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아서 안 될 것도 없었다" 인연적 존재에 대한 헌사 [책에서 만난 문장]

김용출 2021. 1. 1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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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 갔다가 솜다리꽃을 보았다./ 들판에 숱하게 깔려 있었다./ 거기서는 나라꽃도 아니고 기념품도 아니었다./ 말들이 짓밟다가 뜯어 먹는 간식거리였다./ 그렇게 살아서 안 될 것도 없었다." -서홍관, 2020, <솜다리꽃> 중에서, [우산이 없어도 좋았다], 창비, 11쪽.

'에델바이스'라고 불리는 솜다리꽃은 오스트리아에서는 나라꽃이지만, 우리나라 설악산에선 말려서 기념품으로 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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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에 갔다가 솜다리꽃을 보았다./ 들판에 숱하게 깔려 있었다./ 거기서는 나라꽃도 아니고 기념품도 아니었다./ 말들이 짓밟다가 뜯어 먹는 간식거리였다./ 그렇게 살아서 안 될 것도 없었다.”
-서홍관, 2020, <솜다리꽃> 중에서, [우산이 없어도 좋았다], 창비, 11쪽.
‘에델바이스’라고 불리는 솜다리꽃은 오스트리아에서는 나라꽃이지만, 우리나라 설악산에선 말려서 기념품으로 판다고 한다. 그런데 몽골에선 들판에 지천으로 널려 그야말로 “말들이 짓밟다가 뜯어 먹는 간식거리였다”고 한다. 인연에 따라 천변하는 솜다리꽃의 운명, 다채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살아서 안 될 것도 없다”는 시구의 의미나 맥락을 조금 설명해달라고 하자, 시인은 “우리도 결국 우주의 찰라 속에서 먼지처럼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흔히 아름답고 대단하고 부귀한 것만 생각하는데, 우린 그렇게 대단한 존재가 아닙니다. 대단한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 자체가 지나친 자의식이죠. 아무리 대단한 인물인 것처럼 생각하더라도, 우리는 결국 우주의 찰라 속에서 먼지처럼 돌아갈 존재인데, 그런 생각을 표현한 것입니다.”
조직배양되어 분에 심겨진 에델바이스. 야생의 꽃보다 조금 큰 모양을 보여주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인간 또한 솜다리꽃과 같은 그러한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도 미친다. 인간 역시 인연에 따라 천변만변의 존재 아니냐 하는 생각. 그렇다면 모든 인연적 존재에 대한 서늘한 헌사가 아닐 수 없다. 언젠가 세계적인 투자가 버핏 역시 자신이 미국에서 태어난 것에 대해 확률적 수치를 제시한 뒤 큰 행운이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만약 그가 미국처럼 부유하거나 금융이 발달한 곳에서 태어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버핏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감사의 이야기였다. 스스로 겸손하고 한없이 감사할 지어다.(2021. 1. 18)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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