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는 김창열의 '물방울'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2021. 1. 1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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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동안 '물방울'에 천착하다 지난 5일 별세한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창열(1929~2021)의 그림을 다시 볼 기회가 생겼다.

전시작 15점은 김창열과 BHAK가 가장 활발히 협업했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의 대표작 '회귀 시리즈'로만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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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김창열과 각별했던 박영덕화랑 인연
한남동 BHAK, 20일부터 열흘간 회고전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2002년작 '회귀 PA02003A' /사진제공=BHAK
[서울경제]

반세기 동안 ‘물방울’에 천착하다 지난 5일 별세한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창열(1929~2021)의 그림을 다시 볼 기회가 생겼다. 용산구 한남동 BHAK가 20일 개막하는 전시 ‘회귀’를 통해서다. 김 화백 작고 후 열리는 첫 회고전이다.

김창열과 이 갤러리의 인연은 BHAK의 모태인 박영덕화랑으로,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잘 알려진 일이지만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한 김 화백은 국내 전속 화랑인 갤러리현대와의 끈끈한 의리를 평생 지켰고, 갤러리현대의 창업주 박명자 회장의 동생인 박영덕 대표는 누이의 화랑에 재직할 때부터 작가와 인연을 맺었다.

1993년 자신의 이름으로 독립한 박영덕 대표는 해외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활동했고, 1999년에는 당시 유럽의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쾰른아트페어에 참가해 부스의 절반을 김창열의 작품으로 채우는 과감한 도전을 선보였다. 박 대표는 “쾰른에서의 전시가 국제 미술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고, 2004년 프랑스 국립 쥬드폼므미술관에서 김창열의 작품 세계를 조망한 대형 회고전이 개최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생전에 김창열 선생은 이를 두고 ‘고맙다’는 말씀을 공공연히 하시며 아들처럼 여겨주셨다”고 밝혔다.

1997년 일본 시마네현 '물의 나라' 미술관 개관 기념으로 김창열 개인전이 열렸다. 당시 참석한 작가 이우환(왼쪽부터), 김창열 화백과 아내 마르틴 질롱 여사, 박서보 작가, 박영덕 대표, 일본 측 관계자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BHAK

전시작 15점은 김창열과 BHAK가 가장 활발히 협업했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의 대표작 ‘회귀 시리즈’로만 구성됐다. 1972년부터 물방울을 그리기 시작해 이를 통해 명상과 자기 치유의 과정을 보여온 김 화백은 자신의 환갑을 기점으로 ‘회귀’ 시리즈를 펼쳐냈다. 천자문이 물방울을 감싸고 있는 작품으로, 이는 작가가 어릴 적 할아버지에게 배웠던 경험에 대한 향수이자 해외에서 활동하면서도 굳건히 지켜오던 동양의 철학과 정신을 상징한다.

박영덕의 장남인 박종혁 BHAK 대표는 “우리 갤러리가 문을 연 당시부터 김창열 화백은 신진 갤러리가 성장해갈 수 있도록 도움과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라며 “일(業)은 물론 인생에 있어서도 많은 영향을 주고 받은 김창열 화백의 작고 소식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자연으로 ‘회귀’하신 화백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기리는 장이 됐으면 한다”고 개최 소감을 밝혔다.

김창열 회고전은 오는 30일 까지 열흘 간 진행된다. 갤러리 내 다른 층에서는 일본 작가 이쿠 하라다 개인전이 같은 날까지 연장 전시된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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