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아이돌 디지털성착취..알페스·섹테, n번방법으로 처벌 가능할까

김정현 기자 2021. 1. 19.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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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글·음성이 n번방법 해당하는지는 명확하지 않아"
법조계 "성폭력특별법의 통신매체 이용 음란행위 적용될듯"
실존 아이돌을 동성애 음란창작물의 소재로 수익사업을 하는 알페스(왼쪽)와 남성 아이돌 음성을 신음소리로 합성해 유포하는 '섹테'(오른쪽) 사례 © 뉴스1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일부 여성들이 실제 남성 아이들 멤버를 성적대상화해 음란소설·일러스트·음성 합성영상으로 만들어 즐기는 음지문화 '알페스'(RPS)·'섹테'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알페스란 'Real Person Slash'라는 하위문화 용어의 약자다. 팬을 자칭하는 사람들이 실제 존재하는 남성 아이돌을 동성애, 내지는 동성 강간 창작물(텍스트·일러스트 등)의 소재로 삼는 행위다.

약 20년 전부터 '팬픽' 문화의 한 장르로 소비돼 왔지만, 최근에는 미성년자 아이돌 멤버까지 그 대상으로 삼는데다 알페스를 통한 수익사업까지 행해지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또 다른 논란 대상인 '섹테'는 남성 아이돌들의 음성을 조작·합성해 신음소리처럼 만들어 유통하거나 동성연애자들의 음란영상에 합성하는 등 성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딥페이크와 유사해 '딥보이스'라고도 불린다.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윤리팀 관계자는 "현행 n번방법상 '성착취물'은 화상이나 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고 돼있다"며 "텍스트나 음성의 형태라면 (n번방법에서 말하는) 성착취물에 포함된다고 명확히 말할 수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2019.1.16/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방통위 "알페스, 영상·화상 아니라 n번방법 해당 여부 명확하지 않아"

미성년자 등을 대상으로 약점을 쥐고 성착취물을 제작해 유포한 'n번방 사건'과 유사한 미성년자 아이돌 대상 성착취라 지적받는 '알페스·섹테'. 현행법으로 처벌할 수 있을까.

'n번방법' 등 디지털성범죄물 유통 방지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위원회 인터넷윤리팀 관계자는 "현행 n번방법상 '성착취물'은 화상이나 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고 돼 있다"며 "텍스트나 음성의 형태라면 (n번방법에서 말하는) 성착취물에 포함된다고 명확히 말할 수는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현행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은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성을 사는 행위를 하거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한 것"으로 정의돼 있다. 형태에 대해서는 Δ필름 Δ비디오물 Δ게임물 Δ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내용을 떠나 음성과 텍스트라는 형태의 측면에서 n번방법에서 규정하는 성착취물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 알페스에 첨부된 일러스트나 섹테에 합성된 영상 등에 대해서는 "(n번방법 적용의) 판단 여지가 있다"고 첨언했다.

아이돌 산업 현장에서 댄스 트레이너로 활동했던 유튜버 '인지웅'은 아이돌 산업계의 알페스 문화에 대해 비판했다. (인지웅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일부 평론가 '성착취 아니다' vs "소비권력으로 피해자 침묵 강요하는 것"

또 알페스 등에 대해 최근 일부 문화평론가들은 "허구의 창작물이며, 현실의 성착취나 성적대상화로 이어지는 성적 지배구조가 성립하기 어려워 성착취물이 아니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알페스 이용자들이 '소비권력'을 미끼로 아이돌들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있는 아이돌 산업 현장을 외면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아이돌 산업 현장에서 댄스 트레이너로 활동했던 유튜버 '인지웅'은 "(소속사들은) 알페스가 수익이 된다는 걸 인지하고 있고, 그래서 방치하고 있다"며 "회사에서는 돈이 벌리기 때문에 아이돌이 힘들어하고 그런 건 신경쓰지 않고 권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폭로했다.

이어 "업계 사람으로서 알페스는 없어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며 "(알페스 문제가 성대결로 이어지고 있는데) 남자 여자 이야기를 할 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3일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알페스 이용자 처벌 요청' 청와대 국민청원 청원자 역시 "소비권력을 통해 피해자들의 약점을 쥐고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알페스 이용자들의) 태도는 지난 날 n번방과도 같은 수많은 권력형 성범죄 가해자들의 태도를 떠오르게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법조계 "통신매체 이용 음란행위 해당할 것…명예훼손도 가능"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화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엄태섭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아이돌, 팬 같은 문제를 떠나서 단순하게 접근해도 알페스나 섹테가 출간된 성인물을 뛰어넘는 수위라면, 성폭력특별법 13조의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위반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행 성폭력특별법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음향·글·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엄 변호사는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욕구를 표현한 것이라도, 수위에 따라 음란물에 해당할 수 있고, 아이돌의 실명 등을 거론했다면 명예훼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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