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노조 와해 실형' 손동환 부장판사, 공정거래법 교수로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2021. 1. 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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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 출신 변호사 대신 대학행
디킨스 소설 인용한 판결로 유명

[경향신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손동환 부장판사(47)가 법원을 떠나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기로 했다. 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이 사직하면서 변호사가 아닌 대학 교수를 택한 사례는 처음이다. 손 부장판사는 2019년 노조 와해 공작 혐의로 기소된 에버랜드 임원들에게 징역형 실형을 선고하면서,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인용하는 등 문학적인 판결로 유명하다.

대법원은 손 부장판사가 최근 사직서를 제출함에 따라 내달 초 있을 2021년 정기인사에서 퇴직 법관 명단에 올리기로 했다. 손 부장판사는 오는 3월부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정거래법 담당 교수로 자리를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판사로 임관해 서울고등법원 공정거래부 판사와 대법원 공정거래 담당 연구관을 거쳤다.

손 부장판사는 형사합의33부 재판장으로 있으면서 서울 관악구 모자 살인사건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선고를 앞두고 혼자서 사건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 파견을 은폐한 혐의로 기소된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에게는 직권남용 무죄를 선고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별장 성접대 의혹 당사자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징역 5년6개월을 선고하면서 성폭력 범죄에는 공소시효 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들은 상급심에서도 유지됐다.

민사담당 판사 시절에는 보험사들이 ‘꾀병’으로 몰아가곤 했던 교통사고 후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들을 처음으로 구제했다. 당시 “특정 질환의 발생 원인을 현재 과학 수준으로 명확히 해명할 수 없는데도 피해자에게 증명을 요구하면 법적 구제가 어려워진다”며 “사고로 충격을 입은 뒤 1개월 이내에 이 증후군이 나타났으므로 반대 증거가 없는 한 보험사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했다. 2005년 나온 이 판결은 이후 판례로 자리 잡았다.

에버랜드 노조 와해 공작 혐의로 기소된 강모 부사장과 이모 전무에게 징역 1년4개월과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디킨스의 1854년 소설 <어려운 시절>을 언급했다. 이 판결에서 “소설 속 공장주는, 노동자의 유일하고 직접적인 목적이 여섯 마리 말이 끄는 마차를 타는 것과 황금수저로 자라수프와 사슴고기를 먹으려는 것이라고 항상 떠벌린다”며 “21세기를 사는 피고인들이 풍자 대상과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았나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최근 들어 유명 현직 법조인을 잇따라 영입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황희 헌법재판소 연구관, 전휴재 서울고법 고법판사, 현낙희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이 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갔다.

이범준 사법전문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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