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셀트리온 넘본다'..글로벌 확장 속도 내는 SK팜테코
2021. 1. 19. 09:11
[비즈니스 포커스]
-SK(주), 프랑스 바이오 CMO 기업 인수 추진
-2022년 목표로 SK팜테코 상장 작업 속도
-유럽·미국·한국 잇는 삼각 축 강화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SK(주)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주요국에서 초대형 크로스보더 딜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원료 의약품 위탁 생산(CMO) 사업의 글로벌 위상을 빠르게 다져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프랑스의 유망 바이오 CMO 기업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SK(주)의 남다른 CMO 사업 전략이 주목 받고 있다.
한국의 대표 CMO인 삼성바이로로직스가 바이오 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에 주력해 빠르게 외연을 확대한 반면 SK팜테코는 신약 생산에 집중하는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SK팜테코의 매출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을 이을 바이오 ‘대어’로 기업 공개(IPO)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합성·바이오 아우르는 글로벌 선도 CMO 목표
SK(주)의 바이오·제약 사업은 신약 개발 담당 자회사인 SK바이오팜과 CMO 자회사 SK팜테코를 양대 축으로 한다. 2015년 SK바이오팜의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SK(주)의 직접 자회사이자 CMO 사업 담당인 SK바이오텍이 탄생하면서 SK(주)의 CMO 사업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SK(주)는 2017년 SK바이오텍을 통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아일랜드 생산 시설을 인수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의 생산 설비를 통째로 인수한 첫 사례였다. 2019년에는 미국의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 회사인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하는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미국과 유럽 지역에 단숨에 진출했다.
SK(주)는 지난해 1월 미국 란초 코르도바 인근 새크라멘토에 CMO 통합 법인인 SK팜테코를 설립해 한국의 SK바이오텍, SK바이오텍 아일랜드, 미국 앰팩을 통합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유럽·한국을 잇는 삼각 편대가 완성된 것이다. 한국 CMO 기업이 미국에 본사를 세운 것도 SK팜테코가 최초다.
SK(주)는 미국·유럽·아시아 주요 거점별로 합성·바이오 의약품 CMO 사업의 밸류 체인을 완성하겠다는 전략을 수차례 밝힌 적이 있다. SK(주)가 최근 프랑스 바이오 CMO 이포스케시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바이오 CMO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바이오 CMO 인수 성공 시 SK팜테코의 기업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포스케시는 유전자·세포 치료제(GCT : Gene·Cell Therapy)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SK(주)의 CMO 사업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유전자·세포 치료제는 바이오 의약품 중에서도 부가 가치가 높은 약물로 분류된다. 기술에 대한 장벽도 높아 쉽게 진출하기 힘든 분야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SK팜테코는 매출을 기준으로 이미 글로벌 ‘톱5’ 수준의 CMO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팜테코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 등에 힘입어 약 7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SK바이오텍 아일랜드, 미국 앰팩 인수 등으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기 전인 2016년 대비 약 7배 성장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SK팜테코가 2~3년 안에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 고령화 추세와 만성 질환의 증가로 글로벌 CMO 시장은 2023년까지 연평균 7%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최근 3~4년간 선도 기업들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15%를 웃돈다. SK팜테코의 국가별 CMO의 통합 시너지가 제고될수록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생산 규모 확대 추세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팜테코의 100% 모회사인 SK(주)는 이르면 2022년을 목표로 SK팜테코의 IPO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팜테코의 IPO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SK바이오팜에 이은 초대형 ‘바이오주’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바이오 기업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직상장하는 첫 사례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SK(주)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SK팜테코는 SK바이오텍 아일랜드, 미국 앰팩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고 특히 단기적으로 바이오 CMO 기업을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며 “SK바이오팜의 성공 사례에 비춰 볼 때 SK팜테코의 바이오 CMO 진출은 상장까지 고려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남선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SK팜테코의 IPO는 SK바이오팜에 버금갈 정도의 흥행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SK(주) 관계자는 “CMO 통합 법인 SK팜테코를 통해 미국·유럽·한국의 CMO 3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바이오 CMO로의 밸류 체인 완성을 통해 2025년까지 기업 가치 10조원의 글로벌 CMO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서 빠른 속도로 처방 확대 중인 ‘SK 신약’
SK(주)의 신약 개발 담당 자회사인 SK바이오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독자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를 미국 시장에서 판매 중이다. 2020년 5월 현지에서 이 제품을 출시했다. 한국 기업이 기술 수출 없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판매 허가 신청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상업화 단계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한 한국의 첫 사례다.
세노바메이트는 2001년 기초 연구를 시작으로 임상 시험과 인허가 과정까지 총 18년에 걸친 SK의 투자와 의지가 만들어 낸 신약이다. 파이프라인 개발을 위해 합성한 화합물 수만 2000개 이상이다. FDA에 신약 판매 허가 신청을 위해 작성한 자료만 230여만 페이지로 건물 90층에 해당하는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내 연간 최대 매출액을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통상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는 10여 년간 수익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다. SK(주)는 이를 기반으로 제2·제3의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SK바이오팜에 따르면 세노바메이트의 2020년 3분기 월평균 처방 건수는 2260건이다. 보험 등재율은 2020년 9월 말 기준 약 80%에 도달한 상태다. 경쟁 약물들의 출시 초기(월평균 처방 건수 1300여 건) 대비 빠른 속도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게 SK바이오팜의 설명이다.
SK바이오팜은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세노바메이트의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9년 2월 스위스 아벨 테라퓨틱스와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유럽의약청(EMA)의 신약 판매 허가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SK바이오팜은 최근 일본·중국·한국에서 연이어 세노바메이트의 임상 3상 승인(IND)을 획득하며 아시아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만간 아시아 3국에서 임상 3상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312호(2021.01.18 ~ 2021.01.24)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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