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앤트레터] 한국증시 '외국인' 주시해라..옐런 "달러 약세 시도안해" 의미는

김인오 2021. 1. 1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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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은 뉴욕증시가 '마틴루터킹 쥬니어 추모일'로 쉬는 날. 증시는 쉬었지만 이벤트가 많은 한 주 이네요. 오는 20일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차기 정부가 출범하는 한편 뱅크오브아메리카(종목 코드 BAC)·모건스탠리(MS)·프록터앤드갬블(PG)·인텔(INTC)·넷플릭스(NFLX) 등의 2020년 4분기(10~12월) 실적 발표가 이어집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남미 최대 경제' 브라질, 아시아 주요국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등을 정하는 통화정책 위원회를 줄줄이 여는 주간이기도 합니다.

바쁜 한 주 속, 투자자인 우리에게 중요한 '달러 가치'. 오늘은 요즘 달러 약세를 둘러싼 미국 재정 정책과 금리 관련 이야기를 들고와 보았어요


1. 19일 재무장관 후보 청문회 관전포인트…옐런 "달러 약세 시도하지 않겠다"
2. '바이든 1.9조달러 부양책' 속 폭증하는 美재정적자,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 19일 재무장관 후보 청문회 관전포인트…옐런 "달러 약세 시도하지 않겠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 후보 지명자 [영상캡쳐 출처=옐런 지명자 트위터]
'달러 약세와 불어나는 재정 적자, 어느 정도까지 이어질까…' 아, 이거 남의 나라 이야기 아닙니까? 하지만 미국 주식, 혹은 달러에 투자하는 우리들의 관심은 역시나 달러 가치입니다. 그런데 이 달러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는 정부 재정이죠. 오는 20일(현지시간) 출범하는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정부는 정부 재정 확대(돈 풀기)를 강조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시중에 달러가 계속 풀린다는 이야기이고 달러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그간 시장의 지배적인 예상이었습니다.

일단 18일 달러 지수는 별다른 변동이 없는 약보합 상태입니다. 이날 미국 ICE 선물시장에서 달러 지수(DXY)는 90.74로 전날 보다 0.03% 낮아졌습니다.

앞으로 '달러 약세·재정 적자'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질 지와 관련해서는 19일 연방 상원 재무위원회가 여는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힌트가 될 것 같습니다. 재무부 장관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함께 미국 정부 경제정책을 이끄는 '투 톱'으로 꼽히는 자리인데, 전직 연준 의장(민주당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2014년 2월 3일~2018년 2월 3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미국 민주당 빌 클린턴 정부 시절 1997년 2월 18일~1999년 8월 3일)을 지낸 옐런 후보자가 준비한 청문회 의견서를 살펴보면요.

청문회를 준비한 옐런 측 관계자에 따르면 옐런 후보자는 차기 정부의 환율 정책 질의에 대해 "미국은 달러 약세를 추구하지 않을 것으며 차기 정부에서 정부 관계자나 백악관 참모진이 통화 가치(환율)에 대해 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글로벌 시장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낮추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합니다. 미국 달러나 한국 원화 같은 주요국 통화 가치는 외환 시장 수요-공급 에 따라 결정돼야 하고 이에 따라 세계 경제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중국의 환율 조작을 비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9년 8월 트위터,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사용이 영구 중단된 상태입니다 [출처=트위터]
물론 지난 2017년 취임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틈만 나면 트위터를 통해 '중국 환율 조작(위안화 평가 절하)'를 문제 삼으며 달러 약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기는 했는데 바이든 정부 들어서는 분위기가 다시 달라질 모양입니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위안화 약세가 미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이고 결국 미국 무역 적자를 늘리기 때문에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외환 시장 개입을 무기로 사용할 지 여부를 검토한 적이 있습니다.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약세 상황은 미국 달러로 환산한 중국 기업 제품이 미국산 제품보다 더 저렴하게 만드는 효과를 주기 때문에 불공정하다는 이야기인데요. 스티븐 므누신 현 재무부 장관도 지난 2018년 1월 24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달러 약세는 확실히 미국 무역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가 외환시장이 반응을 보이자 나중에 자신이 한 발언은 맥락을 벗어난 것이었다고 해명한 적이 있습니다.

그간 미국 정부는 공화당이냐, 민주당이냐를 불문하고 통화 가치가 시장 논리에 따라 결정되게 한다는 차원에서 백악관과 재무부 관계자들이 달러 가치·주가에 대해 공개적으로 평가하는 일을 피했습니다. 국제 사회에서는 환율관찰·조작국 지정을 통해 견제해왔죠. 미국은 지난 1988년 종합무역법을 제정해 환율관찰·조작국 지정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만들고 이어 2015년에는 교역촉진법을 제정해 지정 기준을 다듬었습니다.

가장 최근으로 보면 지난 달 재무부가 환율 보고서를 내고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이탈리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대만, 태국, 인도 9개국을 '환율관찰국'으로 지정했고 스위스와 베트남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는데요.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은 최근 1년을 기준으로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해당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초과 △해당 국가 GDP 대비 외환시장 달러화 순매수 비중 2% 초과 등입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가 200억 달러를 넘겼고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3.5%이기는 하지만 한국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매수한 규모는 91억 달러(한국 GDP 대비 0.6%)로 2%는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조작국이 아니라 관찰국으로 분류됐습니다.

다만 최근 들어 연방 의회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동안 달러 강세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추진해왔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미국 자산 수익률이 높아지는데요. 외국인들이 수익률 높은 미국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자국 통화를 달러화로 바꿔 미국 시장으로 유입하는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늘면 달러 가치가 오르는데, 이는 무역 측면에서는 미국 기업에 불리한 결과가 된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ICE에 따르면 지난 해 3월 이후 달러 지수(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미국 달러 가치)는 현재까지 약 12% 떨어진 상태입니다. 지난해 3월은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로 실물 경제가 타격을 받자 연준이 '기준금리(연방 기금금리) 제로'(연 0.00~0.25%)를 선언한 시점입니다.

◆ '바이든 1.9조달러 부양책' 속 폭증하는 美재정적자,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1.9조달러 규모 코로나19 경기 부양책 외에 친환경 지원책 등 대규모 재정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사진) 차기 대통령은 오는 20일(현지 시간) 취임 이후 세금수입 기반 확대를 위해 부자 증세 등 증세를 해야 한다는 압박도 받고 있습니다 [출처=바이든 차기 대통령 트위터]
연준 기준금리와 더불어 또 다른 미국 달러 가치 핵심 변수인 재정 정책. 바이든 차기 정부는 코로나19 타격을 딛고 서야 하는 만큼 1.9조 달러 규모 부양책을 낼 예정입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후보자도 '케인지안'으로 꼽히죠. 케인지안이란, 유명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뒤따르는 경제학파인데 간단히 말해 정부 재정 확대(돈 풀기)를 통해 내수(민간 소비·투자 등)에 활기를 불어넣음으로써 경제를 살리자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 부채(재정 적자)가 너무 큰 상황이기도 합니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도 지난 14일 "미국 정부 부채(재정 적자)가 경제 성장률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으며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지난해 미국 정부 부채는 4조 달러를 넘겼고 이는 1년 전보다 25% 늘어난 수준입니다. 회계연도(FY)를 기준으로 하면 미국 2020회계연도(2019년 10월~2020년 9월) 재정적자는 총 3조1320억달러(약 3589조2729억원)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뛰었고 2021년 회계연도 첫 분기(2020년 10월~12월)에는 총 5729억달러(628조4713억원)로 1년 전보다 60.7% 늘어난 상태입니다. 지난 20년 간으로 보면 미국 정부 부채 비율(GDP 대비 부채)이 3배 이상 늘었는데 이런 급증세는 1920년 대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1939년 9월 1일~1945년 9월 2일)을 겪으며 대규모 재정 확대 '뉴딜 정책'을 통해 경제 복구에 나섰던 민주당 프랭클린 D. 루즈벨트 정부 시절에나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현재 미국 정부 부채는 GDP의 100.1%를 차지해 경제 연간 생산보다 정부 부채가 더 많은 상황인데 이런 나라는 일본과 그리스, 이탈리아 정도입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는 재정난 탓에 유럽연합(EU)과 국제 통화기금(IMF) 도움을 받았는데요. 미국은 '기축통화 달러의 나라'라는 점에서 그리스나 이탈리아와 사정이 다르지만 어쨌든 정부 부채는 경제 부담 요인을 꼽힙니다.

사실 '케인지안' 옐런 재무부 장관 후보자는 균형 재정을 강조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옐런 후보자가 백악관 경제 자문위원회(CEA) 의장으로 있던 1997~1999년. 당시 민주당 빌 클린턴 정부는 재정 균형을 맞추겠다면서 1998년 정부 지출을 줄이는 대신 세금 수입 확보를 위해 소득세를 올렸는데 이는 1960년대 이후 처음있는 일이었습니다. 옐런도 "투자를 자극해 경제를 살린 강력한 수단이었다"고 평가했었습니다. 1990년대이던 당시에는 인플레이션이 경제 위협 요인이었고, 재무부 발행 10년 만기 국채 금리나 우량 기업들 회사채권 금리가 6%선을 넘나들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로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공화당은 민주당에 비해 확대 재정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아들 부시'인 공화당 조지 W.부시 정부(2001년 1월 20일~2009년 1월 20일) 이후 '정부 지출 증가·저금리·감세'로 인해 정부 부채와 재정 적자가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시기이다보니 연준을 비롯한 각 국 중앙은행이 앞다둬 '금리 인하'를 통한 경제 구제에 나서던 시기입니다.

물론 2000년대 이후 전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은 각 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과 더불어 중국 경제가 급부상하면서 전세계 경제에서 저축이 늘어났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벤 버냉키 전 연준의장은 이를 '저축 과잉'이라고 부릅니다. 전세계 사람들이 저축한 돈 중 수 조달러가 미국 재무부 발행 국채 시장으로 흘러듭니다. 저축이 늘어서 미국 국채 수요가 늘면 국채 가격이 오르고 금리는 떨어집니다. IMF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전세계 저축률이 24%였던 것이 지난해 26%로 올라갔습니다.

세금 수입이 줄어든 것도 정부 부채를 늘리는 요인이죠. 공화당 트럼프 정부 출범 후 4년 동안 정부 부채가 이전 7조 달러에서 21.6조 달러로 불어났습니다. 공화당은 정부 지출보다 세금 감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지난 2017년 이후 법인세 감면으로 정부 세금 수입이 줄었습니다. 이 와중에 지난 해 코로나19 사태 탓에 부양책을 따라 정부 지출도 늘어났습니다.

바이든 차기 정부도 코로나19 타격을 딛고 서야 하는 만큼 1.9조 달러 규모 부양책을 낼 예정입니다. 이러면 정부 부채가 너무 커지지 않느냐는 걱정에 대해 민주당 버락 오바마 정부(2009년 1월 20일~2017년 1월 20일) 시절 백악관 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달 브루킹스연구소 대담에서 "정부가 지출을 늘리면 부채도 증가하지만 금리가 0%대인 상황을 전제로 할 때 (경제 회복 등으로)GDP가 더 빠르게 늘어 정부 부채 비율(GDP 대비 부채)을 낮출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정부 부채는 어느 정도 수준에서 지속 가능한 걸까요? 오바마 정부 시절 백악관 CEA 의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은 "이제는 정부 부채 수준보다 정부 부채 이자 지급 비용(차입 비용)을 더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미국 GDP대비 정부 부채 순 이자 지급액이 최근 1.6%여서 이전인 1990년대 초(3%선)보다는 낮은데 앞으로 10년 간 이 비중이 2%를 밑도는 한 확대 재정 여력이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입니다. 지난 해 미국 정부 부채는 늘었지만 정부 부채 이자 지급액은 1년 전보다 오히려 8% 줄었습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춘 영향이죠. 연준이 기준금리를 0%대로 낮춘 영향이죠. 연방 의회 예산처(CBO)는 "앞으로 미국 금리가 10년 간은 낮게 유지될 것이며 GDP 대비 정부 이자 지급 비용 비중도 코로나19 이전보다 줄어들 것"이라고 한 바 있습니다. IMF가 55개국을 대상으로 지난 200년 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 국가 중 절반 이상에서 금리가 평균적으로 경제성장률보다 2.4%포인트(p) 낮고, 개발도상국인 경우에는 이보다 더 낮았다고 합니다. 정부 부채가 많아도 이자가 낮기 때문에 버틸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인데요.

다만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의 발레리 라미 경제학교수는 "경제 성장률보다 이자율이 더 낮은 것은 '공짜 점심'이고 정부나 민간이 저금리를 이용해 대출을 늘리는 것은 '무료 간식'에 욕심을 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제로(0) 수준의 초저금리 상황에서는 금리가 아무리 낮더라도 일단 금리가 조금이라도 오르면 시장 기대치를 급격히 변화시켜 혼란을 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1990년대 초 '아버지 부시' 공화당 조지 H.W. 부시 정부(1989년 1월 20일~1993년 1월 20일) 시절 백악관 CEA 의장을 지낸 마이클 보스킨 스탠포드 대학 경제학 교수는 "언젠가는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며 결국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합니다. 다만 2000년대 민주당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부 장관과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는 "경제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금리 상승을 예상해왔지만 오히려 계속 떨어지기만 했다"는 입장입니다. 어쨌거나 고령화 시대 속 민주당이 원하는 메디케어 의료 보험 체계 확충을 감안하면 오는 2050년까지 GDP대비 정부 부채가 200%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CBO의 예상입니다. 민주당은 부자 증세 같은 세금 인상으로 부채 증가 부담을 덜어내자는 입장이지만, 지켜봐야 하겠죠? 너무 남의 나라 이야기인 것 같지만 정부 부채 증가는 우리나라도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달러 가치·미국 국채 투자 수익률 등과 관련된 사안이기도 한 만큼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정부와 옐런 장관 후보자가 앞으로 어떤 대응을 해나갈지도 우리의 관전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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