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껍질 깨고..'지휘자' 김선욱, 첫발을 내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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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도어에서 무대 정중앙에 놓인 피아노까지 10m 남짓.
지난 12일 오후 8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지휘자 데뷔 무대를 가진 김선욱에게는 어느 때보다 길었을 거리다.
김선욱은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라는 별칭답게 지휘자 데뷔 무대에서도 베토벤을 택했다.
10대 시절부터 꿈꿔온 지휘자로 공식 데뷔한 김선욱은 무대인사를 마친 뒤 쑥스러운 듯 "이렇게 지휘를 시작하네요"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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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조원태 등 재계 총수도 객석서 응원
7월에 KBS교향악단과 다시 지휘 무대 가져
김선욱은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라는 별칭답게 지휘자 데뷔 무대에서도 베토벤을 택했다. 그는 1부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하고 지휘했다. 부드럽고 단아한 멋이 느껴지는 동시에 베토벤다운 정열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가 돋보이는 곡이다. 김선욱은 절제된 동작으로 리드미컬하게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어깨 너비로 다리를 벌려 지휘하던 그는 피아노 차례가 되면 착석해 힘차게 건반을 두드렸다. 앉고 서기를 수차례. 때때로 왼손 지휘와 오른손 타건을 동시에 보여주는가 하면, 음악이 절정으로 치달을 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강렬한 카리스마로 지휘했다.
약 20분의 인터미션(중간 휴식)이 끝나고 2부가 시작하자, 무대 중앙에 놓였던 피아노가 사라지고 포디엄(지휘대)이 등장했다. 마치 본게임은 지금부터라는 듯 김선욱은 한 손에 지휘봉을 꽉 쥐고, 비장한 표정으로 포디엄에 올랐다. 2부는 베토벤 교향곡 7번. 총 4악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치밀한 설계와 극적인 구조로 베토벤이 남긴 가장 극단적인 교향곡이란 평가를 받는 곡이다. 사뿐사뿐 움직이며 편안하게 오케스트라를 이끌던 김선욱은 격렬한 피날레를 보여주는 4악장에선 포디엄 위를 종횡무진 누비며 속도감 있게 곡을 지휘했다.
오케스트라의 소리가 잦아들고 김선욱의 손이 내려오기 무섭게 객석에선 열광적인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곳곳에서 “브라보!”를 외치며 격한 환호를 보냈다. 객석에서 숨죽이며 그를 지켜보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 박선희 코리안심포니 대표,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피아니스트 임동혁 등도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보냈다. 100분의 공연을 마친 김선욱의 얼굴은 땀으로 흥건했다. 10대 시절부터 꿈꿔온 지휘자로 공식 데뷔한 김선욱은 무대인사를 마친 뒤 쑥스러운 듯 “이렇게 지휘를 시작하네요”라며 웃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지휘자 김선욱의 가능성을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대였다. 김선욱은 베토벤에 대한 과감하고 파격적인 작품 해석으로 유명한 연주자다. 이날 지휘 무대도 베토벤에 대한 오랜 연구와 탐닉을 통해 구축한 자신만의 차별화된 베토벤 해석으로 관객들의 귀를 설득하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했다. 피아니스트 김주영은 “여러가지 흥미로운 지점이 많은 지휘였다”고 평했다.
공연이 끝난 뒤 김선욱은 “단 한 번뿐인 첫 지휘 공연을 오랜 인연을 이어온 KBS 교향악단과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며 “이제부터 시작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피아니스트’ 껍질을 깨고 ‘지휘자’로 더 넓은 음악의 길을 가려는 34세 ‘젊은 거장’은 새로운 음악 인생의 의미있는 첫 발을 내디뎠다. 그의 발걸음은 우상인 정명훈의 뒤를 천천히 좇고 있다. 김선욱은 오는 7월 KBS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에서 다시 지휘 무대를 갖는다. 6개월새 더 성장해 포디엄에 오를 그의 모습을 기대한다.
윤종성 (js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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