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총파업 예고한 택배노조.. "과로사 해결 안돼" vs "시간 더 필요"

최지희 기자 2021. 1. 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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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약 한 달 앞둔 가운데,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이달말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설 배달 대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근로자 측은 과로사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분류작업을 맡을 인력을 업체가 따로 뽑지 않으면 업무를 이어갈 수 없다고 선포한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이날 예정된 사회적 합의 기구 회의에서 사측이 분류작업 등과 관련해 진전된 과로 방지책을 내놓지 않는 경우 20~21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27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또 이와 별개로 현재 우체국 택배기사들과 우체국물류지원단 사이에서 진행되고 있는 단체교섭이 결렬되더라도 27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택배노조 측은 "25일부터 본격적인 설 명절 특수기에 들어가는 만큼 택배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분류작업 문제에 대해 사측의 인력투입, 책임 명시 등 분명한 약속을 받아낼 것"이라며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채 택배 물동량이 급증하면 과로로 인한 택배기사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동남권물류단지에서 택배기사가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업에는 CJ대한통운(000120), 우체국, 한진(002320), 롯데글로벌로지스, 로젠 등 5개사 조합원 55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전국 택배기사의 약 11% 규모이며 이들 중 3000여명은 우체국 택배 소속이다.

노조 측은 택배사들이 ▲분류작업 인력·비용을 택배사의 100% 책임으로 할 것 ▲야간배송 중단 및 지연배송 허용 ▲택배요금 정상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특히 업체들이 분류작업에 별도 인력을 투입하기로 해놓고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말하는 분류업무는 지역별 허브터미널에 집하한 택배를 담당 구역별로 나누고 자신의 택배차에 싣는 과정을 뜻한다. 택배기사들은 "분류 작업은 배송 업무에 속하지 않는데 이것까지 도맡으면서 과로가 불가피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택배 종사자 16명이 과로로 숨진 이후 근로 환경 개선 요구가 빗발치자 CJ대한통운은 기존 1000명에 3000명을 추가해 4000명의 분류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잇따라 각각 1000명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데 대해 한진 측은 "현재까지 300명을 투입했고 3월까지 1000명으로 늘릴 예정"이라고 했으나 실제로 투입된 인원은 훨씬 적다는 것이 한진 소속 택배기사들의 주장이다. 또 롯데의 경우 "파일럿 테스트 중으로 지난주 100여명을 투입했다"고 했으나 노조는 지금까지 투입된 분류인력은 60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지난해 12월 이후 과로로 쓰러지거나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기사는 5명인데 모두 한진과 롯데 소속"이라며 "이들이 쓰러진 택배 현장에는 분류 인력이 단 한 명도 투입되지 않았다"고 했다. CJ대한통운 측은 한진과 롯데와 달리 택배기사 보호 조치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달 10일까지 3078명의 분류인력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택배노조의 총파업 선포를 두고 업체들은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체 대부분은 "분류작업 인력을 빠르게 투입하려고 계획하고 있으나 택배 터미널이 도시 외곽에 많아 인력 모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발(發) 코로나 집단 감염까지 이어지면서 분류작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며 "별도 인원을 투입하는 것 외에 택배기사들이 맡아 하는 분류작업에 대한 비용 지급 문제도 대리점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당장 결론이 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분류작업에 대한 정의부터 노조와 사측 간 차이가 상당한 만큼 대책을 협의하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며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택배요금 인상 문제 등에 대해서도 정부와 업계 간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택배업계의 영업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는 네트워크 산업이기 때문에 전국 어느 한 군데라도 멈추면 전체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며 "만약 파업이 진행되면 직영 인력을 투입하는 등의 대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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