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수소 문제 없다면, 한수원은 왜 '특별팀\'을 꾸렸을까

김정수 2021. 1. 19. 09:1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정수의 에너지와 지구]보수 야당·원자력학계 "언론에서 부풀려"
원전 2.5km 북쪽 측정 근거로 "유출 없다"
한수원, 2년전부터 특별대책팀 구성 대응
야당 주장대로면 한수원이 호들갑 떤 셈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논란이 된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지하 유출 문제를 놓고 보수야당과 일부 원자력 전문가들이 “일부 언론이 별 것도 아닌 것을 부풀렸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2019년 4월 월성원전3호기 터빈 건물 하부 배수로(터빈갤러리) 맨홀 고인물에서 71만3천Bq/L의 삼중수소가 검출됐습니다. 정상적 배출 경로에 적용되는 제한값(4만Bq/L)의 약 18배에 이르는 고농도입니다.

한수원은 다음달 ‘삼중수소 현안 특별대책팀(TFT)’을 구성했습니다. 원전 시설에서 누설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점검하고 설비를 교체 보수하는 조처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맨홀에 고인물 속에서는 정상적 배출 관리 기준을 웃도는 삼중수소가 계속 검출됐습니다. 한수원이 작성한 자체 보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한수원은 맨홀에 고인물을 모두 퍼올려 배출 관리 기준의 0.03% 수준인 13.2Bq/L 농도로 처리해 배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맨홀 고인물 속 고농도 삼중수소 검출을 문제 삼는 것을 두고 원자력 전문가들이 “출고하지 않은 차가 공장에 있는데 주차위반 딱지를 붙인 격”이라고 비유하며 “정상적인 관리 선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원자력안전법시행령은 ‘배출’을 “정상운전 중 발생한 방사성 물질 등을 원안위가 정한 제한값 이내에서 배수시설 또는 배기시설을 통하여 계획적이고 통제된 상태에서 외부로 내보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합법적 배출의 전제는 배출할 방사성 물질이 정상운전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상적으로 발생한 방사성 물질과 비정상적으로 발생한 것을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는 것은 한국이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 오염수 배출을 반대하는 논거이기도 합니다. 원자력 전문가들 주장이 맞다면 한수원은 별 것도 아닌 ‘정상적 관리 상황’을 규제기관에 보고까지 하고 특별대책에 나선 것이 됩니다. 게다가 당시는 지금처럼 논란이 제기되기도 전인데도 말이지요.

더욱 큰 문제는 보수언론과 원자력 전문가들이 잘 언급하지 않는 사용후핵연료저장조 지하를 비롯한 부지 곳곳의 지하수 관측정에서 검출된 삼중수소입니다.

한수원 보고서를 보면 2019년 8월부터 보고서 작성 직전인 2020년 5월까지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 하부 지하수에서는 최고 3만9700Bq/L의 삼중수소가 검출됐습니다. 2호기 사용후핵연료저장조 하부 지하수에서는 최고 2만6천Bq/L, 3호기 하부에서는 최고 8610Bq/L의 삼중수소가 측정됐습니다. 원전 시설에서 떨어진 부지 북서쪽 경계 지역 지하수에서도 최고 농도 1320Bq/L가 검출됐습니다. 이 최고 농도는 정상적 배출에 대한 농도 제한값의 30분의1에 불과하지만, 한수원이 실제로 배출하고 있다는 농도보다는 100배 가량 높은 것입니다.

삼중수소는 자연적으로도 일부 생성됩니다. 하지만 월성원전 안 지하수 속 삼중수소는 대부분 원전에서 기원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곳의 지하수에는 대부분 최소검출가능 농도 미만으로 함유돼 있기 때문입니다.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지하 유출 문제로 논란에 휩싸여 있는 경북 경주시 월성원전. 연합뉴스

한수원은 터빈갤러리 맨홀에 고인물을 수거 처리하는 것과 달리 삼중수소로 오염된 지하수는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농도와 무관하게 원전 지하는 규정된 배출 경로가 아닙니다. 이에 대해 보수야당과 원자력 전문가들은 원전 외부로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다고 강변합니다. 한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외부 유출이 없었다는 근거로 원전 주변 지하수의 삼중수소 농도(4.8Bq/L)가 원전 부지 안 지하수 속 농도에 비해 크게 낮다는 점을 내세웁니다. 경북대 방사선과학연구소가 지난해 수행한 ‘월성원전 주변 환경방사능 조사 및 평가’에서 확인된 이 농도는 원전 인근이 아니라 북쪽으로 약 2.5㎞ 떨어진 지점에서 측정한 결과입니다. 원전 부지 경계 바로 안 쪽 지하수에서 1000Bq/L 이상 검출된 삼중수소가 부지 경계 바깥 쪽까지 확산되지 않았다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2020년 \

정상적인 배출 경로를 통하지 않은 방사성 물질 유출은 농도가 어떻든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2019년 원안위는 대전 원자력연구원에서 방사성 물질 유출 사건이 발생하자 일부 시설에 사용정지 명령까지 내리고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주민 건강과 환경에 대한 위협과 별개로 비정상적으로 배출한 사실 자체를 엄중하게 본 것입니다.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지하 유출은 아직 원인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정상적 배출 기준치보다 농도가 낮다며 별일 아니라는 투로 주장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외면하는 것입니다.

월성원전 삼중수소 누출 문제는 환경단체나 지역 주민들이 찾아낸 것이 아닙니다. 이 문제는 한수원이 2년 전 특별대책팀을 구성하고 대응에 나선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불거졌습니다. 대책팀을 구성한 한수원은 증기발생기 배관·터빈건물 집수조 배관·물처리실 중화조 배관 등 각종 배관을 점검해 누설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교체했습니다. 사용후연료저장조·폐수지저장탱크·액체폐기물저장탱크 등을 보수하는 작업도 추진해왔습니다.

이런 작업은 올해도 계속됩니다. 일부에서 주장하듯 삼중수소 누출이 아무 문제될 것이 없다면 한수원은 괜한 호들갑을 떨고 있는 셈입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