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관광객 줄자..발틱해 바다오리가 우는 까닭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1. 1. 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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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샷]
발틱해의 스토라 칼쇠섬에 사는 바다오리, 코로나 대유행 이후 사람들의 출입이 줄면서 크게 감소했다./스웨덴 농업과학대

코로나로 바다오리가 직격탄을 맞았다. 밍크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아니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바다오리를 보러 오는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천적의 공격이 늘어난 것이다.

스웨덴 농업과학대의 요나스 헤나티-순버그 교수 연구진은 지난 14일 국제 학술지 ‘생물 보호’에 “발틱해의 스토라 칼쇠섬에 사는 바다오리의 부화율이 코로나 대유행 이후 사람들의 출입이 줄면서 4분의 1이나 감소했다”고 밝혔다.

◇사람 발길 끊어지자 다른 새들이 기승

바다오리는 여름에 칼쇠섬에서 번식을 한다. 연구진은 관광객이 사라지자 맹금류인 흰꼬리수리의 수가 7배나 늘었음을 알아냈다. 흰꼬리수리는 바다오리를 잡아 먹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존재만으로 바다오리의 번식을 크게 방해했다.

바다오리 서식지에 설치한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흰꼬리수리가 나타나자 공포에 질린 바다오리들이 절벽에서 떼를 지어 날아올랐다. 그 결과 짝짓기가 방해되고, 그사이 갈매기와 까마귀 같은 다른 새들이 방치된 알을 먹어 치웠다.

일부 알들은 어미 새들이 도망가는 통에 절벽에서 떨어지기도 했다. 순버그 교수는 “동물 보호 연구자로서 이 새들이 그동안 관측한 이래 처음으로 고통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전년에 비해 알에서 깨어난 바다오리 수가 26%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지난해가 바다오리 관측 이래 최악의 번식기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한 무리에서는 새끼가 한 마리도 부화하지 못하기도 했다.

◇생태관광의 동물보호 역할 확인

순버그 교수는 “바다오리 이야기는 인간이 자연을 망친다는 일반적 관념과 들어맞지 않는다”며 “자연에서 물러나는 것이 항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좀 더 생산적인 동물 보호 전략은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예가 생태 관광이다. 야생동물 서식지에 사는 주민들의 생계를 보장하면서 동물도 보호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생태관광의 효과는 역설적으로 코로나 대유행이 입증했다.

태국 롭부리시 도심에서 '패싸움'을 벌이는 원숭이 무리./[Sasaluk Rattanachai Facebook 캡처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동물은 바다오리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태국 중부 도시 롭부리에서 원숭이 수백 마리가 패싸움을 벌였다. 원숭이들이 도심에 서식하면서 주민이나 관광객들로부터 해바라기씨와 바나나 등 먹이를 받아먹고 살았다. 현지 언론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관광객이 급감한 탓에 원숭이들도 먹이가 부족해진 것이 패싸움의 한 원인이라고 전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밀렵이 증가했다. 야생동물을 보는 생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희귀종 거래나 야생동물 고기를 얻기 위한 밀렵이 증가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생태 관광이 현지 주민의 생계를 보장해 밀렵을 막는 효과가 있었는데 코로나가 이 구조를 무너뜨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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