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였던 '한남 아트밸리'.. 다시 '봄'을 꿈꾸다
■ 리움 재개관·박영덕 화랑 이전… 일대 갤러리들 ‘활력’
리움, 3월 재개관… 아트 스펙트럼·강서경展 검토
박영덕 화랑, ‘BHAK’로 이름 바꾸고 청담동서 이전
가나아트 나인원 국내 중견·해외 작가 위주 전시
박여숙 화랑·더 트리니티 등도 이전 ‘영토’ 확장
세계적인 색채 연구소 팬톤(Pantone)은 ‘2021년의 색’으로 얼티미트 그레이(Ultimate Gray)와 일루미네이팅(Illuminating)을 선정했다. 회색빛의 얼티미트 그레이는 견고함과 신뢰, 안정을 상징한다. 노란색 계열의 일루미네이팅은 밝고 경쾌함, 따뜻한 에너지를 뜻한다. 서울 한남동의 갤러리 비선재는 블로그에 이 내용을 전하며, 올해 모든 사람이 안정을 되찾고 밝고 희망차게 살아가기를 소망했다. 동시에 현재 전시 중인 윤양호 작가의 그림들이 회색과 노란색을 사용함으로써 보는 이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다고 소개했다.
화랑가는 감염병에 일격을 당했던 작년의 침체를 벗어나 올해 부활을 꿈꾸고 있다. 특히 ‘뉴 아트밸리’로 부상하고 있는 한남동 일대의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큰 기지개를 켜고 있어서 주목된다.
강남과 강북의 중간인 이 지역은 지난 2004년 삼성문화재단이 삼성미술관 리움(Leeum)을 개관한 것을 계기로 갤러리 타운으로 성장했다. 미술관과 갤러리들이 잇달아 들어서며 블루스퀘어 등 공연 시설과 함께 문화 벨트를 이뤘다. 강남에 있던 박여숙 화랑이 이태원 쪽으로 옮겨오고, 더 트리니티 갤러리가 서촌에서 동빙고동으로 오는 등 주변 지역까지 확장하며 아트밸리를 뚜렷하게 구축해가고 있다.
한남 아트밸리에서 올해 단연 뉴스가 되는 것은 삼성미술관 리움의 재개관이다. 작년 말에 강남 청담동에서 이곳으로 이전한 박영덕 화랑이 이름을 ‘BHAK’로 바꾸고 힘차게 내딛는 행보도 관심거리이다. 가나아트가 작년에 이 지역에 진출해 새로 개관한 전시공간 나인원, 그동안 독서당로 쪽에 있다가 규모를 키워서 리움 곁으로 이사한 갤러리 조은의 전시도 눈길을 끈다.
리움은 지난 2017년 홍라희 관장 사퇴 이후 상설전만 열어 왔다. 그마저 작년 감염병 사태로 크게 위축된 상태였으나, 홍 전 관장 딸인 이서현 리움운영위원장(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지휘 아래 오는 3월 재개관을 목표로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미술 기획전으로 재개관을 한 후에 아트스펙트럼 전이나 강서경 개인전을 열기 위해 최종 검토 중이란 게 리움 측의 설명이다. 지난 2001년 시작한 아트스펙트럼 전은 국제 무대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국내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격년으로 연다. 리움 큐레이터와 외부 추천위원단이 토론을 거쳐 작가를 선정한다. 아트스펙트럼과 함께 검토되고 있는 강서경은 40대 작가로 세계 미술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2019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서 춘앵무와 정간보를 재해석한 영상·회화·설치 작품 ‘땅 모래 지류’로 주목을 받았다.
BHAK는 이 지역으로 이전한 후 첫 전시로, 일본 작가 이쿠 하라다 개인전 ‘Within Without(1월 7~23일)’을 선보이고 있다. 1982년생 젊은 작가인 이쿠 하라다는 다채로운 회화와 조각 작업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의 두 세계를 오가며 코로나 시대의 공간 의미를 탐색한다. BHAK는 27년간 화랑을 운영해 온 아버지(박영덕)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박종혁 대표가 꾸려간다. 그는 “아버지가 청담동에 들어가 미술 붐에 큰 역할을 하신 것처럼 저는 한남동에서 갤러리 타운 발전을 돕겠다”고 했다.
가나아트 나인원은 지난 연말에 미국 작가 애런 존슨의 국내 첫 개인전을 열었다. 올 2월에도 해외 작가 전시회를 개최한다. 가나아트는 지난 2018년 개관한 사운즈한남에서는 젊은 작가를 중심으로 전시를 진행하고, 나인원은 국내 중견 미술가들과 해외 작가들을 위주로 조망한다는 계획이다.
나인원 인근에는 2018년 압구정동에서 이전해 온 갤러리 바톤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사를 둔 VSF갤러리 서울점이 있다. VSF는 미국 작가 지나 비버스의 아시아 첫 개인전(1월 16일~3월 20일)을 열고 있다. 영화 ‘기생충’,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등 미국식 한국 음식을 소재로 삼아 미디어 이미지 소비에 대한 성찰을 이끄는 작품들이다.
나인원 건물과 독서당로에 자리하고 있는 2곳의 프린트베이커리는 빵집이 아니라 미술품 판매 업체이다. 빵집에서 부담 없이 빵을 고르듯이 미술을 즐기며 작품을 선택해 소장하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다.
갤러리 조은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소품락희(小品樂喜·2월 26일까지)’는 제목 그대로 국내외 유명작가 38인의 작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예술 작품을 갖고 싶어도 가격 때문에 부담을 느껴온 일반 컬렉터들에게도 소장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를 표방하고 있다. 김창열·이건용·오세열·전광영 등 한국 작가들의 소품뿐만 아니라 국내에 팬층이 두터운 데이비드 호크니의 판화 4점이 포함됐다.
조은은 작년 9월에 유엔빌리지가 있는 독서당로 주변에서 리움 곁의 이태원로 쪽으로 이전했다. 갤러리 관계자는 “전시 공간을 확장해서 옮겼는데, 건물 가운데 뜰이 있어서 액자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어 훨씬 더 갤러리다워졌다”고 소개했다. 조은은 오는 3월에 박종규 개인전을 열 계획이다. 뉴욕 아트페어 등에 출품해 이름을 얻은 박종규는 이번 전시에서 3차원 이미지의 회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한편, 한남동 인근의 이태원 소월로에 있는 박여숙 화랑은 ‘이헌정의 도자, 만들지 않고 태어난’ 전시를 오는 28일까지 연장했다. 당초 작년 말에 끝낼 예정이었으나,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아서 전시 기간을 1개월 늘렸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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