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는 나쁘다?..공매도 재개한 7곳 중 6곳 증시 상승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매도 거래를 재개할 경우 지수 하락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국내와 해외에서 공매도를 금지했다가 재개했던 경우를 살펴보니 오히려 지수가 상승했던 일도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활황기에 공매도 거래를 재개할 경우 시장의 타격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사서 되갚아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이다. 정부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자 3월 주식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공매도를 6개월 간 금지시켰다. 이 조치는 9월에 연장됐다. 공매도 거래는 3월 16일부터 다시 허용될 방침이다.
공매도가 재개될 경우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피해가 크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당시 두 차례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다가 재개했다. 코스피지수는 초반 한 달 동안 소폭 하락했지만 이후 반등했었다.
당시 공매도 재개 이후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는 0.41%(2009년 5월 29일~2009년 6월 30일), 1.71%(2011년 11월 9일~2011년 12월9일) 떨어졌다. 하지만 3개월 상승률은 각각 14.03%(2009년 5월 29일~2009년 8월 31일), 5.61%(2011년 11월 9일~2012년 2월9일)를 기록했다.
최근 공매도 거래를 재개한 다른 국가의 사례도 비슷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와 같은 방식으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가 재개한 국가는 총 7곳(부분 금지 국가 제외)이다. 이 중 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그리스 등 6개의 유럽 국가는 지난해 5월 18일에,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12월 31일에 공매도 거래 금지 기간이 끝났다.
공매도 거래를 금지했다가 재개한 7개국 가운데 6개의 유럽 국가는 재개 이후 한 달 동안 오히려 지수가 상승했다. 각국의 주요 지수를 조사한 결과 오스트리아의 ATX 지수가 한 달 동안(지난해 5월 18일~6월 18일) 5.30% 오르면서 가장 낮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지수는 이탈리아의 FTMIB 지수로 이 기간 11.97% 올랐다.
이들 국가는 현재까지도 주요 지수 주가가 20%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의 IBEX 지수가 현재까지(지난해 5월 18일~1월 15일) 21.40%로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오스트리아의 ATX 지수는 33.43%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 주식시장은 공매도 거래 현황을 우리나라처럼 세세히 공개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다만 우리나라처럼 개인의 공매도 거래 비중은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낮고, 총 거래대금 대비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은 우리나라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까지 공매도를 금지했던 말레이시아도 타격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말레이시아의 KLSE 지수는 지난해 12월 31일 종가 기준 1627.21에서 1월 15일 1627.01로 0.01% 떨어졌다. 더욱이 KLSE 지수는 지난해 12월 11일 1684.58로 1년 중 최고가를 찍고 하락하던 시기여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 연구위원은 "실물경제가 뒷받침된 상황에서 주가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지난해 유럽처럼 공매도 거래를 재개해도 타격이 크지 않다"면서 "투자자들이 손실 위험을 안고 공매도에 나서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주식시장이 단기 조정을 받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반 여건이 매우 좋은 상황"이라면서 "오히려 공매도 거래 금지 기간을 연장하다가 주식 시장이 악화되면 나중에 시장이 받는 충격이 더욱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피지수가 3000을 돌파하며 국내 증시가 고공행진하자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는 공매도 재개 시점을 한 차례 더 미루자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용진 의원을 시작으로, 양향자 최고위원 등이 공매도 금지 기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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