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패닉바잉 12월 절정..'상투 잡았나' 우려도
호가 부담에 새해 들어 매수세 주춤..실거래가 하락 단지도 등장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량이 12월에도 6000건을 넘어서며 3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각종 규제로 투자수요는 줄었으나, 전세난과 집값 상승에 초조해진 무주택자들이 매수전환에 뛰어들면서 거래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증가하던 매수세는 호가 급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새해 들어 다시 위축되는 모습이어서, 실수요자들이 막판 집값 상투를 잡은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1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집계 막바지인 서울 지역 아파트 12월 거래량은 6400건(1월18일 기준)으로, 이미 전월 거래량(6315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거래 신고기한(계약 후 30일 이내)을 고려하면 12월 거래량은 7000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감소세를 지속하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10월,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뒤 11월에 이어 12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를 이어갔다.
업계에선 임대차보호법(7월31일) 시행 여파로 아파트 전세난이 악화해 전셋값이 몇 개월 만에 수억원씩 오르자, 불안감을 느낀 무주택자들이 매수전환에 나서면서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20여 차례 거듭된 규제에도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자 '지금 안 사면 못 산다'는 생각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매수에 나선 것이다.
현재 투자수요의 경우 다주택 규제 강화로 인해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가 모두 대폭 인상됐고, 대출도 제한되기 때문에 시장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다.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잔액(전세자금 대출 포함)은 473조7849억원으로, 11월보다 3조3611억원 늘었다. 앞서 8~11월엔 매월 4조원 이상 증가했다. 신용대출 잔액도 12월 기준 133조64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23조7374억원(21.6%) 급증했다.
그러나 매도우위의 시장에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거듭 끌어올려 집값 부담감이 커지자, 새해 들어 매수세는 다시 주춤해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서 이달 현재까지 서울 지역 아파트 실거래 신고 건은 367건(1월17일 기준)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거래량으로 보면 20건 정도다. 실거래 신고기한을 고려하더라도 지난달보다 줄었다. 12월엔 초반 약 17일간 실거래 신고 건이 약 600건 정도였는데, 이달엔 38%가량 감소했다.
실거래가가 하락한 거래도 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상혁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서울 아파트 실거래 동향'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이달 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 194건 중 종전 대비 거래가가 상승한 거래는 114건(58.8%), 하락한 거래는 68건(35.1%)으로 조사됐다. 상승 거래 비율은 전월과 직전 3개월보다 줄었고, 하락 거래 비율은 늘었다.
그러자 주요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막판에 상투를 잡은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등 집값에 대해 고민을 토로하는 글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반면 거래가 줄더라도 신고가 거래도 여전해 집값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의견도 팽팽하게 맞선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새해 초반 거래만으로 추세 변화를 예단하기 이르다는 입장과 경기 하방압력이 산재한 만큼 매매시장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계약일 기준으로 최근 한 달간 전국 거래의 20% 이상은 신고가 거래였다"며 "실제로 부동산 시장의 하락 전환이 추세로 나타나려면 신저가 매매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택시장의 상황이 지금 좋다고 보기 어렵고, 집값도 너무 많이 올라 계속 오르기는 힘들 수 있다"며 "대출 규제도 워낙 강해 상반기에는 내 집 마련 타이밍을 조금 지켜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jhku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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