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수치화가 불쾌한 사비 "패스 성공률? 의미 있나?"

"동료에게 연결만 되면 다 정확하고 좋은 패스? 말도 안 된다"

[골닷컴] 한만성 기자 = FC 바르셀로나의 '레전드'이자 카타르 무대에서 지도자로 활동 중인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축구의 통계 자료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사비는 현역 시절 누구보다 정확하고 날카로운 패스를 구사한 바르셀로나, 스페인 대표팀의 미드필더였다. 그는 바르셀로나와 함께 트레블만 두 차례나 차지했으며 스페인 대표팀을 EURO 2008, 2010 남아공 월드컵, EURO 2012 우승으로 이끈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축구 통계 전문매체 '후스코어드'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비는 2009/10 시즌부터 2014/15 시즌까지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대표팀에서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단 한 차례도 패스 성공률이 91%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그러나 오히려 사비는 선수의 활동량, 패스 성공률 등을 책정하는 축구 기록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단순히 특정 선수가 패스를 연결했다고 해서 이를 '정확한 패스'로 보는 건 통계의 오류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비는 최근 에콰도르 출신 라파엘 에르난데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GPS를 채우고 이런저런 데이터를 뽑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통계학자들은 이를 통해 '이 선수는 패스 100개 중 80개를 정확하게 구사했다'는 결론을 내린다. 과연 그럴까? 80개의 정확한 패스가 좋은 패스였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나? 통계학자들은 선수의 패스가 동료의 발밑에 도달만 한다면 이를 '정확한 패스'로 구분한다. 그러나 내가 보낸 패스가 상대 선수 네 명의 압박을 받는 선수의 발밑에 도달한다면 이를 성공한 패스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비는 "좋은 패스는 공간을 확보한 선수에게 연결된 패스"라며, "패스가 연결되더라도 공간이 없는 상태에서 받는 패스는 의미가 없다. 모든 선수에게는 공을 잃지 말아야 할 책임이 있지만, 동료들이 공을 잃지 않도록 도와야 할 책임도 있다. 빅팀과 그저그런 팀의 가장 큰 차이는 전반적으로 패스가 도는 동선이다. 이 떄문에 통계 자료는 절대 느낌을 대체할 수 없다. 사람들은 가끔 통계 기록을 기준으로 루카 모드리치가 부진했다고 말하곤 한다. 미안하지만, 모드리치의 기여도는 수치화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비는 "공을 소유하고, 공간을 창출해 비어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동료를 찾는 게 선수의 기본적인 능력이 돼야 한다"며, "축구 경기는 11대11로 이뤄진다. 그러나 공을 가진 선수는 한 명뿐이다. 공을 갖지 않은 선수들은 10대11의 싸움을 펼치며 공간을 막거나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비 감독이 이끄는 알 사드는 올 시즌 현재 승점 11점 차로 카타르 스타스 리그 선두 자리에서 독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