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으로 구심점 잃은 삼성..포스트 코로나 대비도 '빨간불'
반도체 '올인'하며 현대차·SK·LG와 '다른 길'..재수감으로 차질 불가피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 = "코로나19로 급변하는 산업지형에서 SK, LG는 굵직한 계약을 성사시키며 글로벌 M&A(인수합병) 시장에서 주목받는데, 최근 삼성은 찾아볼 수 없어요. 총수 구속으로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향후 어떤 식으로든 결과로 나타날 겁니다."(재계 관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되면서 삼성이 '총수 부재'에 놓이게 됐다. 재계에서는 삼성의 강력한 구심점 역할을 하던 이 부회장의 부재로 대규모 신규 투자나 M&A에 당분간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M&A 시장에서 삼성은 현대차, SK, LG 등에 비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의선 회장 취임 후 첫 M&A로 지난달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미국의 로봇 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총 8억8000만달러(약 9741억원)에 인수하며 이목을 끌었다. 현대차는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모빌리티),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 로보틱스 등을 향후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같은 달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하고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수소 생태계 이니셔티브(주도권) 확보 등 3대 사업을 축으로 2025년까지 총 60조1000억원의 투자계획도 발표했다.
SK그룹에서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0월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역대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최대규모인 10조3100억원에 인수하며 화제가 됐다. D램에 비해 취약했던 낸드플래시 메모리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투자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과감한 결단에 따른 M&A라는 평가를 받는다.
LG그룹의 경우 LG전자가 세계 3위 자동차 부품 업체인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손잡고 내년 7월 출범을 목표로 전기차 파워트레인 합작법인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LG전자는 전기차 핵심 부품인 모터, 인버터, 차량 충전기 등을 비롯해 파워트레인 분야의 성장 잠재력이 높을 것으로 판단해, 양사간 장점을 활용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같은 결단을 내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취임 후 첫 인사에서 당시 홍범식 베인&컴퍼니 대표를 ㈜LG 경영전략팀장(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써왔고, LG마그나 설립은 그 결실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삼성은 현대차, SK, LG와 최근 몇 년간 다소 다른 행보를 보여왔다. 삼성그룹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2016년 미국의 전장업체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한 이후로는 굵직한 M&A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2017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국정농단사건 뇌물공여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1년 가까이 수감되며 경영에 참여하지 못한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기소로 시작된 국정농단사건 재판을 4년 가까이 받아왔고, 결국 전날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으며 다시 법정구속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기소돼 이에 대한 재판도 받아야 한다.
삼성그룹은 이 같은 '사법리스크'에도 이 부회장 출소 6개월 만인 2018년 8월 Δ5G(5세대 이동통신) Δ전장 중심 반도체 Δ바이오 Δ인공지능 등을 '4대 미래성장 사업'으로 선정하고 향후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2019년에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2030년까지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이른바 '반도체 비전 2030'도 발표하며 133조원을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수감되면서 이 같은 투자계획마저도 당분간 실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이 반도체 사업만 챙기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에 더욱 매진하는 행보를 보여왔다"며 "반도체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더욱 주목받는 산업이라고는 하지만 재계 1위이자 보유 순현금만 100조원에 가까운 삼성전자의 이름이 현대차, SK, LG에 비해 보이지 않는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ryupd01@new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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