어진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도 "이번 선고가 리더십 공백을 초래하고 앞으로 대규모 투자에 대한 삼성의 의사결정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예측과 함께 이번 판결이 삼성전자 내 이 부회장의 역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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