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막힌 '유령창구'? 유명무실한 보험복합점포[쏘핫뱅킹]

홍석근 2021. 1. 1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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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보험복합점포. 증권, 은행 창구에 상담하는 고객이 있는 반면 보험 창구는 상담 고객은 물론, 직원도 없다. 사진 = 김나경 인턴기자
서울 시내 한 보험복합점포의 보험 창구. 사진 = 김나경 인턴기자

[파이낸셜뉴스] "지금 상주직원은 한 명밖에 없어요. 적극적으로 영업을 못하다 보니까 직원도 적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게 돼 있죠." (보험복합점포 내 보험사 직원)
'은행 업무를 보러 왔다가 보험상품을 문의하고, 펀드 투자 상담도 받는다.'
은행·보험·증권사에 따로 찾아갈 필요 없이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보험복합점포가 사실상 유명무실 상태다. 칸막이를 없애 고객 편의를 도모하는 정책이 아웃바운드 영업(점포 밖 영업) 금지 등 금융당국의 규제에 가로막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

지난 18일 오전, 기자가 찾은 서울의 한 보험복합점포에는 한 명의 상주 직원 외 오전 9시30분부터 11시까지 내점 고객은 없었다. 상품 관련 문의 전화만 몇 통 왔을 뿐이다. 같은 금융지주 은행과 증권창구에 고객들 발길이 이어지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인프라 자체도 은행·증권에 비해 부족했다. 10여개의 창구를 갖춘 은행, 별도의 층에서 운영되는 증권 창구와 달리 손해보험·생명보험 창구는 각 2명의 고객만 앉아서 상담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처럼 복합점포 내 보험청구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는 아웃바운드 영업 금지, 은행·증권 공간 내 보험 직원의 모집 금지 등 강력한 규제 때문이다. 보험사 직원들은 고객이 직접 창구를 찾지 않으면 영업활동에 나설 수 없는 것. 금융당국은 2017년 11월 보험복합점포 개선방안을 발표, 은행사지주별 보험복합점포 개수를 3개에서 5개로 늘리고, 은행-보험, 증권-보험의 보험복합점포도 허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험 특성상 모집 없이 판매하기가 쉽지 않아, 복합점포는 판매실적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국민·신한·하나은행의 보험복합점포는 5곳에 불과하다. 2018년말 기준 8곳이었던 보험복합점포는 실적 부진에 5곳으로 줄은 것이다. 더욱이 이들 중 2곳에서는 상주 직원 없이 창구만 갖춰놓은 실정이다. 이날 서울의 한 보험복합점포에서 만난 보험사 직원은 "보험을 판매하고 상품 상담도 하고 있지만, 창구 안에서만 영업할 수 있어 보험설계사(FC)처럼 적극적으로 권유하기 어렵다"며 "보험 창구 '모양'은 갖추고 있지만 실질적 '역할'을 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일단 '모양'을 갖췄지만 직원 수와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불편은 고객 몫으로 돌아간다. 서울의 한 보험복합점포의 보험사 창구에는 직원 수가 적어 보험 가입에 관련된 상담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없었다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너무 심해 소극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보험창구 외) 다른 공간에서는 아예 마케팅하지 말라는 이야긴데, 그러면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은행-증권이 결합한 자산관리(WM) 전문 복합점포 수는 점차 늘고 있다. 일례로 KB금융지주의 경우 WM 복합점포는 지난해에만 5개 늘어 현재 75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BIB(Branch In Branch) 점포에서 기업 대출, IPO(기업공개) 자금조달 등 기업 금융 업무와 부동산·세무 관련 자산관리까지 '원스톱 서비스' 장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어서다. 업계 또한 은행-증권 복합점포는 창구 활용 및 업무 효율성이 높다는 긍정적 반응이다.

보험복합점포가 규제에 가로 막혀 금융지주의 애물단지로 전락했지만 금융당국은 "향후 규제를 완화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보험복합점포는 한 (금융)점포를 방문한 김에 보험 상품도 문의·상담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방카슈랑스 규제 틀을 흔드는 아웃바운드 영업 등을 허용해주는 것은 취지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복합점포는 고객 편의를 돕는 것이지, 각 금융사 영업망을 늘려주는 취지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다만 점포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업계 의견을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 김나경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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