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에세이를 좋아하세요?

곽아람 기자 2021. 1. 1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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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 소감에서 마틴 스코세이지의 이 말을 인용할 때, 저는 에세이라는 장르야말로 그렇다 생각했습니다.

“에세이는 ‘한 개인’의 체험 경험 생각 감상이 독자와 같은 진동수로 공명해야 울림을 갖는 장르다. 지극히 사적인 글로 대중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여기에 나의 치명적 약점이 도사리고 있다. 나는 사적인 부분을 드러내는 것이 너무도 불편한 외향적 내향성의 인간이다.”

다독가들 사이에서 호평받고 있는 독서 에세이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민음사)에 실린 ‘작가의 말’ 중 한 구절입니다. ‘일리아스’ ‘죄와 벌’ 등 52권의 고전에 대해 쓴 저자 이수은씨는 에세이를 주력으로 하는 출판사 대표입니다. 좋은 에세이, 팔리는 에세이, 망하는 에세이를 알아보는 감식안을 갖고 있다 자평하지만 “선배가 써 봐요”라는 출판계 후배 제안을 받고는 ‘얘는 나를 모르나?’ 했다는군요.

에세이는 누구나 쓸 수 있다 생각해 종종 ‘가볍다’ 폄하되는 장르이지만 포장 없이 진솔한 ‘내 이야기’를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맨몸으로 남 앞에 나섰다 상처받고 싶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이수은씨가 에세이 출간 제안을 받고도 한참을 망설인 건 아마도 그 때문일 겁니다.

에세이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바다출판사

지난해엔 알코올 중독, 거식증 등 결함투성이 자신을 용감하게 드러낸 에세이가 넉 달 만에 2만부 팔리며 조용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폐암투병하다 2002년 42세로 세상을 뜬 미국 작가 캐럴라인 냅의 ‘명랑한 은둔자’(바다출판사)입니다. ‘에세이’라 하면 달콤한 위로 일색이었던 국내 서점가에서 엉망진창인 내면을 자기파괴적이다 싶을 만큼 까뒤집어 보이는 미국식 에세이의 약진은 드문 일이죠. 내빙 30세부터 42세까지 ‘보스턴 피닉스’, ‘살롱’ 등에 썼던 글을 모은 ‘명랑한 은둔자’는 사실 캐럴라인 냅 ‘맛보기’입니다. 캐럴라인 냅이 더 궁금하시다면 알코올 중독에 대해 이야기한 ‘드링킹’(부제가 ‘러브 스토리’입니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느끼는 허기 때문에 생긴 거식증에 대해 털어놓은 ‘세상은 왜 날씬한 여자를 원하는가’, 개에 대한 애정을 담은 ‘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 3부작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가수 요조/요조 제공

가수 요조도 에세이스트입니다. 제주 서점 ‘책방 무사’ 주인장이기도 한 그는 서점 운영기 ‘오늘도, 무사’, 떡볶이 사랑을 담은 ‘아무튼, 떡볶이’ 등을 썼죠. 달력을 일정으로 빼곡 채워야 직성이 풀리는 ‘계획성애자’이지만 올해는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답니다. 코로나 때문에 모든 게 불확실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팬데믹으로 인한 불확실성 때문에 불안할 때마다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책 다섯 권을 소개했습니다.

[당신의 책꽂이] 가수 요조의 '코로나로 불안할 때 읽는 책 5

교보문고는 2020년 결산 보고서에서 “에세이의 시대는 가고, 자기계발서의 시대가 왔다”고 했지만 진정한 ‘에세이의 시대’는 지금부터라 생각합니다. 지난해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라는 제목의 마켓 일기를 출간하기도 한 트레이더 김동조씨가 ‘토요일엔 에세이’ 코너로 Books 필진에 합류했습니다. 첫 글에서 버락 오바마가 ‘휴가철 읽을만한 책’으로 권하기도 한 윌리엄 피네건의 ‘바바리안 데이즈’(알마) 를 소개했습니다. 뉴요커 기자이자 서퍼인 피네건은 이 책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답니다.

[토요일엔 에세이] 오바마가 사랑한 서퍼

곽아람·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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