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새로운 1인자의 등장, 쏘렌토 하이브리드
2021. 1. 19. 08:00
-안정적인 파워트레인과 매끄러운 주행감각
-넉넉한 실내, 한국 소비자 취향 맞춘 편의품목
국산 중형 SUV 세그먼트에서 쏘렌토의 질주는 가파르다. 지난해 판매량만 봐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쏘렌토는 지난해 총 8만2,275대를 팔아 전년 누계 대비 57.2% 상승했다. 특히 이 분야 터줏대감인 현대차 싼타페를 2만4,697대 차이로 크게 벌려 의미를 더했다. 쏘렌토 인기 요인으로는 4세대로 오면서 높아진 상품성을 꼽을 수 있다.
세련된 디자인과 커진 차체, 다양한 파워트레인 조합이 핵심이다. 하이브리드 중형 SUV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점도 한몫했다. 전체 쏘렌토 판매의 30%를 차지하며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환경과 효율, 정숙성을 겸비한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상품성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시승에 나섰다.
▲성능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최고 180마력을 내는 4기통 1.6ℓ 터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결합돼 움직인다. 시스템 최고출력은 230마력이며 최대토크는 35.7㎏·m 수준이다. 2.2ℓ엔진을 탑재한 쏘렌토 디젤보다도 높은 출력이다. 시동을 켜면 고요하게 등장을 알린다.
주행도 마찬가지다. 다급하게 속도를 올리거나 허둥지둥 대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정해진 순간에 맞춰서 차곡차곡 변속을 이어나갈 뿐이다. 기본적인 파워트레인 구성도 조용한데 이중접합 차음 유리 덕분에 차는 극강의 정숙성을 보여준다. 시트포지션만 높을 뿐 가솔린 대형 세단을 모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힘은 여유롭다. 박진감을 연출하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원하는 속도를 꾸준히 뽑아낸다. 굳이 열정적으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가속감도 시원스럽다. 물론 고속 영역으로 올라갈수록 엔진 소리가 다소 커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제한속도 범위 안에서는 경쾌하게 질주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합이 좋은 다운사이징 터보와 전기모터 실력에 놀라운 마음이 더 크다.
스티어링 휠 반응은 무난하다. 칼같이 파고드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롤이 생기거나 느슨한 성격은 아니다. 탑승자 모두를 고려한 패밀리 SUV다운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서스펜션 세팅도 마찬가지다. 국내 취향에 맞춰 안락함을 추구한다. 방지턱은 물론 불규칙한 노면이나 요철을 만날 때도 최대한 부드럽게 소화한다. 충격을 정면으로 부딪쳐 탄탄한 감각을 주는 독일차와는 정 반대다.
이 외에 실시간으로 각 바퀴의 힘을 분배하는 사륜구동 시스템과 험로 탈출을 지원하는 각종 터레인 기능은 믿음직스럽다. 또 에코와 스포츠, 스마트 등 주행 상황에 맞춰서 최적의 파워트레인 반응을 보여주는 각종 기능도 매력적이다. 어떤 기능을 사용하던지 복합 기준 숫자를 뛰어넘는 효율은 덤이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변속기다. 6단 자동의 기어비가 길어서 급하게 속도를 내야 하는 순간에는 다소 더디다. 크게 숨을 고른 뒤 단수를 찾아 들어가는데 그 시간이 살짝 답답하게 느껴진다. 가솔린과 디젤에 들어간 8단 DCT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변속 패턴을 앞으로 당겨 조금만 더 민첩한 성격을 보여줬다면 하이브리드의 만족이 배가 됐을 듯하다.
▲디자인&스타일
출시된 지 1년이 가까워 오지만 차는 여전히 신선하다. '디자인 기아'라는 말답게 세련된 외관이 시선을 끈다. 한 지붕 식구인 싼타페가 파격적으로 바뀐 것과는 사뭇 다르다. 크게 호불호가 없는 디자인이며 각을 사용해서 강한 SUV 이미지를 잘 표현했다. 정갈한 헤드램프와 자연스럽게 이어진 그릴, 하키스틱 모양의 주간주행등도 존재감을 높인다. 범퍼는 유광 블랙과 4개의 LED 안개등을 적절히 섞어 고급감을 드러냈다.
옆은 듬직하다. 커진 차체와 높은 벨트라인, 길다란 루프렉 등 각 요소들의 조화가 전체적으로 우람한 덩치를 만들어냈다.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은 휠이다. 하이브리드의 경우 디젤이나 가솔린보다 1인치 작은 휠이 들어가고 타이어 폭도 두껍다. 시승차에 들어간 19인치 휠도 마찬가지다. 공기역학을 고려해 디자인도 세련미가 떨어진다.
반면 뒤는 세그먼트의 정체성을 잘 살린 모습이다. 세로형 테일램프와 각진 트렁크 디자인이 볼드한 이미지를 연상시킨다. 일체형 스포일러 안쪽에 자리잡은 히든 와이퍼도 깔끔하다. 이와 함께 트렁크 아래쪽에 붙은 쏘렌토 레터링과 은색 장식으로 마무리한 범퍼도 포인트다.
실내는 겉모습과 마찬가지로 각을 살려 꾸몄다. 부드럽고 유연한 곡선은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강인하고 단단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계기판과 디스플레이창은 각각 12.3인치와 10.25인치 화면이다. 매끄럽게 이어져 있지는 않지만 그래픽이 훌륭하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수십여 가지의 기능을 제공해 지루할 틈이 없다. 중앙에는 공조장치 기능이 있는데 터치와 물리, 토글 버튼을 적절히 섞어 조작감을 높였다. 센터 터널은 너비가 제법 넓다. 큼직한 수납함은 물론 다양한 기능을 다룰 수 있는 각 버튼들이 센스있는 자리에 모여있다.
소재는 훌륭하다. 시트는 물론 투톤 스티어링 휠과 도어트림 안쪽까지 깊게 두른 가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패널 사이에는 은색 장식과 파이핑을 넣어 섬세하게 마무리했다. 과하지 않게 두른 블랙 하이그로시 패널도 이 정도면 충분하다. 어색한 빗살무늬 조명만 빼면 실내 감성은 전체적으로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준다.
커진 차체에 걸맞은 공간을 볼 차례다. 쏘렌토는 휠베이스가 35㎜ 늘어나 여유로운 무릎공간을 확보했다. 여기에 기존에 없던 2+2+2의 3열 6인 시트도 마련했다. 2열이 독립좌석이어서 거주성이 한결 좋아졌지만 대형 SUV나 미니밴 같은 활용도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3열을 위한 원터치 폴딩 기능은 마음에 든다. 여기에 전용 컵홀더와 공조장치 버튼, USB 충전포트 등을 마련한 것도 칭찬할 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열은 필요한 순간에 잠깐 활용하는 용도로 사용할 듯하다. 시트포지션이 낮고 무릎이 접히는 부분도 자연스럽지 못해 착좌감이 떨어진다. 펼쳤을 때 트렁크 공간도 거의 나오지 않아서 웬만하면 2열까지 활용하는 걸 추천한다. 차박과 같은 트렁크 활용을 중요시 하는 소비자라면 차라리 5인승 구성이 훨씬 편하다.
▲총평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중형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더 없이 좋은 선택지다. 차 한대로 주중과 주말을 모두 책임질 수 있으며 도심과 자연 어디에서도 제 역할을 완벽히 소화한다. 하이브리드가 주는 정숙성과 효율을 커다란 차에서 경험하니 사뭇 색다른 감각도 전달한다.
다운사이징 터보가 주는 알찬 힘은 배기량을 잊을 정도로 강하고 전기모터까지 더해 부족함이 없다. 차분한 핸들링과 한국 소비자 입맛에 맞춘 안락한 승차감도 일품이다. 여유로운 6단 자동변속기가 살짝 아쉽지만 전체적인 차의 상품성을 놓고 보면 큰 단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하이브리드차가 줄 수 있는 각종 혜택은 큰 무기가 된다.
저공해 자동차 인증을 받아 공영주차장 등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고 자동차세도 라이벌보다 훨씬 저렴하다. 가솔린과 디젤의 장점만 골라 담고 합리적인 가격의 환경까지 생각하는 중형 SUV를 원한다면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답이다. 개소세 할인을 포함한 가격은 프레스티지 3,534만원, 노블레스 3,809만원, 시그니처 4,074만원, 그래비티 4,162만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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